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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릴레이] 누가 뭐래도, 심바자와디는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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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시리즈 <힙합 릴레이=""> 46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디젤과 쿤디판다가 지목한 심바자와디입니다.

(사진=심바자와디 제공)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는 말이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좋지 않은 이미지가 박혀 버리면 고충이 많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심바자와디(Simba Zawadi ·본명 손현재)는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말을 자주 들어온 래퍼다. 특정 힙합 크루를 디스한 래퍼로 먼저 이름이 알려지면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겨난 탓이다.

심바자와디는 올해 7월 발표한 자신의 정규 1집 '네임즈'(names)에 그로 인한 고충으로 인해 꽤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그 무언가를 극복해낸 이야기를 녹였다. 총 10개 트랙을 '정주행'해서 들어보면 그 이야기들이 상당히 솔직하다는 점에 한 번 놀라고, 짜임새 있는 앨범 구성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최근 서울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바자와디는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향후 행보를 더욱 주목할 만한 래퍼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의 첫 정규앨범'네임즈'를 중심으로 두 시간 동안 나눈 대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소개를 부탁한다.
"심바자와디라는 래퍼다. 래퍼로서 처음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첫 오피셜 믹스테이프 '용기'를 발표한 2015년이다. 올해 7월 정규 1집 '네임즈'를 냈는데 이제야 '프로'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이전 인터뷰 주인공 디젤, 쿤디판다와 같은 '서리' 크루에 속해 있는 걸로 안다.
"'서리'는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너무 비슷해서 같이 음악적 교류를 하기 위해 만든 크루로 저와 디젤, 쿤디판다를 비롯해 비앙과 망가만이 속해있다. 크루원 중 망가만은 유일하게 래퍼나 프로듀서가 아닌 아트워크 디렉터다"

▷'보석집'크루에도 속해있던데.
"'보석집'은 크루라고 명명하긴 애매할 수 있다. 제가 정의하기로는 가사, 리릭시즘을 중요시 하고 작가주의적 앨범을 지향하는 MC들이 모인 집단이다. 크루로서 합작 앨범을 만드는 것 보다는 서로가 가진 음악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도움을 주고 만나서 얘기도 자주하는 모임이라고 할까.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서 소속되어 있는 이들 모두가 굉장히 만족하고 있는 집단이다"

▷랩네임 '심바자와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
"일단 '심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스와힐리어'라는 언어가 있다. 동아프리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언어인 걸로 아는데 그 언어로 '심바'가 '사자'라는 뜻이다. 전 크리스천이고, 음악적 정체성도 신앙을 중심으로 최우선으로 하는데, 성경에서 예수님을 표현하는 일종의 별명 중 하나가 '유다지파의 사자'다.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영향으로 '심바'하면 '어린사자' 이미지가 있지 않나. 저 스스로 '신의 자녀'라고 믿고 살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심바'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으로 '자와디'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겠다. '심바'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을 했을 때 올해로 7년째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를 스무살 때 만났다. 그런데 우연히도 여자친구가 한국 외대에서 스와힐리어를 배우고 있는 거다. 제 본명이 손현재다. 현재가 영어로 '프레젠트'(Present)인데, '프레젠트'가 '선물'이라는 뜻도 있지 않나. '자와디'가 바로 스와힐리어로 '선물'이다. 그래서 각각 의미가 있는 '심바'와 '자와디' 둘 다 버리기 싫어서 '심바자와디'라는 이름을 쓰게 됐다"

▷이름에 정말로 굉장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심바자와디는 어떤 음악을 지향하는 뮤지션인가.
"우선 첫 번째로 저는 제 신앙에 대한 고찰을 음악을 통해 하고 있다. 신앙이 삶에서 제1의 목적인 사람으로서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음악은 제가 살면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일 중 자아 속 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사색할 수 있는 일 중 음악이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그냥 힙합 음악이라고 하기보다 '한국 힙합'이라는 독립된 형태의 새로운 힙합을 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보통 저 스스로를 소개할 때도 '한국 힙합 아티스트'라고 하는 편이고"

