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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된 영등포 밀가루공장 '대선제분' 문화공장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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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시 제공)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을 나와 문래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십미터 높이의 거대 원통형 건축물이 눈에 띈다. 영등포 '대선제분' 공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다. 영등포 제분공장은 1936년 문을 연 밀가루공장으로, 근현대화 과정 속에서도 80년여 년 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시설이다.

서울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8,963㎡ 규모의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구상안을 6일 발표했다. 2013년 공장이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5년 넘게 멈춰 있었던 대선제분 폐공장을 밀가루 대신 문화를 생산하고 사람이 모이는 '문화공장'으로 탈바꿈해 내년 8월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재생사업 추진 선포식'은 오후 3시 박원순 시장과 정성택 대선제분㈜ 대표이사,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등 관계자, 지역 거버넌스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선제분 공장에서 열린다.

◇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 추진

이번 사업은 서울시와 토지주, 사업시행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되는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이다.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후 운영 등 전반을 주도해 진행한다. ㈜아르고스는 대선제분㈜으로부터 재생사업과 관련한 재생계획 수립 및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기업이다.

(사진=서울시 제공)

 

㈜아르고스는 8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공장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간이 가진 스토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가치중심'의 재생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영등포구 영신로87)은 사일로,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동으로 구성된다. 이들 시설은 전시와 공연, 식당과 카페, 상점, 공유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처럼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낡은 공간의 재창조를 통해 영등포 일대 부족했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다.

◇ 1단계 대선제분 공장 명소화 → 2단계 장기 프로젝트 추진

이 사업은 2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먼저 1단계 마중물사업으로 공장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 채 전시‧공연, 식당‧카페, 공유오피스 등을 조성한다. 전체 23개 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3,256㎡)이 대상이다.

대형창고(1936년 건축, 2,126㎡)는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가변적 상업공간으로서 레스토랑, 갤러리카페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정미공장(1936년 건축, 1,167㎡)은 기획 전시장, 기업 홍보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식당(1936년 건축, 1950년 화재 후 신축, 555㎡)은 기획 전시공간 및 고급 레스토랑으로 조성되며, 목재창고(1936년 건축, 1,272㎡)는 창고 내 수많은 기둥을 활용한 숲 같은 내부환경으로 꾸며 근린생활시설, 전시 대관 및 조망가능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2호창고(1936년 건축, 2,498㎡)는 증축을 통해 높은 천장고를 활용한 공공전시관, 창업지원공간과 공유오피스 등 공공지원 공간으로 조성하며, 사무동(1936년 건축, 1,499㎡)은 증축 을 통해 제분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근현대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관 및 사무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1단계 사업 과정에서 대선제분 공장 주변 보행로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합 정비한다. 시민들이 영등포역(1호선), 문래역(2호선)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로환경 정비도 진행한다. 또, 공장 내 전시공간을 활용해 문화전시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공공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1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12월 중 착공,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나머지 2단계 사업은 사일로 등 대규모 구조물의 활용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현재 계획 수립 중에 있다.

이번 사업은 서울의 몇 안 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이라는 대선제분 공장의 가치에 주목해 전면철거 대신 도시재생 방식으로 그 가치를 보존하고자 했던 서울시의 계획과 ㈜아르고스의 제안, 그리고 토지소유주인 대선제분㈜의 전향적인 결단으로 가능했다.

서울시는 2013년 공장 이전 이후 단순 물류기능만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의 미래 활용 방안을 두고 2016년부터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이 과정에서 패션쇼(2016 F/W 서울패션위크)를 비롯해 신차 발표회 같은 대기업 런칭행사를 유치하며 폐공장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런 노력 끝에 서울시와 대선제분㈜, ㈜아르고스는 공장 원형을 보전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문화‧전시‧상업이 연계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합의하고 올해 4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르고스 대표이자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이기도 한 박상정 대표는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대선제분이 창업한 공간으로서 대선제분의 뿌리와 같은 곳"이라면서 "원 주인의 이야기를 담아 역사와 이야기거리가 있는 건축물들의 핵심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 도심내에 위치한 80년이 넘은 공장으로 과거의 원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서울에 몇 안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이라며 "이러한 소중한 공간을 토지 주 스스로 보전하고 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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