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전 대법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영한 전 대법관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이로써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양승태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이 검찰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 고 전 대법관을 소환해 각종 재판에 개입한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한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1년 3개월간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산 법조비리 재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재판, 각종 영장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자, 당시 검찰 수사가 법관들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기밀을 빼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은 판사비리 수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심의관들에게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박병대 전 대법관을 3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후보고를 받았다"는 식으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 내에서 작성한 문건과 법관들끼리 주고받은 이메일 등 증거자료가 많아 혐의 입증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지난 7일엔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공개 소환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캐물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삼청동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조치를 논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차 전 대법관 역시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승태사법부 시절 사법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법원행정처장 3명 모두 검찰조사를 받게 되면서,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 소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