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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이제 절 보면 '현감!'이라고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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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정제윤 역 김선호 ①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정제윤 역을 맡은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어, 현감 아니야?"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안면소실증을 앓는 한성부 참군 정제윤 역을 연기했던 김선호는 요즘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밥 먹으러 가거나 차 마시러 가면 "현감이잖아?", "맞지, 현감?"이라는 인사가 뒤따라온다고.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 서다 지난해 KBS2 '김과장'으로 드라마에 진출한 김선호는 거의 2년째 공백기 없이 일하고 있다. tvN 역대 시청률 4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마친 '백일의 낭군님'은 그의 첫 사극이었다.

지상파에서도 10%대 시청률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15%에 가까운 시청률이 나왔고,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사랑받은 작품인 만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만 김선호라는 실제 이름이나 극중 이름 정제윤이 아니라, 현감으로 불린다는 게 특징이다. 본의 아니게(?) 이름을 잃은 셈.

'백일의 낭군님'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선호를 만났다. '투깝스' 종영 인터뷰 때도 우연의 일치로 1:1로 만났던 그를, 이번에도 1:1로 만났다.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백일의 낭군님'이 끝났다. 사전제작 드라마라 촬영은 한참 전에 마쳤을 텐데, 드라마 끝난 게 실감 나나.

방송을 시청자 입장으로 봤다. (웃음) 종방연 때 사람들이랑 마지막 인사하면서 '우리 이제 안 모여? 안 봐?' 이랬다. 앞으로 같이 놀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아쉽고 서운하더라.

▶ '백일의 낭군님'이 첫 사극이다. 합류하게 된 계기는.

늦게 합류했다. (이종재) 감독님이 대본을 받고 (저를) 처음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때 작품을 바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 조금 쉬어야겠다고 했다. 그런데 또 한 번 연락이 왔다. 사극은 너무 어렵지 않나. (사극) 말투도 있고. 고민 많이 했다. 그러다 결국에 리딩 전날 결정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좋지 않나. (김)기두 형도 좋고 조현식 형도 '김과장'에서 만났었고,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는 작품 할 때 지치지 않으려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해야 하는 것 같다.

▶ 정제윤은 지식과 식견이 풍부하지만 서자 출신이라 출셋길이 막힌 인물이었다.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소실증'을 앓는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방송이니까 편집돼서 잘 나온 편이다. 저는 시선 처리 부분을 노력했다. (극중에서도 제가) 행색이나 음색으로 알아본다고 얘기한다. 그거에 맞춰서 하려고 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 (웃음) 안면소실증 때문에 율(도경수 분)도 못 알아보지 않나. 근데 '어? 너무 빨리 알아보는데?' 하는 때도 있었을 거다. (제 안면소실증 에피소드를 풀)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 과정을 다 보여주기 위해 제게 (분량을) 할애할 수 없으니까.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김선호는 극중 매우 똑똑하고 잡기에도 능하지만 서자여서 출셋길이 막힌, 동시에 혼자 일을 벌여 '정굳이'라는 별명을 지닌 정제윤 역을 맡았다. (사진=tvN 제공)

 

▶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해서 '정굳이'라는 별명도 있었는데 실제도 일을 먼저 찾아서 하는 편인지.

아니다. (웃음) 저도 '정굳이'라는 말이 웃기더라. (웃음) 굳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해서… 저도 대본 보면서 '제윤아, 제발 좀 가만히 있어'라고 중얼거렸다. 송주현 촬영을 문경에서 했는데 한양 세트장이랑 문경은 엄청 멀다. '이럴 거면 송주현 가지마', '송주현에 있다가 다음에 또 한양으로 간다고?' 이러면서 봤다. 너무 '정굳이'였다. 저랑은 다르다. (웃음) 저는 이왕이면 한 장소에서 해결하자는 주의다.

▶ 방금 말한 것처럼 권력 암투가 일어나는 한양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사는 송주현을 누구보다 활발히 오갔다. 이동 거리가 멀어서 힘들지는 않았나.

아마 가장 많이 왔다 갔다 했을 거다. 가끔은 (제가 이동한) 거리가 어느 정도지?' 하고 가늠해 보기도 했다. 재밌었던 건 두 곳의 분위기가 워낙 달랐다는 거다. 궁궐 쪽 촬영장 분위기는 진중하고 삼엄한 편이었다. 재밌는 일이 있어도 둘만 조용히 말하고 그러는데 송주현은 '야, 이거 재밌지!', '이거 어때요?' 이런 식이다. 제 말투도 (장소에 따라) 좀 다르게 했다. 궁 쪽에서는 좀 더 진지하게 정극 같은 사극 톤을 했다면, 송주현에서는 조금 풀었다. 저한테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오가느라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이 극의 분위기가 이랬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제윤이가 되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극중 홍심(남지현 분)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홍심의 어떤 면이 좋았다고 생각하나.

사실 안면소실증이라는 게 병이지 않나, 병. 그런데도 홍심이를 알아본 거다. 그래서 전 쉽게 생각했다. 아마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와 닮지 않았나, 하고. (제윤은) 엄마 아빠가 다 돌아가셨다. 내가 아는, 유일하게 기억하는 얼굴과 닮았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저는 그게 제윤의 어머니라고 봤다. 그렇게 하니까 스스로 타당성이 생겨서 연기하게 편했고 설득이 됐다. 저도 (어떤 설정을) 합리화하고 설득이 되어야만 연기할 수 있으니까.