▷심바자와디가 생각하는 '한국힙합'이란.
"가사에 자수성가에 대한 이야기나 투쟁적이고 계몽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힙합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힙합이 가장 언어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처럼 갱스터 문화나 마약 거래에 얽혀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런 언어적인 중심 가치를 잘 지키면 우리나라에서도 힙합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힙합에서 범죄와 스트릿 문화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반면, 투쟁, 지혜의 전파, 자수성가 등 언어적인 면에 집중하는 아티스트는 몇 없다고 생각한다. 영국힙합이 '그라임'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한 것처럼 한국힙합도 발전되었으면 한다. 제가 지향하는 바를 더 발전시켜서 코리안 힙합'이라고 했을 때 본토에서 '아, 코리안 힙합은 그렇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한국힙합이 발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래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심바자와디가 좋아하는 '한국 힙합 아티스트'는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일단 '보석집' 크루를 같이 하고 있는 김태균(테이크원) 형과 차붐 형. 그리고 이센스, 버벌진트, 도끼, 더콰이엇 등이다. 이들은 가사적인 면에서 영향을 줬다든지 힙합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든지 '한국힙합'에 이바지한 게 있는 사람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네임즈' 커버

 

▷올해 7월 발표한 정규 1집 '네임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앨범 제목을'네임즈'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네임즈'의 뜻인'이름들'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 숙어 표현 중 '에브리바디 콜 마이 네임즈'가 '모두가 나를 욕한다'는 뜻인데, '나는 왜 욕을 먹어야 하나', '난 욕을 먹으면서도 해야 할 게 있다'는 생각을 하며 앨범 작업을 시작했기에 '네임즈'가 앨범명으로 적절할 것 같았다. 불리고 싶었던 많은 이름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고"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나 걸렸나.
"작업은 작년 초에 시작했다. 처음 작업했던 곡이 '롤렉스'인데 첫 곡만 만들고 작업을 중단해야했다. 금전적 문제도 있었고, 실력적으로 정규 1집을 내기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공백기를 가진 뒤 다시 작업을 시작한 게 작년 9월이고, 올해 7월 완성해 발표하게 됐다"

▷어떤 생각과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했나.
"'누구도 하지 못할 말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 앨범을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보단 저의 비판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렇게 되면 다른 래퍼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힙합신에 속해있지 않다' '난 다르다'이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 행동했는데 이게 우리 모습이다'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다. 그러면서 동시에 힙합신 전반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앨범에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솔직함이 돋보이는 앨범인 만큼, 각 트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심바자와디가 어떤 뮤지션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번트랙'첫단추'부터 달려보자.
"좋다. 처음으로 제 이름이 크게 알려진 것은 하이라이트레코즈와의 잡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넌 첫 단추 잘못 꿴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넌 이미지적으로 손해를 보며 시작할 수 밖게 없다'는 말도 자주 들었고. 실제로 첫 믹스테이프 내고 랩 잘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잡음 이후 '랩 못한다'는 욕을 듣기 시작했다. '첫단추'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2번 트랙 '끝자리'의 경우 래퍼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공감이 가더라.
"유명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는 래퍼들 주변에 있으면 힙합신 내에서의 여론이 좋아진다. 실력이 좋지 않더라도 그렇다. '이유가 있겠지'라는 심리 때문이다. 저도 그걸 노릴 때가 있었다. 실력을 늘리려고 하기 보다 누구와 가까워져서 그 사람 이름값을 보려고 노력했던 거다. 그런데 그게 부질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은 나를 원하지도 않았고. 이 곡에서 '자존심 상하지 않으려고 자존심 상한다'는 가사를 썼는데 친구들에게, 힙합 커뮤니티 게시판 사람들에게 자존심 상하지 않으려고 자존심 상했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아서 인지 곡을 듣고 공감했다는 피드백을 SNS 메시지를 통해 정말 많이 받았다"

