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앵란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남편 신성일 씨의 빈소에서 취재진에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대스타 배우 신성일이 4일 오전 타계한 가운데, 아내인 배우 엄앵란이 심경을 고백했다.
엄앵란은 오늘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고인의 최근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부산영화제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 직전에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돌아, (부산에) 가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며 내려갔다 왔는데 그러더니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걸 볼 때 정말 가슴 아팠다.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이런 사람이 옛날부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넘어가는 남편을 붙잡고 울었다"고 덧붙였다.
생전 고인에 대해 엄앵란은 "가정 남자가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안의 남자가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자기는 영화만 하러 다녔다"고 기억했다.
이어 "집에서 하는 것은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며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는데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고인의 마지막 말을 묻자 "난 3일 전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봤다. 딸이 '아버지 하고 싶은 말 해봐'라고 하니까 '재산 없어'라고 했다더라. 그리고 나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했다. 그걸 들으면서 그 남자는 역시 사회적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존경했고 55년을 살았다"고 털어놨다.
어제 발생한 사망 오보와 관련해서 엄앵란은 "우리 남편이 돌아가셨는지 확인하려고 제주도에서도 전화가 왔다. 어떤 남자는 울기도 했다. 그런 팬들의 변화를 겪고 나니까 우리의 가정사나 사생활은 완전히 포기할 수 있었다"며 "이 사람들 때문에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흉한 꼴 보이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