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에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이 정부 누리과정예산으로 지원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원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정부 예산 집행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관료, 법조인들도 노골적으로 사립유치원을 편든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CBS노컷뉴스는 '고삐 풀린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품으로' 연재 보고서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확보 방안을 비롯한 법과 제도의 개선점을 모색한다.[편집자 주]
대구 경북고등학교 부지에 설립된 10학급 규모의 단설유치원 '황금유치원'이 2016년 개원했다.(사진 제공=대구시교육청)
중·고교 부지 내 단설유치원 설립이 국공립 유치원 확대에 매우 적절한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이 방안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바 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이 방안을 국공립 유치원 확대 대책에서 적극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집단적으로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사립유치원의 폐원 신청과 정부관리 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에 대거 불참함으로써 장기적인 저항 태세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 단체는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교육당국의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사립유치원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할 거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사익 보장을 내세우며, 학교 체제인 '유아학교'에 들어오길 거부하는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를 공공성의 길로 이끄는 수단이 필요하다. 특히 전체 사립유치원의 43%를 차지하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국공립 확대가 관건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정공법을 제껴두고 에둘러 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용인 지석초등학교에 단설유치원 부지와 예산까지 확보해놓고도 학교장의 반대로 추진을 멈췄다.
◇ 대구시교육청, 중·고교 부지에 단설유치원 4개 40학급 신설대구에서는 2016년부터 중·고등학교에 단설유치원 5개를 개원했다. 10학급짜리 4개, 15학급짜리 1개 등 55개 학급이다. 경북고, 농업마이스터고, 상원고, 경상중 등 4개교에 2016년 각각 10학급짜리 단설유치원을 개원했고, 삼영초에 15학급 규모의 단설유치원을 2018년 개원했다.
'중·고교 부지 내 단설유치원 설립'은 교육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에도 핵심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대구 중·고교 부지 내 단설유치원은 기존 도심에서 부지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공립학교 부지를 활용한 것이다. 한 곳당 시설비는 용지값을 빼고 70~80억원이 들었다. 학교부지를 활용하면 100억원 미만의 적은 재정으로 학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단설유치원을 신설할 수 있는 것이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단설유치원을 신설하려면 3세, 4세, 5세 연령당 최소 7-8학급으로 21학급에서 24학급으로 신설하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연히 해당 지역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있었고, 중·고의 일부 학부모 반발도 있었지만 극복했다.
대구시교육청 주진욱 학교지원과장은 "대구에서 중·고 부지 내 단설유치원을 해보니 민원이 없다. 기존 도심에 중·고 부지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단설유치원용 중·고교 부지 많음에도 고려 안 해서울시교육청은 2022년까지 공립유치원 유아수용 목표 40% 조기 달성을 위한 대책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그 대책의 주요 방안은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한 병설유치원 설치, 단설유치원이 설립되어 있지 않은 7개 자치구와 학교 이적지에 단설유치원 설립, 2019년에 공영형 유치원 10개원 운영, 2022년까지 매입형 유치원 40개원 280학급 추진 등이다.
여기에서 중·고교 부지 내 단설유치원 추진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서울에 중·고교 부지가 없어 단설유치원을 못 짓는 게 아니다. 학교부지가 여유 있는 공립 중·고등학교는 수십 곳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 여유 부지에 단설유치원 한 곳당 20학급 규모로 지을 경우 국공립 유치원 유아수용 50~60% 확보는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지역 공립 중·고부지 중 노원구 경기기계공고의 부지가 넓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학교 후문과 가까운 관사는 몇년째 방치 중이며, 주변의 대학과 초등학교까지 모두 모여 있는 교육촌이다.
또 동작구의 서울공고는 보라매역과 인접한 곳에 넓은 테니스장이 있어 여유 부지가 넓다.
서울 중구의 성동공고 부지, 서초구의 서울고등학교 부지, 강남구의 수도전기공고 부지 등을 볼 때 부지를 찾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서울에도 얼마든지 단설유치원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경기고등학교는 숲으로 덮여 있어 자연체험형 유치원을 신설하면 도심속 아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립 유치원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중·고 부지 내 단설유치원은 중고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아무래도 유아에 대한 안전 문제가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고교 부지에 단설유치원 4개를 개원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별도로 분리된 공간에 단설유치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단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급식 문제 역시 단설유치원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병설유치원을 통합한 단설유치원의 경우 통학차량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 경기도교육청, 중·고 부지 및 유휴교실 활용한 고강도 방안 검토 중경기도교육청은 국공립 유치원 취학률 40% 조기 확대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관내에 사립유치원이 1,100개로 전국 사립유치원의 4분1을 차지한다. 이 곳은 3년여의 강도 높은 감사로 반발도 가장 세고, 그 영향으로 '처음학교로' 참여율도 18%로 매우 저조하다. 그런 만큼 '처음학교로' 등록 마감도 11월 15일까지로 2주 늦췄다.
'처음학교로' 마감 이후 발표될 경기도교육청 국공립 확대 대책은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 부지와 유휴교실을 적극 활용한 고강도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지석초, 따놓은 단설유치원 계획마저 '이기주의'로 무산 위기경기도교육청 관내에는 택지개발지구가 많아 공립 단설유치원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러나 용인 지석초등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 의해 추진되는 단설유치원 설립 계획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이 학교에 90억원이 투입되는 단설유치원 신설 계획은 경기도교육청의 재정투자심사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이 학교 교장과 학교운영위는 온갖 이유를 들어 유치원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지석초등학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부모 의견은 "유치원생 및 유치원 교육활동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침해 및 학습활동 위축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등의 16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학교 교원들 역시 3분의 2가 반대했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지, 교장과 교사 자신들의 불편함만 따지는 이기주의적 발상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지석초 관계자는 취재 요청에 "교장 휴대전화가 비상연락망에서 지워져 알 수 없다"며 "자신의 이름도 알려줄 수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