▷3번 트랙 '악수'로 넘어가자. 곡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형은 누구인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같이 랩 해보자'고 했던 형이 있다. 대학 힙합 동아리에 함께 속해있던 형이다. 아무도 켄드릭 라마를 모를 때 동아리 회원들에게 그의 음악을 들려주면서 '잘 될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안목이 좋은 형이었다. 그 형이 제가 군대에 가기 전 '같이 랩 해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나도 가능성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었다. 그리고 나서 군대에 갔다 온 이후 형과 함께 한창 음악을 같이 했는데, 형이 음악을 그만두는 날이 왔다. '악수'는 그때 감당하기 힘들었던 기억과 그 이후 이야기에 대해 쓴 곡이다"

▷4번 트랙 '우리'에는 '쇼미더머니'참가 당시 이야기를 녹였던데.
"개인적으로 한국 힙합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쇼미'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출연했다. '쇼미'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이 막노동 뛰지 않고 앨범을 낼 수게 해주는 탐나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힙합 관련 페스티벌 섭외가 '쇼미' 중심으로 이뤄지니까 나가서 한 번이라도 랩 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 앨범을 낼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그런 이유로 '보너스 게임'격인 '쇼미'는 안 할 이유가 없다. 또 '쇼미'를 나가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일인 신이 되기도 했다.

어찌됐든 '우리'는 '쇼미6' 참가 당시 2차 예선 때의 이야기다. 당시 그 곳이 한국 힙합의 축소판이라고 느꼈다. 그곳에는 돈 벌고 싶어서 나온 사람도 있고 저처럼 앨범 제작비 벌려고 나온 사람도 있고 앨범은 안 내면서 '쇼미'에만 목숨 걸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그런 '쇼미' 현장에선 같이 담배 피우면서 번호 교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싫은 티를 안 내는 암묵적 룰 같은 게 있다. 예를 둘어 촬영 때 평소에 별로라고 생각했던 래퍼를 비판하는 순간, 이상한 래퍼가 되어 버린다. 가사로 '돈 얘기만 하는 래퍼 싫어' '앨범 안 내고 방송만 하는 래퍼 싫어'라고 해놓고는 정작 현장에서는 친한 척 하는 거지. 그런데 내가 그걸 깼다. 이 곡 가사에 썼던 것처럼, 그동안 옳지 않다고 생각한 부분들에 대해 똑같이 인터뷰를 한 거다.

사실 당시에 질문이 자극적으로 각색되었던 문제가 있었다.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 때 '앨범을 통해 음악적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데, 인지도를 얻은 뒤 앨범이 뒷전이 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티스트들은 별로다' '미국에서 온 사람들이면 무조건 한국 래퍼들보다 잘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별로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촬영 때 질문은 '주노플로와 킬라그램을 인정 못 한다고 했다는데 이에 대해 답해달라'로 변해있더라.

그에 대해 '네, 인정 못합니다'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들이 포함될 수도 있지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럴 듯하게 돌려서 답한 거다. 그리니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회사에서 앨범을 안 내주는 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도 있겠네요'라고 하고 넘어갔다.

그러고 나서 '올패스'를 받고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대기실 반응이 이상한 거다. 킬라그램만 저에게 박수쳐주고 다른 사람들 반응이 이상했고, 그 상황이 난감했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싫은 건 아닌데...'굳이 불편한 얘기를 왜 하냐'는 형들의 말에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 형들도 가사에서는 그렇게 말했으면서 방송 촬영에서 대놓고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저를 비정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전 그 모습이 한국힙합의 전형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우리 안에 있는 우리이기에 서로를 물어뜯으면 안 되는 상황. '우리'는 그에 대한 모순을 느끼면서도 우리 안에 속하고 싶은 모순에 대해 이야기 한 곡이다"

▷5번 트랙 '혈서'는 '한국힙합'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이 담겨있는 곡 같은데.
"문화사대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난 얼굴은 노랗지만 랩은 흑인스럽게 해'라고 말하는 래퍼들이 많은데 흑인이라고 꼭 랩을 잘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우린 우리처럼 잘 하면 되는 건데. 랩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탈김치' '탈한국인'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는 것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내가 진짜가 되려면 흑인인 척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가 한국인이 아닌 게 자랑이 돼'라는 가사를 쓴 거다. 2절에서는 알고 보니 나 역시 문화사대주의라는 만성 질병에 빠져있구나 하고 깨달았던 일화를 담았다. 쿤디판다의 앨범 음감회에서 음악은 안 듣고 서로 번호 교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래퍼들을 보고 화가 나서 쿤디에게 '한국 래퍼들 왜이러냐'라는 메시지를 보낸 뒤 집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아, 결국 나도 똑같구나'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거든"

