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안드레이 바비쉬(왼쪽)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제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원전 수주 협조를 요청했다. 청와대는 국내에서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환경적 특성에 따른 안정성 문제를 고려한 것이며, 원전 수출과는 별개라는 투트랙 접근법을 재차 강조하며 '원전 세일즈'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프라하 시내 호텔에서 바비쉬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국의 뛰어난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 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24기 원전을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 추가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비쉬 총리는 "예정보다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원전 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우리도 준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면서도 "UAE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추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체코는 내년 말쯤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1000MW급 원전을 1~2기 건설할 예정인데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총 사업비만 21조 원 규모로, 이번 수주전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하며 해외에선 수출을 하려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적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단순하게 두 사안을 연결짓는 건 과도한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쓰는 것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며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특히 좁은 국토에 원전이 밀집돼 있다는 안전성 문제라는 한국적 상황도 상당히 많이 고려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개발하고 이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각 국가의 전략은 각국이 특성에 맞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책은 원전이 밀집된 상황과 지진에 취약한 지형을 고려해 비중을 줄이자는 것이며,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원전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국가엔 적극 수출하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은 우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향후 60년을 내다보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정책이 맞다"고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엔 한국의 첫 수출 원자력 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1호기 건설 완료 기념식에 참석해 국내 원전기업들의 중동 진출에 힘을 실었다. 이 때도 청와대는 중동의 탈(脫) 석유 기조를 들어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국내 정책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는 입장을 강조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엔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슬로바키아 원전 건설에서 한국을 선택한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월엔 한국 원전에 관심을 표한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국은 단순 원전 수출에 그치지 않고 사우디와 함께 제3국으로 공동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