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한국시리즈에서 두산과 SK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맞붙는다. 사진은 두산 김태형(왼쪽), SK 트레이 힐만 감독.(사진=노컷뉴스, SK)
곰과 비룡 군단이 10년 만에 한국시리즈(KS)에서 맞붙는다. 그러나 상황은 10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10년 전 우열 관계가 정반대가 된 모양새다.
두산과 SK는 4일부터 열리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KS에서 격돌한다. SK가 넥센과 플레이오프(PO)에서 5차전 혈투 끝에 올라와 KS 진출 티켓을 얻었다.
두 팀의 KS는 2008년 이후 꼭 10년 만이다. 2007년에도 두 팀은 정상을 놓고 격돌한 바 있다. 2000년대 후반 한국 야구의 중흥을 이끈 두 팀이 2010년대 후반에 다시 맞붙어 팬들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그 사이 두 팀의 전력은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에는 SK가 두산에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현재는 곰 군단이 막강한 전력으로 SK에 앞선 모양새다.
2007, 2008년 SK는 자타 공인 최강팀이었다. 조범현 감독이 탄탄하게 전력의 기반을 다진 가운데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술의 극대화를 이뤘다. SK는 2007, 08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2위 두산과 4.5경기였던 승차는 2008년에는 무려 13경기나 났다.
K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SK는 2007년 두산에 2패를 먼저 안고도 내리 4경기를 잡으며 창단 첫 우승컵을 안았고, 2008년에도 1패 뒤 4연승했다. 2007년 KS 4차전에서 쾌투로 분위기를 바꾼 주역이 당시 신인이던 현재 에이스 김광현이었다. 2008년 KS MVP가 현재 주포 최정이었다. SK는 이후에도 2012년까지 6년 연속 KS에 나서 3번의 우승을 거두며 SK 왕조를 열었다.
'10년 전의 라이벌'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와 2009년 플레이오프까지 숙명의 대결을 펼쳤던 당시 두산 김경문(왼쪽), SK 김성근 감독.(자료사진=노컷뉴스)
두산도 김경문 당시 감독의 조련 속에 강팀의 전력을 갖췄다. 이종욱, 고영민 등 두산 육상부들이 SK 정근우, 김강민 등과 함께 뛰는 야구로 KBO 리그의 수준을 높였다. 신고 선수 출신 김현수도 혜성처럼 나타난 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 두산은 SK와 치열한 접전 끝에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고, 2009년에는 PO에서도 SK에 2연승 뒤 3연패를 안으며 패퇴했다. 결국 두산은 2001년 KS 우승 이후 2005년까지 2000년대에만 3번의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두 팀의 처지는 역전됐다. SK는 2012년 이후 왕조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떠나거나 쇠퇴하면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KS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5년 동안 가을야구도 2015년과 지난해 5위 와일드카드로 턱걸이를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올해 6년 만에 KS 진출을 이룬 것이다.
반면 두산은 2013년부터 최근 6시즌 동안 최근 4년 연속이자 5번이나 KS에 진출했고 2번 정상에 올랐다. 특히 고액 FA(자유계약선수)는 장원준이 유일했지만 김재환, 박건우, 최주환 등 꾸준히 선수들을 길러내며 '화수분 야구'의 정점을 찍었다. SK와 삼성에 이어 두산 왕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해 두산과 SK의 성적은 정확히 10년 전과 반대 양상이다. 올해 두산은 2위 SK와 승차가 무려 14.5경기다. 10년 전 SK가 두산에 앞선 13경기보다 많다. 전력 면에서 상전벽해처럼 변한 셈이다.
다만 SK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두산과 8승8패로 호각을 이뤘다. 10년 전에도 두산은 SK에 8승10패로 만만치 않은 전적을 보였고, KS에서도 SK를 상당히 괴롭혔다. 과연 10년 만에 맞붙은 두 팀의 KS가 과거의 대결과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흘러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