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GV 제공)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업체 CJ CGV가 한국영화시장 키워드로 '입소문' '20대' '팬덤' 세 가지를 꼽았다.
6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2018 하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공개된 CGV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국 관람객은 11월 말 기준 누적 약 1억9400만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99%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수준에서 올 한 해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한국영화와 외국영화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한국영화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일 전망이다. 11월까지 한국영화 비중은 51%로 외화를 앞섰다.
◇ 입소문이 영화 운명 결정…관객당 '3.7회' 정보 검색
올해는 9월과 10월의 누적 관객수가 전년 대비 90% 수준으로 꺾였다. 이는 추석 시즌 관객수가 전년의 76.2%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치열해진 경쟁 상황에서 특정 시즌에 유사한 장르의 영화가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목을 끌지 못했을 뿐 아니라, 관객들이 관람 전 영화정보를 꼼꼼히 검증하는 방식까지 더해진 결과다.
CGV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입소문'의 힘 에 대해 "지난 10월 조사한 CGV 리서치센터의 '영화선택영향도 조사' 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 찾아보는 정보가 평균 3.7개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연령이 어리고, 라이트 유저(Light User) 일수록 자신이 볼 영화에 대해 정보를 탐색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관객들은 더 이상 단순히 배우, 감독, 예고편 등과 같은 영화 내적 요인만 가지고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객들이 찾아보는 정보들 중 관람평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아 부정적 바이럴에 의한 관람 포기율이 약 33%에 이른다. 그러나 역으로 영화 '서치' '보헤미안 랩소디'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과 같이 입소문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를 역주행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팬덤'이 주도하는 영화시장
2018년 영화시장을 견인한 것은 바로 '팬덤' 문화였다. 지난 11월을 강타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 그대로 팬덤이 만들어낸 히트작이었다. 개봉한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도 매주 새로 개봉한 작품을 밀어내고 정상권에 자리했다. 주 관객층은 중장년 세대가 아닌 2030 세대였다. 초반에는 퀸을 경험한 40~50대 팬들에게 어필하다가 점차 젊은 세대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싱어롱 버전으로 시작된 떼창 열풍은 춤과 야광봉이 어우러진 콘서트장으로, 또는 프레디 머큐리 코스프레의 장으로, 또는 프로 떼창러 대관 행사로 관객에 의해 변형되면서 장기 흥행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CGV에서는 삼면(三面)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스크린X와 만나 시너지를 일궈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봉일부터 11월 30일까지 CGV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의 2D 일반 좌석 점유율은 주말 기준 47%인 데 반해 스크린X는 61.3%로 더 높았다. 스크린X에 싱어롱 버전을 더해 상영할 시 주말 좌석 점유율은 80% 넘게 치솟았다.
17년 만에 4DX 버전으로 재개봉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26만명 넘게 동원해 역대 재개봉 영화 중 3위를 기록했다. 본 작품의 좌석 점유율은 54.4%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4DX의 56.3% 좌석 점유율과 거의 맞먹는다. 추억이 있는 20대와 입소문을 듣고 자란 10대들이 흥행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또한 팬덤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개봉 이후 12일 만에 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이돌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본 작품의 재관람률은 10.5% 로, 10만 이상 영화 중 역대 최고 재관람률 수치다.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극장 팬덤 현상은 올 하반기 국내 영화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어준 특별한 현상이었다. 팬덤 작품들을 일궈낸 바탕에는 스크린X·4DX 등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한 토종 상영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단순히 영화로만 본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라는 관객들이 인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 '20대' 관객을 잡아라
2018년 영화시장을 결산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우려와 달리 20대 관람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3년 대비 2018년에는 2529 세대 비중이 18%에서 22%로 4%포인트 올랐다.
이승원 마케팅담당은 "20대 관객은 여가 산업, 특히 영화 산업에 있어 근간이 되는 핵심고객으로 매우 중요하다. 극장에서 20대 고객이 이탈하게 되면 영화 관람 문화 자체가 낡은 문화가 된다"라고 20대 관객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젊은층의 이탈로 장르의 신선함, 소재의 특별함 그리고 공감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는데 올해 한국영화 중심으로 이 시도들이 실행됨으로써 매우 고무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3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탐정:리턴즈' '독전' '마녀' 등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었다.
콘텐츠를 넘어 20대 관객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플랫폼 활동도 중요하다. CGV가 지난 7월 최초 론칭한 자연 콘셉트의 잔디 슬로프 특별관 '씨네&포레(CINE&FORÊT)'는 SNS 상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20대 관객 비중이 48.9%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