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덴버 매리어트 호텔 로비의 레스토랑에서 정찬성이 출전한 UFC 파이트 나이트 139 중계를 보는 사람들.
UFC 25주년을 기념하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가 열린 11일 오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센터.
이날 덴버 날씨는 심술을 부렸다. 청명한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했다. 바람이 거셌다. 수은주가 5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UFC 팬들에게 궂은 날씨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언더카드 시작(오전 9시) 전부터 관중들이 줄지어 입장했다. 검색대가 세워진 경기장 출입구 앞 로비는 인산인해였다. 관중들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이날 대회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의 입에서 “코리안 좀비”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왔다.
오전 10시쯤 되자 UFC 25년을 맞아 복고풍으로 꾸민 경기장이 거의 들어찼다. 언더카드에서 KO승과 서브미션승 같은 피니시가 나오자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치열한 그라운드 공방 끝에 2-1 판정승이 선언됐을 때는 더 큰 환호가 터졌다. 반면 경기가 지루하거나 판정이 애매하면 여지없이 야유가 쏟아졌다.
낮 12시. 경기장 내 전광판에 메인이벤트, 코메인이벤트 출전선수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영상이 소개됐다. 덴버가 고향인 도널드 세로니와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등장했을 때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메인카드 여성부 스트로급 경기. 콜로라도주 출신 메이시 바버가 ‘더 퓨처’라는 닉네임답게 UFC 데뷔전에서 무시무시한 파운딩으로 한나 시퍼를 2라운드TKO로 제압했다.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반겼다. 20살인 바버는 UFC가 여성부 최연소 챔피언으로 점 찍은 재목이다.
세로니와 마이크 페리의 코메인이벤트. 고향팬들 앞에 선 세로니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세로니가 입장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핸드폰을 지켜들었다. 경기 중간에는 "카우보이"를 연호하며 힘을 실어줬다. 세로니는 암바 서브미션승으로 열렬하게 응원해준 관중들에게 보답했다.
사진=UFC 공동취재단
드디어 메인이벤트. 관중석 곳곳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정찬성은 힘차게 포효하며 옥타곤에 들어섰다. 4라운드까지 점수에서 야이르 로드리게스에 앞섰지만 종료 1초 전 불의의 팔꿈치 공격으로 KO패. 그러나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퇴장하는 정찬성에게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쳐줬다. 패했지만 정찬성은 "재밌는 시합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미국 정중앙에 자리한 덴버.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는 이날 격투기 전사들의 혈투와 관중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겁게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