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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주효' 주효상, 이보근 위한 '착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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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같은데 실책인가?' 넥센 주효상이 30일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0 대 1로 뒤진 2회말 2사 2, 3루에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린 뒤 1루로 달리는 모습. 그러나 본인은 실책인 줄 알고 크게 기뻐하지 않는 표정이다.(고척=넥센)

 

넥센 포수 주효상(21)이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입단 3년째 엄연한 후보 포수지만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영웅 군단'을 벼랑에서 잡아당겼다.

주효상은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SK와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고 3 대 2 승리를 이끌었다. 1, 2차전에서 15점을 뽑아낸 SK 타선을 2점으로 묶었고, 타석에서도 천금의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2연패 끝의 귀중한 첫 승을 견인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주전 김재현 대신 주효상을 선발로 냈다. 이날 선발 투수인 한현희의 전담 포수기도 했지만 공교롭게도 김재현은 앞선 1, 2차전에서 승부처 번트 실패의 부담감이 있었다. 더욱이 이날 SK 선발도 언더핸드 박종훈이라 우투좌타인 주효상이 괜찮은 카드였다.

넥센의 주효상 카드는 완전히 주효했다. 주효상은 한현희와 찰떡 호흡을 이뤄 5⅓이닝 6피안타(2홈런) 7탈삼진 2실점 호투를 합작했다. 홈런 2개를 내줬지만 5회말 얻은 결승점을 지켜 승리의 발판을 놨다.

주효상은 한현희가 내려간 뒤에도 빛났다. 오주원-안우진-이보근-김상수 등과 무실점 역투를 합작했다.

'우진아, 오늘 슬라이더가 살짝?' 넥센 주효상이 30일 SK와 PO 3차전에서 7회를 안우진과 함께 무실점으로 막은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고척=넥센)

 

특히 두 차례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먼저 6회말 1사 만루에서 한현희가 강판한 상황. 주효상은 베테랑 좌완 불펜 오주원과 배터리를 이뤘다. SK도 1차전 MVP 박정권을 빼고 대타 정의윤을 내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정의윤은 올해 오주원과 승부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효상-오주원은 침착하게 정의윤을 상대했고, 3루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이닝을 마무리하며 3 대 2, 1점 차 리드를 지켜낸 순간이었다. 사실 다소 가운데로 몰린 높은 속구였는데 정의윤의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간 행운도 따랐다.

8회도 위기였다. 이보근이 투입된 가운데 넥센은 선두 타자 김강민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했다. 주효상이 재빨리 송구해 처음에는 아웃 판정이 내려졌지만 비디오 판독 뒤 번복됐다. 무사 2루에 상대 타순은 한동민-최정-제이미 로맥으로 이어지는 최강 조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넥센 배터리는 위기를 넘겼다. 한동민이 번트 실패에 이어 속구 정면승부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최정과 로맥은 절묘하게 떨어진 포크볼에 속아 역시 헛스윙으로 돌아섰다. 넥센이 사실상 승기를 잡은 장면이었다.

경기 후 주효상은 "한현희 형과는 정규리그처럼 리드했다"면서 "그만큼 형의 공도 좋았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8회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분석팀에서 준 자료대로 했다"면서 "이보근 선배의 가장 좋은 공으로 갔고, 타자 반응도 봤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2타점 적시타도 때렸다. 0 대 1로 뒤진 2회말 2사 2, 3루에서 주효상은 1루 선상 적시타를 날렸다. 그러나 팀 더그아웃 쪽을 향해 두 손을 들어서 모으는 '원 팀 세리머니'는 없었다. 주효상은 "실책인 줄 알고 세리머니를 할 수 없었다"고 웃었다. 주효상의 타구는 1루수 박정권 앞에서 불규칙적으로 튀는 행운이 있었다.

특히 인터뷰에서는 선배를 배려하는 마음이 돋보였다. 넥센은 8회 2사 2루에서 장정석 감독을 비롯해 야수진이 모두 마운드로 모였다. 상대 타자가 2회 홈런을 날린 4번 로맥이었기 때문이다. 1루가 비어 거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정면 승부를 택했고 로맥을 삼진으로 잡으며 환호했다.

'거를까, 말까' 넥센 투포수와 내야진, 장정석 감독이 30일 SK와 PO 3차전 8회 2사 2루에서 상대 4번 타자 제이미 로맥과 대결을 앞두고 마운드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고척=넥센)

 

마운드 집합 상황에 대해 주효상은 "로맥을 거를까, 말까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근 형이 '자기가 던질 테니까 믿고 받아보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보근이 정면승부를 선택했다는 것.

하지만 이보근은 경기 후 사뭇 다른 상황을 설명했다. 이보근은 "사실은 벤치에 로맥을 거르겠다는 뜻으로 사인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로맥이 홈런도 쳤고 다음 타자가 오늘 교체 투입된 나주환 형으로 첫 타석이라 확률이 그 쪽이 나을 것 같았다"는 것이다.

다만 장 감독이 올라와 상황을 정리했다. 이보근은 "감독님이 '로맥과 승부를 하면 좋겠다. 9회 마무리 김상수에게 나주환부터 상대하게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면서 "그래서 '예,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고 대답했고 승부를 하게 된 것"이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만약 주효상의 설명만 들으면 이보근은 그야말로 이날의 영웅이었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타자와 정면승부를 택해 이겨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의 실토하면서 살짝 멋쩍은 사연이 드러난 것이다. 어쨌든 선배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주효상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김강민의 도루를 잡지 못한 미안함도 있었을 것이다. 주효상은 "김강민 선배의 스타트가 빨랐고, 공이 손에 정확히 안 잡혀서 일단은 던져봤다"면서 "타이밍 상 아웃이라고 보고 혼자 좋아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그런데 판정이 번복돼 아쉬웠다"면서 "잡았으면 1사에 주자도 없는데…"라고 입맛을 다셨다.

주효상의 가을야구 선발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일 한화와 준PO 2차전이 처음이었다. 당시도 선발이 한현희였다. 다만 한현희는 당시 3이닝 4실점(3자책)했고, 주효상도 5회 대타로 교체됐다. 넥센은 주효상이 빠진 뒤 역전했고, 김재현이 마스크를 쓰고 승리가 확정된 기쁨을 맛봤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주효상이 그라운드에 있던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팀이 벼랑에 몰린 상황에서였다. 주효상은 "사실 오늘은 초반이 더 편했다"면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떨리지 않았고 편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MVP는 한현희가 받았지만 숨은 진짜 MVP는 주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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