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킹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우 류승룡, 주지훈,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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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분들이 (넷플릭스가)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줘요' 했을 때 사실 안 믿었어요. '정말 그러겠어?' 하고요. 근데 그렇더라고요." _ 김성훈 감독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는 온디맨드 형식으로 보고 싶은 때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하다. 동시에 '하우스 오브 카드',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나르코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빨간 머리 앤' 등 자체 제작된 작품을 다수 보유한 콘텐츠 기업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 1억 3700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확장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반 방송사보다 다룰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하고, 표현의 정도도 더 유연하다. '창작자 존중'은 그동안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한국 제작진에게도 자주 나왔던 말이다.
9일 오전(현지 시각)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킹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은희 작가, 김성훈 감독,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이 참석했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의문의 역병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라 전체를 위협하는 잔혹한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권력을 탐하며 왕세자를 위협하는 조학주 역은 류승룡이, 이야기의 키를 쥔 의녀 서비 역은 배두나가 맡았다.
앞서 8일 저녁에는 '킹덤' 1, 2화가 전 세계 최초로 'See What's Next Asia' 참석자들에게 공개된 바 있다. 아직 전 회차가 공개되기까지 2달 반(2019년 1월 25일 공개) 가까이 남은 만큼, 제작진과 배우들은 스포일러를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넷플릭스 제작 환경이 어떤지도 설명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영화 작업을 하다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만들었다. 작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김성훈 감독 : 내용을 떠나서 (화면이) 커다란 스크린이냐 모니터냐 하는 게 있었다. 드라마는 처음이어서, 스태프분들, 배우분들과 얘기했을 때 '킹덤'은 영화 3편을 찍는다는 생각으로 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아는 척하고 싶다기보다 그렇게 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하던 방식대로 했다.
▶ 초반에 좀비가 무엇인지에 관해 설명적으로 가는 느낌이 있다.김은희 작가 : 사실 앞쪽에 설명적인 부분이 있는 건 맞다. 좀 더 한국적인 좀비, 저희는 역병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더 많은 설정이 있다. 앞으로 계속 보신다면.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진 모르겠지만 권력과 배고픔이 역병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그런(설명적인)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
▶ 플랫폼(TV→넷플릭스)이 바뀌어서 혹시 어려운 점이 있었나.김은희 작가 : 저희('킹덤'이)가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로서는 처음이었다. 대본 창작 과정에서는 전혀 문제없었다. 대단한 영화감독님과 이런 협업을 하는 게 처음이고, (이 모든 게) 너무 처음이다 보니까 할 수 있는 실수가 많았던 것 같다.
'킹덤' 김은희 작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성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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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시즌 2가 확정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김은희 작가 : 대본 작업은 마무리됐다. 내년… 다 말씀드려도 되는 건가? (일동 웃음) 아, 아 여기까지. 죄송하다. (웃음)
▶ 원래 '킹덤'이 발표됐을 땐 8부작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시즌 1이 6부작이 됐다. 그 이유는.김성훈 감독 : 시즌 1 기획했을 때 8부작으로 했는데 6부작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줄였다.
▶ 만화 '신의 나라'가 원작이라고 돼 있는데, 드라마화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김은희 작가 : 2011년 '싸인' 끝나고 나서 이걸('킹덤'을) 기획했을 때 실제 드라마가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했다. 당시 와이랩이라는 만화 하시는 작가님들이랑 친분이 있었는데 ('킹덤'을) 만화로 해보는 게 어떻겠나 해서 만화용으로 대본을 드린 거다.
▶ '킹덤'이 일반적인 TV 드라마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혹시 포기할 수 없었던 이미지와 설정이 '잔인함'이라면 왜 그것이 극에서 그렇게 중요한지 궁금하다.김은희 작가 : 잔인함에 대한 건 제가 의도를 한다기보다는 개연성에 대한 문제라고 봤다. 익히 알고 있는 좀비 설정이라든지… (어설프게 나오면) 공감대가 깨질 수밖에 없지 않나. 아, 왜 이렇게 언어가 생각이 안 나지. (웃음)
김성훈 감독 : 저희가 이 작품을 할 때 잔인함을 과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작품에서) 리얼리티를 피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저희는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재까지 온 것 같다.
