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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진은 '나도 엄마야' 대본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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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나도 엄마야' 최경신 역 우희진 ①

배우 우희진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스스로 '결혼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비혼 인구가 늘었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 또한 늘었다. '때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겨졌던 결혼, 출산, 육아는 이제 삶의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결혼, 임신, 출산은 여전히 단골 소재다. 특히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에서 두드러진다. 출생에 얽힌 기막힌 사연이 없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다. 친모, 친부가 진정한 부모인 것처럼 신성시하는 '핏줄 중심주의'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지난달 23일 124부작으로 막을 내린 SBS 아침드라마 '나도 엄마야'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영구 불임 판정을 받고 살아남기 위해 대리모를 구하는 여자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대리모가 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아이였고, 구체적으로는 임신과 출산이었다. 단, 아무 아이여서는 안 됐다.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 만한 '건강한 남자아이'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극의 많은 부분이 '아들'을 얻기 위한 집착에 할애됐다.

우희진은 여기서 대리모를 의뢰하는 재벌가의 큰며느리 최경신 역을 맡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악역이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만난 배우 우희진은 비상식적인 악행을 일삼는 인물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면 이렇게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다음은 일문일답.

▶ '나도 엄마야'가 시청률 10%를 넘기며 종영했다. 반응을 체감했나.

모르겠다, 반응을. 옛날과 달라서 시청률이 잘 나온 건지 안 나온 건지 잘 모르겠더라. 아침 시간이라 많은 분이 보실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참여도가 되게 좋더라. 보고 나면 반응을 많이 올려주시더라.

▶ 본인이 맡은 최경신 역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극을 극으로 봐 주셔서 극중 이름으로 불리더라. 이렇게 욕먹는 역은 처음이라서 마음이 조금 이상하더라. (반응을) 자주는 안 봤고 어쩌다 한 번씩 봤는데 괜찮았다. (시청자들이) 재밌게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마음이 나쁘지는 않았다. 당연히 악역이라면 욕을 먹어야지 하면서. (웃음) 악역이면 욕을 안 먹으면 안 되지, 했다.

▶ 최경신은 극중에서 아주 나쁜 역할이었다. 처음에 캐스팅되고 나서 주저하진 않았나.

아마 이게 착한 역할이었으면 아마 안 했을 거다, 저도. 왜냐하면 해 봤던 장르(아침드라마)인데 비슷하게 착한 역할이었으면 주저했을 거다. 여태까지 안 맡았던 거라서 한다고 했고, 감독님도 그래서 저를 캐스팅하셨다고 했다. 저랑 인혜 씨 둘 다 상투적이지 않은 캐스팅을 하고 싶었다고 얘기하셨다.

우희진은 '나도 엄마야'에서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최경신 역을 맡았다. 데뷔 후 이 정도의 악역을 연기한 건 처음이었다. (사진='나도 엄마야' 캡처)

 

▶ 악역은 처음인데, 연기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썼는지.

극이 중간으로 갈수록 극단으로 치달았다. 맨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이럴 수 있겠다 하는, 이유가 있는 악역이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 시놉시스 봤을 때는 너무 1차원적으로 하지 말고 다르게 해 봐야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극의 재미를 위해서 (뒤에서는) 극단적으로 가더라. 그 안에서 조금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웃음) 그게 시청자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 됐을 거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럴 수 있어' 하고. 저는 처음에는 최대한 이유 있는 악역을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욕심과 욕망, 야망이 드러나면서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해서 1차원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최경신은 처음 작품 들어갈 때 본인의 예상보다 더 독한 악역이었나.

감독님이 '희진 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악역일 수도 있다'고 그러셨다. '그렇진 않은데…' 했는데 점점 진짜 제 예상을 뛰어넘더라. 그땐 이제 이해를 하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그럴 수 있겠다. 사람이 이렇게 욕심에 눈이 멀면 이렇게 되나 보다' 하는 사람을 표현하려고 했다. 생각할수록 너무 괴로운 거다, 납득이 안 되니까. 사이코패스를 우리는 이해 못하지 않나. (최경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랬다기보다 욕심에 눈이 가려져 이렇게 됐다 생각했다. 그다음부터는 (연기가) 좀 편했다.

▶ 연기하면서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데, 싶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너무 많아서… (웃음) 그래서 휴대폰 가져오려고 했다. 거기에 대본이 나와 있어서. (웃음) 자기 권력을 위해서 방부제를 쓰고, 가족까지 해치고, 아이 생각하지도 않고 아이의 비밀까지도 폭로해서 협박하려는 것… 그런 것들이 좀, 납득이 안 됐다.

▶ 124부작이나 되는 장편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최경신이) 영원히 저주받으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고생하고 대가 치른 후에 잘됐으면 바랐는데 시간상 너무 건너뛰고 잘되는 걸 보여줘버리니까 너무 생략된 것처럼 보이더라. (경신이) 자기가 갑질해서 망하게 된 공장에 가서 양동이로 물을 쫙 맞는 장면이 있었다. 감독님이 양동이 물은 너무하니까 물컵으로 하자는 거다. '감독님, 그럼 이걸 찍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야지. 양동이 물도 조금만 따르라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축 부어달라고 했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이 시원하지 않겠냐고. 사실 이 여자가 저지른 만행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물 맞고) 축 늘어진 미역처럼 됐다. (웃음)

▶ 악역을 하면 보통 역할보다 더 감정 소모가 심하다고 하더라. 고함치는 장면도 많았는데 힘들지 않았나.

