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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 MVP는 박병호' 폭소·숙연·눈물 KBO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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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빛낸 선수들'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정운찬 KBO 총재를 비롯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올해 프로야구를 환하게 빛냈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투수와 타자 등 각 부문 수상자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시상식을 열었다. 올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왕, 각 부문 수상자들에게 시상했다.

MVP의 영예는 홈런(44개)-타점(133개) 2관왕 김재환(두산)이 수상했다. 2001년 타이론 우즈 이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의 수상이다.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은 한 시즌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써낸 강백호(kt)가 차지했다.

이외에도 다승과 승률, 평균자책점, 세이브, 홀드, 탈삼진 등 투수 부문과 타율, 안타, 득점, 장타율, 출루율, 도루 등 타자 부문 수상자들도 트로피를 안았다. 퓨처스리그 각 부문과 심판상 시상도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성적뿐 아니라 소감도 자리를 더욱 빛냈다.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뼈가 있는 소감이 나오기도 했다. 시상식에 오르기까지 마음고생을 진하게 드러낸 수상자도 있었다.

먼저 퓨처스리그 타율(3할8푼) 타점(79개) 1위에 오른 임지열(넥센)은 "2년 동안 경찰 야구단에서 유승안 감독과 코칭스태프 덕분에 많은 기회를 얻어서 좋은 성적을 냈다"면서 "그런 경찰 야구단이 해체 위기에 있는데 정부와 KBO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내년 야구단 선수 모집 중단을 통보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상황에 대한 호소였다.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MVP로 선정된 두산베어스 김재환과 신인상을 수상한 KT 위즈 강백호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신인왕 강백호는 "프로 데뷔전보다 지금이 더 떨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강백호는 데뷔 첫 타석부터 홈런을 날리며 신인답지 않은 강심장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강백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영광을 돌리고 고생하신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겠다"며 지극한 효심을 드러냈다.

롯데 선수들은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홀드왕(25개) 오현택은 "11년 만에 수상은 기분이 좋다"면서도 "팀 성적 안 좋아 기분이 별로 좋진 않고, 내년 홀드상을 다시 받고 가을야구 가서 좋은 성적 내고 이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안타(190개), 득점(118개) 2관왕 전준우도 "내년에는 나만 이 자리 있는 게 아니라 팀도 위에 올라와 더 좋은 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이브왕(35개) 정우람(한화)은 싱글벙글했다. 팀이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뤘기 때문. 정우람은 "올해 팀 성적에 내 지분이 솔직히 20%는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사회자가 "더 솔직해도 된다"고 하자 "26, 27% 정도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타격왕(3할6푼2리) 김현수(LG)는 예의 재치 입담을 뽐냈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27경기 결장한 김현수는 "안 나간 사람이 승자, 어부지리라는 말도 있었는데 가슴이 많이 아팠다"면서 "안 나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라고 좌중을 웃겼다. 이어 "류중일 감독님이 1루수 출전을 시켰다가 부상을 당해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 "그러나 감독님의 선택이 옳았고 내년에도 1루가 비면 볼 수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19일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가 장타율상, 출루율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장타율(7할1푼8리)과 출루율(4할5푼7리) 2관왕 박병호는 사실 리그 최초 5년 연속 홈런-타점왕이 아쉽게 무산됐다. 그러나 이날 사실상 '입담 챔피언'에 올라 아쉬움을 달랬다.

박병호는 수상 소감 첫 마디에 "올해 넥센으로"라고 말하며 멈칫한 뒤 "죄송합니다, 히어로즈로 복귀하면서"라고 이어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올해를 끝으로 네이밍 스폰서십이 끝나는 넥센타이어를 의식한 발언. 히어로즈는 내년부터 5년 동안 키움증권과 계약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첫 소감 마지막에 "넥센타이어에도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어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3명 중 누가 잘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에도 폭소가 이어졌다. 박병호는 "내가 제일 잘한 게 맞는 것 같다"면서 "히어로즈의 성적이 가장 좋아서"라고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댔다. 김현수와 황재균(kt)은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1개 차이로 홈런왕에 오른 김재환에게 "얘, 축하한다. 내년에는 선의의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루왕(36개)에 오른 박해민(삼성)은 훈련소 입소로 시상식에 나오지 못했다. 대신 박해민은 영상을 통해 "내년에는 최초의 5년 연속 도루왕으로 이 자리에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MVP 김재환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약물 논란'을 의식한 듯 "정말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을 더 무겁게 가지고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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