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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컬링 개척자의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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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한국 컬링의 세계화 힘쓴 주인공
제자의 부당한 처우 개선 호소에 결국 불명예 퇴장

한국 컬링은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은메달로 사상 첫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영광의 주인공인 '팀 킴'은 자신들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를 폭로하며 김경구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 일가의 비리를 대중에 공개했다.(노컷뉴스DB)

 

올림픽 메달을 있게 한 한국 컬링의 개척자였지만 결국 마무리는 불명예 퇴장이다.

레슬링 선수 출신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은 한국 컬링의 개척자로 불린다. 컬링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국민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종목이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은 1990년대부터 한국에 컬링을 보급하고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로 컬링 전용 경기장이 만들어지는 데 힘썼다.

김 전 부회장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모지 개척을 위해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한국 컬링의 기틀을 다졌다. 경상북도에 기반을 잡고 지역에서 많은 선수를 배출했다. 덕분에 아들과 딸, 사위가 각각 선수와 지도자로 참가하는 등 김 전 부회장의 영향을 받은 가족이 한국 컬링의 전면에 나섰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지도를 받았던 ‘팀 킴’이 여자 컬링 은메달을 가져오는 등 오랜 노력의 결실도 맺었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은 결과적으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발단은 ‘팀 킴’ 선수들의 눈물 고백이다. 이들은 지난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에게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들에게 받은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고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한국 컬링의 개철자라고 불리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딸 김민정, 사위 장반석 감독 부부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팀 킴'의 호소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강도높은 감사가 시작되자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컬링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노컷뉴스DB)

 

선수들의 호소문은 ‘팀 사유화’와 감독 자질 부족’, ‘선수 인권’, ‘연맹 및 의성군과 불화 조성’, ‘금전 유용’ 등 크게 5개 부문에 걸쳐 지금까지 자신들을 지도했던 김 전 부회장 가족에게 당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비단 ‘팀 킴’에 그치지 않고 김 전 부회장 가족의 지도를 받았던 전 컬링선수와 한국컬링지도자협회, ‘팀 킴’을 지도한 캐나다 출신 피터 갤런트 코치 등도 김 전 부회장 가족의 전횡을 추가로 고발하는 등 폭로가 계속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함께 특별감사에 돌입했고 결국 김 전 부회장은 백기투항했다. 그는 지난 4일 취재진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사과문을 보내고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가 컬링계에서 완전히 떠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5년간 컬링만을 바라보며 가족과 친구의 희생과 함께 컬링의 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그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부족함이 너쿠나 컸다. 지난 10여년간 함께 한 선수들의 마음을 다 보듬지 못하고 상처를 준 것은 다 나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비록 스스로 컬링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뜻을 밝힌 김경두 전 부회장이지만 ‘팀 킴’이 주장한 여러 문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호소문의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바로 검찰 고발 조치할 것”이라며 “횡령이나 선수에 대한 욕성 등 부당한 대우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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