승부조작으로 KBO리그에서 영구실격된 이태양(왼쪽),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승부 조작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영구 실격을 당한 이태양(전 NC)이 프로야구계에 폭탄을 던졌다. 자신뿐만 아니라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현역 선수들이 더 있다고 폭로했다.
이태양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승부 조작 혐의로 자신과 같이 영구 실격된 문우람(전 넥센)의 결백을 호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문우람의 결백보다 다른 내용이 더 관심을 받았다.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더 있다며 실명을 거론한 부분이다.
이날 이태양은 자신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브로커가 "형을 한번만 도와달라. 별거 아닌 쉬운 일인데 그냥 1회에 1점만 주면 된다"면서 정대현, 이재학, 김수완, 문성현, 김택형도 다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태양은 브로커로부터 전해 들은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왜 이런 선수들은 조사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이 배포한 90쪽 분량의 자료에는 브로커의 실명과 함께 정우람의 이름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태양이 언급한 선수들은 모두 브로커의 입을 통해서만 들은 것. 이들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했는지 직접 밝힌 부분은 없었다. 한 마디로 브로커의 말뿐이었다.
실명이 공개된 선수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화 정우람은 구단을 통해 "기자회견 중 밝혀진 불법 시설 운영자 및 브로커 등과 일절 연관성이 없다"면서 자신이 이름이 거론된 것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정우람은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법정 대응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향후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대현, 문성현의 소속팀 넥센도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승부 조작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문성현은 지난해 상무 시절 문우람 사건으로 인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 있고, 정대현도 kt 시절도 마찬가지였지만 승부 조작과는 관련이 없다고 소명했다.
SK 김택형도 "이태양과는 전혀 친분이 없고, 승부 조작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SK 역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브로커의 말만 믿고 선수들의 실명을 공개한 이태양. 그가 던진 폭탄은 결국 자신의 품에서 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