 

▷6번 트랙 '업햄'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속 등장인물인데.
"아버지와 같이 영화를 본 적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집중을 못하고 있을 때면, '좋은 책 읽은 것보다 좋은 영화 보는 게 유익하다'며 '영화 한 편 보자'고 하시곤 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그렇게 같이 본 영화 중 하나다. 극중 업햄은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무서워서 탄약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결국 적군이 동료들을 죽이고 내려오게 되는데, 그들은 전투의욕이 없는 업햄을 죽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간다. 그 장면을 보며 아버지가 '넌 저렇게 살면 안 된다. 저런 상황이 오면 맞서 싸우다 죽으라. 그게 옳은 행동이다'라고 강조하셨다. 당시엔 당연히 '그래야죠'라고 답했었는데 막상 그게 쉽지 않더라. 어쩌면 비겁한 업햄이 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곡의 가사에 담았다"

▷'엄햅'은 하이라이트레코즈를 디스했던 일화가 들어있는 트랙이기도 하다.
"잡음이 있었던 당시 하이라이트레코즈의 팔로알토 형이 힙합신에서 영향력이 있는 한 웹진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저와의 잡음과 관련한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저도 그 웹진 측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거절당했다. 전 그게 불합리 하다고 느꼈다. 결국 그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이 더 당당하게 보일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에 대해 싸우려면 그때 싸웠어야 했는데 무서워서 못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제가 싸우지 못한 게 업햄 같다고 느껴졌다. 당시 아버지가 그런 제 상황을 보며 힘들어하졌다. 오히려 그때 싸웠다면 일이 더 빨리 해결될 수도 있었을 텐데...어쨌든 '업햄'에는 그때 당시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실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또 '어그로 끈다'고 욕할 걸 알고도 썼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어그로를 끌어서 이득 본다고 하고 마케팅이라고 하는데 그로인해 길가다가 욕을 먹은 적은 있어도 이득을 본 적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최근 팔로알토와 공개적으로 화해를 했다. 그 모습이 이번 시즌'쇼미'에 짧게 담겨 화제가 됐고.
"그렇다. '과거 일로 악감정 갖지 말자' '앞으로 좋은 관계로 지내자'고 팔로 형과 얘기했다. '쇼미'에는 그런 대화를 나눈 장면은 편집돼 아쉽다"

▷이야기 나온 김에 팔로알토에게 한 마디 하고 넘어가자.
"형이 저에게 해준 조언, 값진 조언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명심하고 살아갈 거다. 형이 '서로 용서하자'면서 먼저 손 내밀어줘서 감사하다. 배울 점이 많은 형인 만큼, 그 길을 따라가고 싶다. 이걸 보고 제가 팔로 형에게 너무 아부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사실 전 원래 팔로 형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앞으로 좋아했던 형의 음악을 마음 편히 들을 수 있게 돼 기쁘다. 아, 그리고 형이 저에게 만나서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셨는데, 조만간 제가 먼저 꼭 연락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업햄'에 대한 이야기가 꽤 길었다. 7번 트랙 '롤렉스'로 넘어가자.
"앞서 언급했다시피 수록곡 중 가장 먼저 작업한 곡이다. '쇼미5'에 같이 출연하며 친해진 3명이 비와이, (김)효은, 해시스완인데, 어느 날 그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롤렉스 시계를 찬 모습을 봤다. 롤렉스는 힙합에서 자수성가의 상징 같은 것인데, 그들이 그 시계를 찬 걸 보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질투는 아닌데 뭔가 힘들었다. 저는 이루어내질 못한 걸 주변 사람들이 이뤄낸 모습을 봐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 롤렉스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전까지 저는 가사에서 그런 걸 샀다고 자랑하는 걸 폄하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못 가질 것 같으니까 욕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저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롤렉스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제 머릿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가에 대한 가사를 썼다. 롤렉스가 힙합에서 굉장히 상징성 있는 오브젝트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내용, 그리고 언젠가 내가 롤렉스를 차면 사람들은 생각을 할까에 대한 내용 등이 담겼다.

