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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전 바울이 건네는 '혐오시대'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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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를 '박애'로 변화시킨 사도의 여정…영화 '바울'
엄혹한 시대 맞서 믿음 지키려 애쓴 희생적 삶들 애도

영화 '바울' 스틸컷(사진=CBS시네마 제공)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갈 3:28)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 진리로 여전히 회자되는 사도 바울의 금언이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은 저서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창비)에서 '그(바울)는 이로써 인종적(ethnic) 뿌리, 민족 정체성 따위가 진리의 범주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208쪽)고 부연한다.

순교자이자 예수의 충실한 사도, 논리와 철학에 능통했던 종교 지도자로 이름 높은 바울은 사실 기독교인을 박해하던 인물이었다. 그러한 그가 예수를 만나 증오심을 버리고 "모두를 사랑하라"는 복음을 전 세계에 전파하기까지 겪었을 변화는 무엇일까. 그 여정이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바울'에 오롯이 담겼다.

서기 67년, 로마제국 황제 네로는 자신이 저지른 대화재의 원인을 당대 신흥종교인 기독교에 돌리고, 기독교인들을 사회혼란 해결의 희생양으로 삼아 박해한다. 그렇게 기독교인들은 동물들의 먹이감으로, 혹은 매달린 채 불에 타 거리의 가로등으로 희생되며 처절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바울은 네로의 명령에 따라 지하감옥에 갇혀 사형집행을 기다린다. 그의 동역자(하나님의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인 누가는 기독교인들의 길잡이가 될 바울의 사역을 글로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감옥에 잠입한다.

영화 '바울'은 그 엄혹한 시대를 배경으로 끝까지 믿음을 지키고자 했던 사도 바울과 초창기 기독교인들의 희생적인 삶을 그리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인다. 이 비극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아픈 역사를 재현해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바울의 삶에 관한 성경 구절들을 정성스레 발췌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영화에 사실적으로 반영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앤드류 하얏트 감독은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를 떠올릴 때면 그 살아있는 증거가 바울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초기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던 사람에서, 교회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전도자가 된 인물"이라는 평을 통해 바울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대변했다.

 

제작자 T. J. 버든 역시 "바울의 일생을 다룬 영화가 많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삶이 너무 험난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다 겪어냈다고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바울의 삶은 한 생에 100개의 목숨을 산 듯하다"며 쉽지 않았던 영화화 과정을 설명했다.

이 영화 촬영지가 지중해 시칠리아섬 남쪽에 자리한 몰타섬이라는 점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등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몰타섬은 실제 바울이 로마로 향하던 중 난파를 당해 머물렀던 섬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바울은 섬의 지도자 보블리오 등에게 복음을 전했는데, 현재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 많은 이들이 발걸음하는 장소다.

영화 '바울'을 수입·배급하는 CBS시네마 측은 "지금 시대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나누기보다는 반드시 싸워 이기고 승리하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 속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은 그저 견디며 살 뿐"이라며 "이 점에서 평생 소외됐던 이방인들 곁에서 복음을 전했던 사도 바울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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