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넘깁니다' 두산 김재환이 5일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회 우중간 큼직한 2루타를 날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다.(잠실=두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두산-SK의 한국시리즈(KS) 2차전이 열린 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중심 타선이 터져야 이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1차전에서 두산은 적시타가 나오지 않아 패배를 안았다. SK와 같은 7안타에 3개 더 많은 9개의 볼넷을 얻어내고도 3 대 7로 졌다. 득점권 타율은 2할이었고, 잔루는 11개나 됐다.
특히 중심 타자들이 아쉬웠다. 3번 박건우가 5타수 무안타, 4번 김재환도 4타수 1안타 1볼넷에 머물렀다. 이날 타점은 최주환의 3개가 전부였다. SK 4번 박정권이 결승 2점 홈런을 포함해 3타점, 4번 제이미 로맥이 1안타 1타점을 올린 것과 대비가 됐다. 김 감독은 "3, 4번에서 막혔는데 어쨌든 중심이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두산 중심 타선은 2차전에서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특히 4번 김재환이 2루타 2방을 포함해 3안타 1득점으로 시동을 걸었다. 전날 내야 안타의 아쉬움을 장타 2방으로 날렸다.
박건우는 여전히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지만 김재환이 살아나면서 타선에 힘이 붙었다. 5번 양의지가 2안타 2타점 2득점, 6번 최주환이 쐐기 2점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연쇄 폭발했다. 두산이 7 대 3으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올해 홈런(44개)-타점왕(133개)에 오른 김재환으로서는 살짝 아쉬움은 남는다. 4번 타자로서 아직 타점이 없는 점이 쑥스러울 만하다. 그러나 일단 방망이 중심에 맞는 정타들이 나오면서 상승할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2회 날린 우중간 2루타는 작은 구장이라면 홈런을 기대할 만한 타구였다.
2016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김재환이 한국시리즈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사진=노컷뉴스)
경기 후 김재환은 "2회 타구가 컸다"는 말에 "문학구장이어도 아마 담장에 맞았을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1차전에 좀 부진했는데 오늘 그래도 3안타를 기록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실 4번 타자는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기 마련이다. 특히 단기전인 가을야구에서는 한 방이 있는 거포에게 좋은 공이 쉽게 오지 않는다. 넥센 박병호 역시 SK와 플레이오프(PO)에서 고전하다 5차전 9회에서야 천금의 동점포를 날렸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이승엽(은퇴)도 일본과 4강전에 가기까지 1할대 타율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재환은 "상대도 국내 최고 투수들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진짜 안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어 "여기에 모두 집중하기 때문에 공도 좋다"고 말했다. 김재환도 지난해 KIA와 KS에서 5경기 타율 2할1푼1리 1홈런 3타점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김재환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 한다. 김재환은 "4번으로 상대 견제가 부담이 되느냐"는 질문에 "나는 4번 타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4번 타자라는 인식보다 두산이라는 팀의 일원으로 KS를 치른다"는 것이다.
꼭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기회를 살려 나간다면 동료들이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재환은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타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김재환이 출루하면 양의지가 적시타를 날렸고, 또 다음 타자인 최주환이 해결해줬다.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양의지, 최주환의 감이 좋은 만큼 상대 투수들이 김재환과 승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 김재환은 "3년 동안 KS를 치르면서 그래도 경험이 조금씩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KS 3~5차전은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 열린다. 김재환은 올해 8경기에서 타율 2할7리 1홈런 1타점으로 궁합이 좋지 않았다. 특히 3차전 선발 메릴 켈리에게는 12타수 1안타 4삼진으로 더 약했다. 4번 타자의 굴레를 벗고 각성하려는 김재환. 과연 자기 부정의 역설이 부담과 약점의 극복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