악지르는 씬을 찍는다고 하면 감정을 똑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현장 상황상) 끊어서 다시 찍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땐 마음을 편하게 해야 한다. (웃음) 마음을 비워야 한다. 처음인 것처럼. (웃음) 그렇게 바락바락 소리지르는 건 처음인데 연기 오래 하면서 트레이닝이 된 것 같다. 소리 때문에 어려운 적은 없었다. 훈련이 됐나 보다. 옛날 연기 보면 발성이 너무 안 좋아서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웃음)

우희진과 이인혜가 지난 5월 열린 '나도 엄마야'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이 상대역으로 함께 연기한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본인이 생각하기에 언제부터 발성이 좋아진 것 같은가.

언제부터 괜찮아졌지? '남자셋 여자셋' 때 떽떽거리는 깍쟁이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소리를 조금 더 질렀다. 동엽 오빠한테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그걸 하고 트인 것 같다. (웃음) 차츰차츰 목이 트인 것 같다.

▶ 이번 작품에서 이인혜와 처음 만난 건가. 같이 연기한 소감이 궁금하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인혜도 어릴 때부터 일해서 친근한 느낌이었다. 인혜는 여름에 많이 고생했다. 가을엔 제가 고생하고. 둘 다 초중반에는 일정이 많아서 일할 때만 보고, 막 재밌게 하지 못해서 아쉬운데 연기할 때 케미는 좋았다. 인혜는 강의도 하면서 연기했다. 리허설할 때 짬이 나면 허투루 안 쓰고 계속 대본을 보더라. 성실함이 굉장히 보기 좋았다.

▶ 태웅 역을 맡은 주상혁과도 연기했다. 아역이어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과거에는 (아역이) 연기 못하면 일부러 큰소리쳐서 울리고 그랬다. 여기 스태프분들은 다 아이 좋아하고 그래서 절대 그러지 않았다. 애기에 다 맞춰서 왔다. 애기가 뭐가 하기 힘들어서 하면 다른 씬부터 먼저 찍는 식으로. 한번은 울어야 하는데 애기가 저를 너무 안 무서워하는 거다. 자꾸 웃고. 극중 대사 그대로 해도 계속 웃는 거다. (웃음)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윽박질러서 울리는 건 싫고, 그래서 안약 넣을까 했는데 그게 무서워서 울더라. (웃음) 안약 넣는 걸 무서워하는 걸 그때 알았다. 다른 야외 촬영 때도 애기가 펑펑 울어야 되는데 (이전 촬영에서) 이미 너무 많이 울어서 지쳐서 눈물이 안 나오는 거다. 이번엔 진짜 안약 넣어야 하나, 싶었는데 또 막 울더라. 본의 아니게 울리게 됐다. (웃음)

▶ 극중 엄마 역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주상혁이 엄마라고 불렀는지.

인혜가 (아이를) 예뻐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나와서 저랑은 많이 못 놀았다. 저도 조카가 있어서 예전보다는 아이가 귀엽게 느껴지더라. 상혁이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 해피엔딩을 암시하면서 끝났다. 나중에 가족들이 어떻게 살 거라고 예상했나.

저는 그렇게 각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멀리서 응원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얽힌 게 너무 많다. 태웅이도 얽혀있고 딸도 나타났고, 이 조합이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가족으로 이미 한번 엮였던 사람들이니, 각자 응원하면서 교류하는 게 이상적이지 않나. 어려운 조합을 억지로 끼워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배우 우희진 (사진=황진환 기자)

 

▶ 임신과 출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특히 남아선호사상이 짙게 깔려 있었는데 대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침드라마 시청자 연령대가 젊은 층보다는 저희 어머니나 그 윗세대분들이다. 그 세대 분들은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저만 해도 차별 안 받고 자랐고 어머니도 그렇지 않았다. 할머니 시절 얘기인 것 같은데, 연령대가 있으시니까. 사실 지금도 뭔가 깔려있지 않나. (가업이나 재산을) 남자한테 물려줘야 한다, 이렇게. 작가님은 (현실에서) 아직 평등하지 못한 분들을 건드려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나 싶다. 저도 보면서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생각했다. 시청자분들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 작품 들어가기 전과 후에 결혼, 임신, 출산, 가족에 관한 가치관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개인의 사정과 처한 처지가 있으니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뭘 장려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거는 맞고 이거는 틀리고'라고 하기 모호한 일이 살면서 많다. 누구를 막 정죄하고 싶지는 않더라. 경신이가 한 것 중 자기 이익을 위해 했던 악행과 만행은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거지만, 결혼 출산 이런 부분은 정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저는 그전부터 그랬다. 남이 그런다고 나도 그럴 필요는 없지만 내가 안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성향이 너무 강해질수록 사람이 독선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좋지 않아 보인다. 예전에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사람 보고 왜 저럴까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너무 강하게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사람이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우희진 "여배우들이 연기할 수 있는 내용, 다양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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