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예장통합소속의 한 교회에서 교인들이 장로의 권고사임을 결의했다. 공동의회에서는 교인 290명이 찬성하고, 단 4명이 반대했다.
이 장로는 지난 8월 명성교회 세습결의를 용인한 통합총회 재판국원이었다.
"교인들이 뽑은 장로.. 교인 뜻 반영해야"교인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장로가 건강한 신앙고백을 따르지 않고 세습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장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교회를 대표해 노회와 총회에 파송했는데 교인들의 뜻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거다.
안수집사회를 비롯해 남선교회, 여전도회 등 평신도 모임은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많은 교인들이 같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재직의 절 반 이상은 세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준 장로에 대해 공동의회에서 치리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그리고 공동의회가 열렸다.
이 교회의 안수집사인 임정헌 집사는 장로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알고 난 뒤 참담했다고 말했다.
“장로는 우리 교인들이 직접 뽑은 우리의 존경을 받아야 할 대상이잖아요. 그런데 교인들의 생각과 달리 의사결정을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했다는 것이 너무 실망스럽더라고요.”
교단법상 장로는 항존직이어서 교인들은 사임을 권고하는데 그쳤지만, 이 교회 사례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판적 교인 참여 있었다면 명성 세습 총회까지 갈 필요도 없었어”“권한과 권위 분배와 견제 반드시 필요.. 교인도 권한 있어”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인들의 비판적 참여가 있었더라면 명성교회 세습문제가 총회까지 가지 않고도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교인들이 다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권한은 한 표로 행사될 수도 있고, 목소리를 내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교인들은 그 권한을 다 권위 있는 사람들에게 줘버렸어요. 목사의 권위, 당회의 권위, 장로의 권위 앞에 그냥 내려놓는 거예요.”
이 사무국장은 교인들이 문제의식을 갖기 위해서 목사의 말은 맹목적으로 따르는 반지성주의 신앙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주 사무국장은 교회 안의 권한과 권위는 분배와 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위 있는 사람이 권한을 갖고 개인적 사적 이익을 취할 때 그 권한은 권력이 된다”면서 “권력화 되지 않으려면 교회 안의 권위자와 권한을 가진 자가 적절히 분배되고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목사와 협력해 교회 치리하는 장로“서로 의논, 견제, 충고할 때 제대로 협력”교회세습반대운동 방인성 목사는 평신도 리더십인 장로는 목사와 협력해 교회의 행정과 권징을 관장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건강한 비판과 조언이 포함돼야한다고 말했다.
방인성 목사는 “협력이라는 말 자체를 목사의 계획이나 뜻에 동조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서로 의논하고 견제하고 충고하고 조언할 때 제대로 협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방 목사는 제왕적 리더십을 버리고 목사와 장로가 위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와 장로가 수평적 관계일 때 장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복수 리더십이 세워질 때, 비로소 하나님이 교회의 머리되심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거예요.”
“교회다운 교회를 위한 마지막 보루는 의식있는 평신도들”같은 교회 장로가 총회 재판국원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명성교회 세습사태를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임정헌 집사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서는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회가 잘못할 때는 교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거다.
“당회는 교인들이 뽑아서 파견한 장로들이 교인들을 대신해서 목사님과 함께 교회를 치리하는 장로교의 대의기구 아닙니까. 사회선교나 봉사를 할 때 교인들의 생각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의기능을 잃은 당회를 교인들이 문제의식 없이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놔둔다면 교회의 자정기능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집사는 “평신도들이 교회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갱신을 이야기하면 교회를 시끄럽게 하는 비판이라고 매도하기 때문에 교인들이 입을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당회와 평신도기구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교회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