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여당을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있은 3당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해찬 대표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선거 공약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선거 공약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촉발된 것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출입기자간담회 발언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지역에서의 비례성 약화를 보장하는 방안으로 우리가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0% 비례대표 몰아주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야당의 주장과 '100% 비례대표를 몰아주는게 아니다'는 여당 대표의 주장, 누구 말이 맞을까?
지난 25일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야3당 야3당 기자회견을 가진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사진=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비례대표제 개편 관련 발언은 정치인 이전인 시절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석패율 제도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석패율제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글에서 "현행 선거제도는 어느 정당이 전 지역에서 49%를 득표해도 한 명도 당선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49%의 국민이 단 한 명의 대표도 내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어느 정당이 어느 권역에서 20% 득표를 얻을 경우, 그 권역에 배정된 의석수의 20%에 해당하는 대표를 낼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선거제도는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들어오고 나서도 문 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후보 시절인 2012년 10월 22일 대선 공약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가 움켜쥐고 있는 기득권의 핵심은 고질적인 지역주의 구도"라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주의 기득권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구 의석을 200석, 비례대표 의석을 100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인 2015년 8월 10일에도 "의원정수 확대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며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 크게 합의해 내년부터는 영남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에서도 (새누리당이) 경쟁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5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이 직접 제안한 정책 아이디어를 접수·반영한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2017년 대선 때도 문 대통령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 이어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공약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소신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 2017년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와 함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추진이 명시돼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헌법개정안에서도 합산득표율이 65%인 두 정당이 의석 점유율은 80%가 넘는 점을 지적하며 국회 의석은 투표자의 의사에 비례하여 배분할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전부터 계속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주장한 셈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 정의당의 공약이다. 2017년 대선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한 바 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결과. (그래픽=김성기 감독)
현재 야당에서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는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개념이다. 큰 틀에서 보면 문 대통령이 공약해왔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같은 개념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발언에서 나타나듯 최근 민주당이 최근 '연동형'이란 개념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정당보조금 배분 방식처럼 교섭단체 정당에서 우선적으로 일정 수준의 비례대표 숫자를 보장하는 등 '절충형 비례대표제'를 언급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선관위는 2015년 국회에 권역별 비례대표제 개정안 의견을 냈고 각 정당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와 관련된 선관위의 공식 입장은 2015년 개정안"이라고 대답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제출한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선거 동시 입후보' 안을 제시했다.
개정의견은 전국을 6개 권역(①서울 ②인천·경기·강원 ③부산·울산·경남 ④대구·경북 ⑤광주·전북·전남·제주 ⑥대전·세종·충북·충남)으로 구분하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1로 정해서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 의석을 배분하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권역을 나누지 않고 정당 지지율에따라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정하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념이 된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공약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개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