곡이 발표된 뒤 아직 금전적인 성공을 이뤄내지 못한 형들이나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래퍼들에게 이 곡에 대한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곡으로 인해 저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심바자와디, 재대로 할 줄 아는 래퍼구나'하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할까"

▷8번 트랙 '순정'은 앞서 랩 네임 소개에서 언급한 여자친구의 이름이 실명으로 언급된다.
"'래퍼'하면 클럽 가서 여자 많이 만나고 쉽게 '원나잇'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 않나.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래퍼들도 있고. 그런데 전 기독교인이고,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혼전순결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 혼전순결이라는 가치를 지닌 사람이 적은 시대이고, 제가 젋음의 도시인 홍대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네가 성경을 과대 해석한 거다' '쓸데없는 짓이다' '너 그러다 나중에 늦바람 든다'등 주제 넘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저를 여자도 못 만나본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순결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런 내용에 대해 다룬 이 노래는 여러모로 쓰기 힘들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문란하다고 취급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은유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다. 이 곡은 우리나라 래퍼 중 저만 쓸 수 있는 가사이지 않을까 싶다. 그와 동시에 제 여자친구 이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안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 (미소) 그런 만큼 많은 결정을 하고 쓴 곡이다"

▷9번 트랙은 래퍼 이센스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다 썼다는 것 자체로 흥미로운 트랙이다.
"앨범을 내고 나서 '네가 뭔데 이센스 이름을 제목으로 쓰냐' '또 어그로 끄냐'는 SNS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블랙넛이 '빈지노'라는 곡을 냈을 때는 사람들이 그렇게 욕 안하지 않았나. 그런 반응 역시 제 이미지가 나빠서 나오는 것이지 않나 싶다.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센스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손에 꼽는 래퍼이지 않나. 저에게도 역시 그런 존재인데 술자리에서 이센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이센스 가사 책보고 쓴다더라' '만나봤는데 별거 아니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센스 출소하고 나서 변했다' '의리없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에 대해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실제로 만나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제 주변인들 중에서도 이센스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거다. 그 모습을 보고 점차 음악을 해나가면서 각자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고, 변한 건 걔네들이지 이센스가 아니다라는 가사를 통해 말을 하고 싶었다.

2절에서는 저 역시 이센스처럼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을 언급하면서 '아,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을 가사로 썼다. 왜냐면 이센스는 나에게 옳은 기준이니까"

▷어느덧 마지막 트랙 '이름들'이다.
"이 트랙을 위해 나머지 트랙들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트랙이다. 우선 제가 욕먹고 '가짜'라는 이름을 달게 된 것에 대해 내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여태껏 떳떳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에 대해 썼다. 그리고 난 존경심이나 우정을 다지는 술자리가 아닌 힙합신 내에서의 정치적 이유를 위한 술자리에서 술잔을 부딪치지 않기로 했다는 다짐을 얘기했다. 랩 하는 사람들이 '형제'라는 말을 되게 좋아한다. 홍대에서 번호만 교환하면 형제라고 하는데 전 그게 싫다. 그런 사람들에게 배신당항 적도 있고. 그래서 난 떠날 거라고 얘기한 거다.

힙합신에 염증을 느낀 사건도 언급했다. '쇼미6' 당시 (우)원재 옆자리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 친구가 많은 상처를 가진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원재가 유명해지고 난 뒤 원재의 아픔도 모르면서 '알약 두 봉지' 등을 언급하며 SNS상에서 원재와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래퍼들을 보면서 역겨움을 느꼈다. 그걸 보며 처음으로 힙합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저에게 랩이 아닌 음악에 대해 처음 알려준 '건배'라는 프로듀서 형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그 형이 저에게 음악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전'음악을 위해 포기까지 해야 돼'라고 되물었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이젠 음악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넣었다.

