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넥센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은 전면 드래프트제도 하에서는 다른 팀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넥센)
오는 12, 13일 열리는 KBO 리그 10개 구단 단장 회의의 최대 이슈는 '전면 드래프트 제도'다. 현재 신인 1차 지명 선수를 연고지에서 뽑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단장 회의에서 전면 드래프트 제도 개편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6일 "현재 지역 연고인 신인 1차 지명 제도에서 10개 구단이 성적의 역순으로 지역에 관계 없이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전면 드래프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KBO 리그는 1982년 출범 이후 줄곧 1차 지명 지역 연고제를 시행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은 전면드래프트 제도였다. 그러나 고교 대어들이 해외 리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망주 보호 차원에서 2014년부터 다시 1차 지명 제도로 회귀했다.
하지만 갈수록 서울과 지방 구단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전면 드래프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지방 구단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유망주들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 구단이 재능 있는 신인을 뽑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
현재 전국 고교 야구팀은 77개인데 서울에 16개 팀이 있다. 서울팀 평균 선수는 45명으로 지방팀의 34명보다 많다. 수도 많지만 질도 좋다는 평가다. 지방의 어린 유망주들이 서울로 전학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넥센)도 광주 출신이지만 중학교부터 서울에서 나와 1차 지명으로 뽑혔다.
서울 및 수도권 집중 현상에 지방 구단은 좋은 선수를 뽑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서울과 지방 구단의 1차 지명 선수의 수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만약 전면 드래프트 제도였다면 올해 1차 신인 안우진(넥센)이나 내년 1차 신인 김대한(두산) 등은 다른 구단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끈 내년 두산 1차 지명 신인 김대한.(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신인 드래프트는 2차 지명부터 성적의 역순이다. 올해 하위팀이 좋은 신인을 뽑아 전력을 보강해 내년에는 상위권 도약을 노릴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1차 지명 제도는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상 가장 좋은 선수를 먼저 거른 뒤 드래프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최근에는 한화가 피해를 많이 봤다"고 예를 들었다. "올해 가을야구를 했지만 한화는 그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다"면서 "그러나 NC와 kt 등 신생팀들에게 신인 우선 지명 혜택을 주면서 좋은 신인들을 뽑지 못했고, 2007년 이후 11시즌 하위권에 머물게 된 원인이 됐다"는 것. 때문에 지방 구단은 전력 평준화를 위해 전면 드래프트제를 외친다.
KBO는 내년부터 새 외국 선수 계약에 100만 달러 상한선을 만들었다. 여기에 FA(자유계약선수) 4년 80억 원 상한제도 추진했다. 몸값 거품을 걷어 구단 운영에 위기를 막자는 취지다. 다만 여기에는 지방 구단의 양보가 따랐다는 의견이다. KBO 관계자는 "이 제도들에 대해 지방 구단들의 반대가 있었다"면서 "돈이 제한되면 주거와 교육 등 환경이 좋은 서울팀과 어떻게 경쟁을 하느냐는 불만이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도권 팀들도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것. KBO 관계자는 "서울권 팀들은 외국 선수나 FA를 잡을 때 그만큼 유리하다"면서 "생활이 편리한 서울의 메리트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액수면 선수들은 지방보다는 서울팀을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연고 팀들도 할 말이 있다. 전면 드래프트제를 도입한다면 2차 드래프트도 폐지나 완화돼야 한다는 것. 한 서울팀 단장은 "좋은 선수들을 많이 뽑았다고는 하지만 2차 드래프트로 육성한 선수들도 상당수 빠져 나갔다"고 말했다.
현행 2차 드래프트는 입단 2년 차 이하 선수를 빼고 40명 보호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를 다른 팀에서 영입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실력은 있지만 1군 주전에 들지 못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영입하는 팀도 전력을 보강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2년마다 열린다.
2011년부터 시행된 2차 드래프트는 현재 4차례 실시됐는데 117명이 팀을 옮겼다. 두산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넥센(17명), LG(16명) 등 서울팀들의 유출이 컸다. 삼성·SK(13명), 롯데(11명), KIA·NC(8명), 한화·kt(6명) 순이다.
이 단장은 "전면 드래프트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면서 "서울팀들은 만약 제도가 바뀐다면 2차 드래프트를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단장 회의에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차 드래프트 주기를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보호 선수 명단을 늘려야 한다는 것.
리그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전면 드래프트 제도가 불가피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 그러나 서울 구단도 양보에 따른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연 오는 12일 열리는 KBO 단장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