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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단체, BTS에 '사과 요구'…번지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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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日 매체들, 유대인 단체 SWC 입장 받아쓰며 BTS 연이어 공격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SWC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나치 전범을 추적해 온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 비젠탈 센터'(Simon Wiesenthal Center, SWC)가 방탄소년단에게 '일본 국민과 나치즘 희생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매체들은 이 입장을 받아쓰면서, 자신들이 해온 방탄소년단에 대한 비판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SWC는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국제적인 인기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이 과거 나치 SS 데스헤드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사진 촬영을 했"고, "콘서트 무대에서 든 깃발은 나치 모양과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원폭 문양이 새겨진 '광복절 티셔츠'를 입어 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유엔의 초청을 받아 연설까지 한 이 그룹이 일본국민과 나치즘 희생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그룹의 경영진(기획사)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WC가 입장을 낸 글에 링크한 방탄소년단 RM 사진. (캡처 사진)

 

SWC가 지적한 '나치 모자'는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2014년 10월 한 패션잡지 화보에서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 앞 정중앙에는 하이켄크로이츠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 모자는 방탄소년단이 아닌 스타일리스트의 소장품이었다.

팬들은 화보 촬영 현장에서 여러 액세서리와 모자를 쓰느라 미처 확인을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때 해외에서 잠시 논란이 일어 잡지사와 소속사 측에서 사과를 했고, 그때 사진을 모두 내렸다고 밝힌다. 하지만 지금은 휴간된 해당 잡지사 홈페이지에서는 여전히 이 모자를 쓰고 있는 RM이 확인된다.

또 SWC가 언급한 콘서트는 2017년 진행된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이다. 방탄소년단은 게스트로 참여했다. '교실이데아' 무대에 선 당시 멤버들의 복장이나 흔들었던 깃발 등이 나치의 것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닮은 것일 뿐 나치와는 무관하다.

일본 매체들은 이 단체의 성명을 방탄소년단을 공격하는 도구로 인용하고 있다. 성명이 나온 후부터 일본 매체들은 '유대인 단체가 격노'했다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기사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가해자였던 일본의 주장과 피해자였던 유대인들의 주장은 그 맥락과 결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매체들은 자신들을 유대인 피해자들과 동일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얻는 근거로 SWC의 입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인들이 SWC에 방탄소년단의 나치 모자나 복장, 깃발과 관련한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등을 살펴보면 SWC의 트윗은 일본어로 된 글과 함께 많이 공유돼 있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적인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방탄소년단 입장에서는 이 논란이 절대 반가울 수 없다. 냉정히 계산해 보면 빠른 사과가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나치 문양 모자'가 스타일리스트의 소품이었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지금 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해명은 전 세계인을 상대로 쉽사리 설득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의 말대로 실제 과거에도 소속사나 방탄소년단 측이 사과한 바 있다면, 이번에 한 번 더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건 일도 아니다.

아울러 '광복절 티셔츠'에 대한 사과도 문제될 게 없다. 방탄소년단이 사과한다 해도, 이는 지금의 논란을 부추기며 힘을 얻으려는 일본 정부나 극우 세력에게 고개를 숙이는 게 절대 아니다.

원폭 문양이 문제된 만큼, 이 티셔츠로 상처를 입었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자와 평범한 일본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다. 원폭 사건은 국가를 떠나 인류사에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원폭 피해에는 일본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피해자도 상당수였다. 이 티셔츠는 그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일본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옹호하는 극우파이지 평범한 일본인들이 아니다. 많은 보도를 통해 알겠지만, 현재 이 티셔츠 논란은 방탄소년단의 일본 투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매진 상태이고, 티켓이 고가에 매매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이 장기화되면 이를 보도하는 매체들로 인해 극우 세력의 정서나 논리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질 게 뻔하다. 이들은 세계적 톱스타인 방탄소년단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세력을 결집해 나가려 할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분명 남다른 아이돌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국가, 인종, 성 정체성 등을 넘어서는 사랑과 위로를 이야기했고, 아동과 청소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그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방탄소년단이 감싸 안으려는 대상에 그들이 포함되지 않을 리가 없다. 감싸야 할 것과 비판해야 할 대상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극우세력에 대한 명확한 비판은 편향적인 역사 교육을 받고 있는 젊은 일본인들의 생각을 깨우는 데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오히려 그게 더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에 걸맞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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