결론 부분에서는 돈 많은 척, 여자 많은 척, 인기 많은 척 해야 하는 래퍼,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래퍼의 가치를 포기하고 나니 제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힙합의 모습이 보였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구절은 '힙합'으로 끝나는데, 래퍼가 아니려고 노력을 함으로서 힙합이란 것과 닮아져있다는 생각을 표현한 거다.

이 앨범을 다 듣고 제 의도를 파악한 건 김태균 형인데, 이 곡의 마지막 구절을 제일 좋아해줬고, 그래서 되게 기뻤다.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두 번만 듣고 저를 평가해줬으면 한다"

 

▷정규 1집을 낸 소회, 그리고 심바자와디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정말 자신 있는 앨범을 냈는데 반응이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저의 나쁜 이미지가 이번 앨범을 폄하하게 만든 것 같다. 그걸 후회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마저도 이겨내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헤이터(hater)들 마저도 투 썸즈 업(two thumbs up)'이라는 버벌진트 가사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이번 앨범을 내고 '당신을 실력 없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라는 SNS 메시지를 받기도 했었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더 노력할거다.

또 올 연말에 1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열려고 한다. 콘서트를 무료로 진행해서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오게 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걸 보고도?'라고 하고 싶다. 물론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와주셨으면 한다.

아울러'서리' 크루 앨범도 준비 중인데, 올해 안에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거다. 그리고 '네임즈'의 CD 발매도 앞두고 있다"

▷심바자와디에게 이전 인터뷰 주인공인 디젤과 쿤디판다는 어떤 동료들인가.
"쿤디판다는 이상하게 만난 인연이다. 그 친구가 먼저 저를 디스했었는데 , 전 그에 대해 감정이 상하지 않았었다. 그 이후 '쇼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됐을 때 '전 당신의 디스에 감정 상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구리다고 생각하면 대놓고 욕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쿤디가 그 말에 꽂혀서 연락을 자주 하더라. (웃음). 당시 쿤디가 성인이 되기 전인데, 그때부터 알고 지내고 있고 지금 현재 가장 믿고 있는 사람이자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하는 사람, 인간적으로도 의지하는 사람이다.

디젤은 쿤디를 통해 알게 됐다. 저와 코드가 잘 맞고 음악적으로도 잘 맞는다. 딪델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서 확신을 잃고 있었던 시기에 저를 만났는데 저도 그런 시기를 겪은 적이 있기에 조언을 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디젤이 다시 음악에 재미를 찾게 됐고, 큰 발전을 이뤄냈다. 제가 그들보다 나이 몇 살 더 많아서 가지고 있는 장점은 먼저 겪어본 것들을 조언해 줄 수 있는 점이다.

쿤디와 디젤 모두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믿고 있는 동생들이 저를 지목해줘서 고맙고 '서리'크루 앨범 같이 멋지게 완성해고 싶다"

▷심바자와디가 지목할 다음 인터뷰 주인공은.
"얼마 전 '보석집' 크루에 합류한 라임어택 형을 지목하겠다. 제가 처음 본 힙합 공연이 '불한당' 크루 창단 공연이었다. 형이 '노이즈맙'으로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고 압도당했던 기억이 있다. 저와 좋아하는 음악도 비슷한 형인데, 형이 제 음악을 인정해줬을 때 정말 좋았던 기억도 있다. 최근 형이 '나스'라는 좋은 앨범을 냈다. 작가 주의적으로 봤을 때 흠 잡을 때 없는 앨범이니 그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중요한 말이다. 전 앞으로도 제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그에 대해 디스하고 비판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힙합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면 손해 보더라도 해야하는 거다. 쟤가 하는 얘기가 누굴 비난하기 위해서인지, 쟤가 생각하는 멋진 힙합을 위해서인지에 대해서 올바르게 판단해주셨으면 한다. 또 그런 저를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또, 개인적으로 한국 힙합이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영향력 있어졌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그만큼 자존감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한국 힙합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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