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90년대 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 한국 사회 혼란상을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20년 전 그 사건이 극심한 양극화 등 현재 대한민국을 휘감은 수많은 모순을 빚어냈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까닭이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가부도의 날'은 개봉 첫날인 전날 전국 1178개 스크린에서 5724회 상영돼 30만 1324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순항을 알렸다.
이 기록은 역대 11월 개봉 한국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로, 종전 기록을 갖고 있던 '내부자들'(개봉 첫날 23만 949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국가 부도 사태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이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일터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선택을 다뤘다.
대한민국 최고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해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이 와중에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를 포착해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국가부도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한 뒤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공장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급기야 국가부도까지는 단 일주일이 남았다.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본 누리꾼들은 실제 본인 또는 주변인들이 이 사건으로 빚어진 당대 한국 사회 부조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각자 입장에서 의미심장한 감상평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n******'는 "'국가부도의 날' 보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었는가 눈물 난다"고, '@f*******'는 "'국가부도의 날' 봤고 유쾌하게 볼 수 없어서 끝나고 나니까 쫌 멍해짐"이라고 전했다.
영화를 통해 그려진,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을 미치는 당대 한국 사회의 무기력에 분노하고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여럿 눈에 띈다.
또 다른 이용자 '@Y********'는 "'국가부도의 날' 영화 감상평: 정말 거의 영화 내내 화났고, 불쾌했고, 슬펐음. 웬만해선 안 흔들리는 내 멘탈마저 무시하고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게 한 영화"라며 "허나 그것이 결코 영화의 작품성이 구려서는 아님. 본 사람은 알 것임.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최근에 나온 한국영화 중엔 수준급이라는 것을"이라고 평했다.
'@E****' 역시 "'국가부도의 날' 어제 퇴근하자마자 가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속이 답답해지긴 하지만 한 번은 보면 좋은 영화 같다. 근데 속은 답답해짐"이라며 "우리 다 그 시절의 여파에 떠밀리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때를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럴 듯"이라고 했다.
"20년 후의 나도 이렇게 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데 그때 회사 문 닫고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 심정은 어땠을지"(@C********), "'국가부도의 날' 보고 많은 걸 느꼈습니다. 항상 깨어 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s********),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속지 않는다'이다. 더 이상은 속지 말아야지"(@t******) 등의 글도 눈길을 끈다.
'@m********'는 "주로 영화를 혼자 보는 편이지만 어제는 '국가부도의 날'을 고등학생 아이와 같이 봤다"며 "영화 보는 동안 마치 자기 일인 듯 끙끙대며 관람하시던 옆자리 분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던 관람층, 영화를 보고 나서 질문이 많아진 아이"라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