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방탄소년단 무대를 큰 영화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나요!"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CJ CGV에서 단독 개봉한 15일.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CGV 홍대점은 10대 학생들로 북적였다. 수능일이라 많은 학교들이 휴업한 가운데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들뜬 얼굴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이 손에 쥔 티켓은 열이면 열,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였다.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는 19개 도시·40회 공연 기록을 세운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2017 BTS LIVE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의 뜨거운 현장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유력 경쟁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돌 그룹들의 콘서트 투어를 담은 영화가 이번에 처음 개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탄소년단의 영화만큼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킨 적은 없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30분 상영관에는 두 좌석 밖에 남아 있지 않았고 다른 상영 시간대 남은 좌석도 모두 한 자릿수였다. 신드롬으로 평가되는 'BTS(방탄소년단의 약자) 현상'이 영화 콘텐츠에도 통한 것이다.
상영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지만 10대 팬들은 약 1시간 전부터 영화관에 모여들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사복 차림의 학생들까지 다양했다. 앳된 얼굴에는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설렘이 가득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온 14살 중학생 A양과 이지우양은 휴업일이지만 교복 차림으로 영화관을 방문했다. 이들 손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협업한 라인프렌즈 캐릭터 'BT21' 봉투가 무겁게 들려 있었다.
두 학생은 "원래 구리에 있는 CGV에서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홍대점 예매가 제일 먼저 풀려서 여기 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도 중앙에 좋은 자리는 아니고 조금 사이드"라며 "예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사실 더 좋은 자리를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여기 바로 맞은편에 'BT21' 샵이 있어서 겸사 겸사 쇼핑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의 말처럼 'BT21' 캐릭터 상품을 소지하고 있거나 영화관 근처 'BT21' 샵에서 물품을 대량 구매한 팬들이 눈에 띄었다. 방탄소년단 팬 '아미'(ARMY)라는 정체성을 누구보다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16살 동갑내기 친구들인 또 다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첫 영화 보러온 것을 기념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햇수로 따지면 3, 4년 전부터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왔다.
이들은 방탄소년단 '신드롬'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처음부터 잘됐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시작한 팀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진심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오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 같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15일 오후 CGV홍대점에 10~20대 관객들이 모여 있다.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개봉일인 이날 CGV 측은 영화관을 찾은 10명 중 4명이 해당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고 밝혔다. (사진=유원정 기자/자료사진)
이미 유튜브로 '번 더 스테이지' 콘서트를 접했거나 실제 콘서트를 즐겼던 팬들에게도 이번 영화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모(15·강서구)양은 "공연을 직접 보는 것도 좋지만 큰 스크린으로 방탄소년단 공연을 즐긴다는 것이 너무 기대된다"면서 "예매율이 높아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데 팬들이 많기도 하지만 일반 대중들도 '방탄소년단이 대체 누구일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뿌듯해 했다.
영화 상영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티켓 오피스 근처 설치된 포토티켓 발권기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탄소년단의 포토티켓을 발권하려는 팬들이 몰렸기 때문. 상영을 마치면 아예 예매 창구 하나를 열어 직원들이 '특전' 엽서를 받아가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CGV 관계자는 "티켓 예매량만 15만 장이고 10명 중 4명은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를 보기 위해 CGV에 왔다고 보면 된다"면서 "아무래도 콘서트 현장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큰 스크린과 풍성한 사운드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즐기는 것이 매력적인 것 같다. 팬들이 즐기는 영화이기 때문에 'N차 관람'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예측했다.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현장감을 더욱 살린 '스크린 X'나 '싱어롱' 버전 상영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런 상영을 위해서는 따로 장기간에 걸쳐 편집 작업이 필요한데 이미 개봉한 상태라 논의가 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주된 관객인 팬들의 '니즈'가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30~50대 사이 관객들이 익숙한 퀸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차원에서 기획됐다면 이 영화는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보는 것에 목적이 있어서 그렇다"라고 두 영화의 차이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