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스쿨미투 소속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 박재영(23)씨(사진=김광일 기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내 성폭력·성차별 피해를 호소하던 청소년들이 주말인 3일 직접 거리로 나섰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을 비롯한 전국 30여개 학생 단체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인 이날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첫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피해 사실을 트위터·페이스북에 게시하거나 교내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폭로가 이 자리에서는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육성으로 이어졌다. 다만 상당수 발언은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주최 측 관계자가 대신 읽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중학교 스쿨미투 고발자는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는 성희롱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교사들이 "예쁜 학생은 내 무릎 위에 앉으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주겠다. 옛날 학생들은 안마해달라고 하면 서로 해주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이 고발자는 "우리는 보호받아야 할 선생님들에게 추행과 희롱을 당했다"며 "선생님들에게 수도 없이 피해를 호소했지만 사과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 스쿨미투 관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고등학교 졸업생은 "학교에서 여성성을 강요받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들을 샐 수 없이 들어왔다"며 "저희가 참고 넘겼기 때문에 후배들이 더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김광일 기자)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과 졸업생들은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을 학교와 사회에 요구했다.
스쿨미투가 처음 시작된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 박재영(23)씨는 "저희 목표는 특정 교사의 교권 박탈이나 특정 학교 체제의 붕괴가 아니다"라며 "부조리가 발생한 근본적인 사회구조적 원인을 찾아 뿌리 뽑길 원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여학생들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위계질서를 기억한다"며 "학교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직접 부당한 권력행사를 감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최 측 추산 2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상당수는 '여성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선글라스나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사진=김광일 기자)
한편 이날 주최 측은 일부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보도하지 않기로 하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동의한 언론사에 한해 촬영을 허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현장을 지나던 한 외국인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었고 "공적인 공간에서 집회하는 걸 왜 찍지 못하게 하느냐"고 항의하다 경찰과 주최 측 제지로 결국 삭제했다.
주최 측은 "얼굴이 드러났을 때 처벌을 받거나 피해를 보게 될 참가자가 있을 수 있고 이 중에는 실제 성폭력 피해자들도 있다는 이유로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했다. 오는 18일 오후에는 대구 동성로에서 2차 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