홍심이 저한테 보여준 모습은 털털 그 자체였다. 솔직하고 당찬 신여성이었다. 제윤이도 열린 사람이니까 그런 모습에 더 끌리지 않았을까. 제윤이는 극중에서 정말 겁이 없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몇 초라고 한다. 그거면 된다고. (웃음) 저는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극중에선) 가능하다고 봤다. 홍심이의 매력은… 싫은 걸 싫다고 하는 것? 그런 게 더 매력으로 다가왔다. 제윤이가 서자라 직위가 낮다고 해도 그렇게 낮은 신분이 아니었는데도 홍심이는 솔직하게 다 말하니까. 그걸 보고, '오, 나랑 닮았네?' 했을 것 같다.

▶ 제윤도 홍심에게 연심을 품었는데, 결국 율/원득과 홍심이 이뤄졌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었다. 혹시 아쉬움은 없었나.

아쉬움이… (웃음) 근데 제가 결말이 좋으면 율이에게 안 좋으니까. (웃음) 얘기가 많은 와중에도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다. 저희(드라마)랑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타까운 건 (제윤이도) 좋은 여자 만났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거다. (웃음)

정제윤은 극중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 전개를 설명하는 역할이었다. (사진=tvN 제공)

 

▶ 제윤은 왕세자 율과 연모하는 여인 홍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자주 촬영장에서 만난 사람이 둘일 텐데, 도경수-남지현과 연기해 보니 어땠나.

애들이 너무 인성이 훌륭하다. 경수한테 너무 감동한 게 있다. 아이돌이라고 하면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먼저 와서 말 걸어주고 제 고민도 들어줘서 진짜 너무 고마운 동생이다. 지현이는 새벽 세 시고 네 시고 다섯 시고 인상 한 번 안 쓰는 사람이라, 호흡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 배우들끼리 엑소 콘서트에 다녀왔다고 하던데.

그때 주변 카페 잡으려고 하는데 정말 반경 2㎞ 안에는 자리가 없었다. 온 동네에서 '으르렁'을 틀어놨더라. (웃음) 대단함을 느꼈다. 그걸 보고 '우리 드라마 안 망해!', '봐봐. 다 콘서트 보러 왔어' 이런 얘기를 했다. (웃음)

▶ 사극에 도전해 보니 어떤 점이 좋았는지 궁금하다.

누군가와 감정을 심하게 부딪치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제윤의) 서사가 있긴 하지만 보여주지 않았다. 사건을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 시청자가 (드라마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짚어주는 역이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 이야기가 원활하게 갈 수 있도록. 그래서 가장 목표로 삼은 게 과하지 않은 위트와 편안한 대사 톤이었다. 제가 극중에서 제윤으로서 제대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제가 뭐 설명할 때 보면 보통 대사 서너 줄은 읊는다. 그런 대사를 시청자들이 잘 알아들으려면 딕션도 중요하지만, 나(제윤)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해야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정돈된 톤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면서 배우지 않았나 싶다.

▶ 드라마를 찍으면서 마음에 들었거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면.

하고 나서 마음에 든 건 한 장면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아쉽고 아까운지 모르겠다.

▶ 그럼 질문을 바꿔보겠다. 찍으면서 재미있는 장면은 무엇이었나.

보고 기뻐서 웃었던 장면이 있다. 현감 집에 송주현 사람들이 오는 거였는데, 저한테 말도 없이 촬영 장소에 다 자기 자리 잡고 앉아있더라. 그걸 보고 갑자기 너무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과 함께해서 좋다고 느꼈다.

▶ 드라마 방송 중에 시청자 반응을 확인했는지.

저는 포털 실시간 톡을 봤다. 재밌더라. '현감 왜 저래?', '일 좀 하지 헛소리만 하고 있고', '아, 쟤(현감) 나오면 고구마다' 이런 것들. 제가 봐도 답답했다. (웃음) 그리고 현감이란 이미지가 강해졌다. 어디서 누가 알아봐도 "맞지, 현감?" 그 후에 이름을 물어보신다. 제 이름은 제윤인데. (웃음) 부모님도 너무 재밌게 보셨다. 경수랑 지현이 칭찬도 너무 많이 하시고. 저희 밥집 사장님은 구돌(김기두 분)이 팬이라고 하셨다. 연령층이 다양한 만큼 누구를 좋아하는지도 다 다르더라. 한복도, 그림도 너무 예쁘고 정말 행복한 드라마였다.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자연인'으로서의 생활을 예전만큼 누릴 수 없는데, 요즘 어떤가.

전 아직도 지하철 타고 다닌다. 밥집도 혼자 다니고. (웃음) 알아보셔도 그냥 인사만 하셔서. 많이 알아봐서 불편해지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알아봐주시면 전 고맙고 좋더라. "어, 누구 아냐?", "너무 재밌게 본다" 이렇게 해 주시니 아직은 여유가 있다. (웃음)

▶ '백일의 낭군님'은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높았는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사극이란 소재가 일단 어른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시청자분들에게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거다. 정통 사극처럼 역사적인 이야기보다는 그 시대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니까. 어느 마을에서 결혼을 한다는데 이유가 비가 안 와서라고 하니까, 그런 소재가 위트 있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중간부터 봐도 되는 드라마랄까. 제가 듣기론 동네 찜질방에서 그렇게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 (웃음)

▶ 드라마가 이 정도로 잘 되리라고 예상했나.

믿기지가 않았다. 처음에 시청률 5%도 믿기지 않았다. 다들 비결이 무엇일 것 같은지 물었다. 경수 지현이 연기도 물론 좋았지만, 궁-송주현 사람들까지 모두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한 덕인 것 같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김선호가 대본을 받으면 꼭 상상해 보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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