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사진=대학농구연맹 제공)
이달 중순에 끝난 전국체육대회 농구 남자 일반부에서는 상명대가 은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상명대는 결승에서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에 졌지만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건국대 등이 함께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예상 밖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론 대진운이 다소 따른 결과라고 하지만 상명대가 연세대를 비롯한 수도권 대학 강호들을 따돌리고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특히 상명대 센터 김한솔(24·198㎝)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법한 대회가 됐다.
바로 김한솔은 농구로 연세대에 입학했다가 상명대로 편입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선수기 때문이다.
사실 연세대는 대학농구 최강이기도 하지만 학생 선수들 대부분이 농구를 시작할 때 진학을 목표로 삼는 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한솔은 연세대 2학년을 마친 뒤 상명대로 학교를 옮기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김한솔은 "연세대 농구부에 속해 있다는 사실에 마냥 취해서 즐기기만 했던 것 같다"고 돌아보며 "그러면서 농구를 그만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고 연세대에서 상명대로 편입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허훈(kt), 안영준(SK), 김진용(KCC) 등과 연세대 입학 동기인 김한솔은 좀처럼 대학 무대에서 코트에 설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역시 '농구 명문'으로 불리는 용산고 출신인 그는 "출전 기회가 없어진 것은 제가 노력을 하지 않은 탓"이라며 "연세대에서는 시간만 보내다가 그만두게 된 것 같다"고 자책했다.
이때 상명대 이상윤 감독이 "여기 와서 다시 해보자"고 권유했고 김한솔은 고민 끝에 새 유니폼을 입고 농구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남들보다 늦은 용산중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그때 이미 1년을 유급한 김한솔은 대학교를 옮기면 또 1년이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세대 졸업장을 마다하고 상명대로 편입하기로 결정한 마당에 1년은 그리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했다.
김한솔은 "부모님께서 제가 농구를 계속하기를 원하셨고, 저도 농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며 "나중에 가면 이것(연세대 출신)이 중요하게 될지 모르지만 농구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싶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명대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복귀한 김한솔은 처음에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5경기에 나와 평균 3점에 3.2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는 "아무래도 실전에서 뛴 지 오래돼서 감각을 찾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올해 김한솔은 16경기에 나와 15.1점에 8.3리바운드로 상명대 골밑을 충실하게 지켰다.
김한솔이 예전 기량을 회복하면서 상명대는 올해 대학농구 정규리그 5위, 전국체전 은메달 등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는 동계훈련을 열심히 해서 자신이 있었다"고 밝힌 김한솔은 "몸 상태도 작년보다 좋아졌고 시즌을 치르며 자신감도 생겼다"고 이번 시즌 선전의 비결을 설명했다.
김한솔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상명대 팀 분위기도 작용했다.
대학농구 리그에서 대표적인 약체였던 상명대는 2012년 이상윤 감독이 부임한 이후 농구대잔치 4강,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진출 등의 성과를 냈고 선수들의 프로 진출도 이어지며 선수들 사이에 '하면 된다'는 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현석(SK)은 소속 팀에서 식스맨 역할을 쏠쏠히 하고 있고, 정성우(LG)는 2016년 프로농구 신인상을 받는 등 상명대 출신 선수로 성공 사례를 남겼다.
김한솔 이전에도 안정훈이 경희대에서 편입해와 2016년 프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t에 지명되는 등 대학 리그 상위권 학교에서 상명대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11월 프로 드래프트를 앞둔 김한솔은 "선수들이 예전과 달리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나가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비슷한 포지션의 이승현, 김준일(이상 상무)과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김한솔은 "대학 생활이 아직 남았고, 제가 아직 프로에 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