▶ 넷플릭스가 내용적으로 크게 간섭하지 않는데, 엄청 고화질로 찍어야 한다는 등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요구를 한다고 들었다.김성훈 감독 : 기술적인 거로 저희에게 요구했던 건 정말 달랐다. 내용적인 면도 그렇고. 외국 분들이 '(넷플릭스가) 무한한 창작의 자유를 줘요' 했을 때 사실 안 믿었다. '정말 그러겠어?' 하고. 근데 그렇더라. 책(대본)을 쓸 때 피드백을 계속 주는데, 단지 피드백을 줄 뿐이다. (내용을 보면) 서양권이나 다른 문화권에서 봤을 때 이렇게 여겨진다는 정도이지, 이렇게 하라는 식이 아니었다. (의견을) 참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완성되고 편집본을 보고 나서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나오는 장면이 불편하다고 (넷플릭스 쪽에서) 피드백을 주더라도, 이 불편함이 감독의 의도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이다. 저 또한 이 작품을 후반 작업을 하면서 다른 문화권,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걸 알게 돼 좋았다. 최종 책임과 선택에 대해 (넷플릭스는)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기술적인 면에서 저도 전문용어를 잘 모르지만, 일반적인 영화가 2K고 고화질 CG 작업할 때만 4K 작업을 하는데 저희는 전체를 4K로 하니까 2~3배의 힘이 든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좀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맥락이 잘 전달되고 감정이 잘 전달되고 창작자의 의도가 전달되면 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매대에 있는 과자도 천 원짜리든 500원짜리든 단 하나의 티끌이나 오점이 있으면 불량품이지 않나. 그동안 '아, 요 정도는 돼' 하고 넘어갔던 것들을, 그들이 퀄리티 작업을 통해서 다 걸러준다. '여기 조금 문제 있어요' 하면서. 최소 불량품은 안 판다는 거다. 예술은 그다음이다. 불량품을 안 만들겠다는 그들의 어떠한 자존감이라든지 자신감, 책임감 그런 것들은 좋은 경험이었다. 기술적인 체크를 전담해주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창작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킹덤'에서 각각 이창, 조학주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과 류승룡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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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의 작업 환경은 한국과 얼마나 다른가.주지훈 : 넷플릭스와의 작업, 일단 퀄리티 체크에서 제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웃음) 제가 걸러지지 않을까 해서 더 연기에 힘을 썼다. (일동 웃음) 사실 외국에서 한 작업이 아니다. 한국에서 기존에 저는 원래 너무 만나던 감독, 작가, 배우들과 같이해서. 노란 머리 외국인들이 현장에서 저희를 지키는 게 아니어서 전혀 불편한 게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상영회 끝나고 나서도 넷플릭스(로고)가 딱 나올 때 왠지 이상하고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 왜인진 모르겠다. 익숙하진 않아서일까. 정말 신기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오더라.
류승룡 : 힘든 한국영화 3편 정도 정성 들여서 찍는 느낌이었다. 넷플릭스와는 후반(작업)에서 조금 다른 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보안에 있어서 포스터 이렇게 (힐끗) 보는 것도 안 보여준다. 티저도 어저께(8일) 처음 봤고, 저도 어제 편집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처음 본 것 같다. 그런 점들이 굉장히 달랐던 것 같다. 포스터 자체도 1주일 찍었던 것 같다. 스케일 자체가 너무 크고. 밥 먹는 것도 보통은 바닥에 앉아서 먹었다면, (여긴) 세팅 쫙해 놓고 음악도 틀어놔서 '야, 이거는 좀 적용했으면 좋겠다' 했다. (일동 폭소)
김은희 작가 : 다 외국에 계신 분들이랑 일하다 보니까 화상회의를 해야 하는데 모든 작가가 낮밤이 바뀌어 있지 않나. 자꾸 아침 9시에 화상회의 하자고 하시더라. (웃음) 그게 신기했고, 창작 과정은 굉장히 좋았다. 대화가 너무 잘됐고 정말 좋았다.
김성훈 감독 : 제작 방식은 했던 방식으로 했다.
▶ '킹덤'은 땅끝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일종의 로드 무비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귀띔해 달라.김은희 작가 : 앞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선 지역적인 특색이라기보다는 출연하는 주요 인물들의 감정이 어떻게 얽혀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마 그런 쪽으로 더 가지 않을까.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지만, 경상도의 땅이 약간 주요 무대가 될 것 같다. 거기까지. (웃음)
▶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글로벌한 프로젝트인데, 배우를 각각 어떤 이유로 캐스팅했는지.김성훈 감독 : 190여 개국에 자막이 27개 언어로 나간다고 하더라. 더빙은 12가지 언어로 나가고. 아직 자막이 익숙지 않은 문화권이 있지 않나. 근데 그건 결과인 것이고, 저희는 옳다고 생각하는,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캐스팅했다.
내년 1월 25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는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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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의 좀비물은 현대의 좀비물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김성훈 감독 : 좀비가 등장했을 때 현대극과 사극은 좀 다른 게 있을 것 같다. 그 시대 그 역사가 갖고 있는 어떤 문화적, 지리적 특수성이 있고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현대물에는 좀비가 아무리 빨리 가도 차 타고 달리면서 총 쏘면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저희 좀비들은 3부에서 나타날 텐데 총을 쏜다 해도 총 1분에 서너 발씩 나갈 수 있는 정도다. 기술적인 예인데 현대물에서 등장하는 괴물 투입할 때와 사극에 넣을 때는 쾌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화장이 안 되는 문화(조선 시대)에 좀비를 어떻게 화장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부딪히면 아이러니한 재미가 나온다고 생각이 든다. 괴물에 대한 가장 동양적인 태도는 그거였던 것 같다. 한국의 귀신은 가장 피해자이지 않나. 좀비라는 것은 서구에서 나온 것이다.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는 거는. (저희는 역병 걸린 사람들이 사실은) 우리의 이웃, 배고픔으로 탄생된 이웃이었다. 처음에는 (역병 환자가) 척결하고 제거해야 할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상인 것 같다.
▶ 제작진도 '킹덤'을 얼마나 봤는지 조회수를 알 수 없나. 없다면 피드백은 어떻게 하나.김성훈 감독 : 아마 (넷플릭스 관계자) 표정을 보면 느낄 것 같다. (일동 웃음) 저희를 대할 때 하하 웃으면 많이 봤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