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삼성전자의 전체 영업이익은 17조 500억원으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에서 낸 영업이익만 13조 6500억원으로 역시 분기기록으로 사상 최대이다.
또 이런 반도체의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7.7%로 삼성전자가 100원을 벌었다면 반도체가 80% 가까이를 벌어들였다는 뜻이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3분기에 매출액 11조4168억 원에 영업이익 6조4724억 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SK하이닉스 매출 가운데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률도 56.6%로 역시 사상 최고다.
이렇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에 똑같이 반도체로 빛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런 대기록을 이끈 수장의 운명은 사뭇 달랐다.
삼성전자는 6일 단행한 2019년 정기인사에서 삼성을 이끄는 삼두마차 가운데 김기남 DS부문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시스템 LSI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최고 전문가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선임된 후 탁월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년 연속 글로벌 1위 달성을 견인했다고 삼성은 승진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함께 김현석 CE사업부장이나 고동진 IM사업부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3대 주력사업부문 CEO로 선임됐지만 세 사람 가운데 제일 먼저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실적이 있는 곳에 승진이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이 재확인 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실 반도체 사업부문의 엄청난 실적때문에 이번 정기인사 전부터 김기남 사장의 부회장 승진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날 현실이 된 것이다.
반면 SK하이닉스를 이끌었던 박성욱 부회장은 삼성에 이어 이날 오후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 사업총괄이던 이석희 사장에게 하이닉스의 지휘봉을 넘겨주고 자신은 수펙스 추구협의회 ICT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박성욱 부회장은 하이닉스 CEO이면서 자신이 맡고 있던 미래기술&성장담당에다 ICT위원장을 겸직하게 돼 반도체 중심의 ICT미래기술연구와 글로벌 성장전략 수입을 담당하게 된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사상 최고의 실적을 경신해 가고 있는 CEO를 경영일선에서 2선으로 물러나게 한 것을 이른바 '신상필벌' 원칙은 물론 유임될 것이라던 재계의 전망을 일축한 것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최고실적을 기록하고 있을때 용퇴를 선언한 적이 있다"면서 "박수칠때 떠나라는 격언이 박성욱 부회장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성욱 부회장의 사실상 '퇴진'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가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