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유튜브 등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 기업들이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송 사업자들도 거대 자본을 앞세운 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넷플릭스는 올해부터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유재석의 '범인은 바로 너!'·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YG전자' 등 예능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였고 최초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중 '킹덤'은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을 압축한 콘텐츠다. '시그널'로 작품성을 입증한 김은희 작가가 집필을 맡은 조선 좀비물로, 제작비는 회당 15~20억 원이다. 일반적인 드라마 제작비의 5배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시즌1 방영도 하기 전에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킹덤'에 대한 넷플릭스의 자신감을 알 수 있다.
유튜브는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뜨거운 글로벌 OTT 기업이 됐다. 소위 '유튜브 스타'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높은 수익을 벌어 들인다. 미디어 전쟁의 시대에 유튜브가 가진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개인 방송 콘텐츠의 성격이 강해 본격적인 현지화 카드는 꺼내지 않았지만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안에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뒷이야기를 담은 '번 더 스테이지'는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됐고 웹소설 원작인 오리지널 드라마 '탑매니지먼트'도 젊은 시청자들을 공략 중이다.
◇ 아시아에 통하는 韓 콘텐츠…OTT 자본 유입으로 성장·발전
글로벌 OTT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는 한국 콘텐츠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문화적 파급력은 여전히 유효한 '한류'로 증명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국에는 전 세계 관객들이 환호할 만한 걸출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있는 제작자와 배우들이 많다. 훌륭한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라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이유를 설명했다.
유튜브의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들의 성공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강한 힘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의 크리에이터 그룹과 협업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글로벌 OTT 기업과도 같은 외국 거대 자본의 유입은 콘텐츠 품질이나 유통 면에서 한 단계 더 발전을 기대하게끔 만든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규모로 투자와 제작이 이뤄지니 콘텐츠 역량이 확대되고 국내 콘텐츠의 새로운 소비 통로가 열린다. 지금까지 정체됐던 지상파 콘텐츠들 본격적인 경쟁을 통해 새롭고 참신한 코드를 찾아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 안방극장 진출하는 OTT 기업들…"자본 잠식으로 벼랑 끝" 그러나 국내 방송 사업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들은 거대 자본에 의해 방송 생태계 질서가 교란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넷플릭스는 이제 안방극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IPTV 후발 주자인 LG유플러스가 16일부터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방송사들과 달리 9:1의 차별적인 수익 배분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었다.
한국방송협회는 이에 반발해 두 업체의 제휴를 철회하라며 입장문을 냈다.
협회는 "넷플릭스는 플랫폼 수익의 50~60%를 배분받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85%에서 90%까지의 배분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이 거대 글로벌 기업에게 독점돼 국내 미디어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지상파로 구성된 방송사업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자본의 벽이 존재한다. 이대로 갈 경우 이들 기업들이 국내 방송사에 하청을 맡기는 OEM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자본 잠식에 따라 콘텐츠 자생력을 잃어 버리고 한국이 아시아 영향력 확장의 전초기지가 된다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라고 지적했다.
하재근 평론가 역시 "다만 국내 미디어 산업의 파이가 작다 보니 대규모 자본에 쉽게 종속되거나 방송 사업자들이 글로벌 OTT 기업에 밀려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지상파는 안 그래도 위기인데 더 벼랑 끝으로 몰릴까 걱정"이라고 경계할 지점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