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활동해온 대학 동아리가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정식 동아리 등록을 거절당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얘기다.
평화나비는 지난 2014년 결성된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기금 모금과 함께 소녀상 건립 추진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여러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400여명의 대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동덕여대‧이화여대‧제주대 등은 이미 학내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은 상태다.
평화의 소녀상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단국대, 정치적 자유 탄압?…"수요시위 참석 말라"하지만 단국대와 중앙대 등은 이들의 정식 동아리 등록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28일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단국대와 중앙대 평화나비 동아리들은 지난 1학기 정식 동아리 등록을 신청했다가 모두 거절당했다.
두 대학 모두 학칙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표면적으로는 '정치색이 짙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단국대 평화나비의 경우 학생자치조직인 '동아리연합회'가 심사를 통해 정식 동아리 승격 대상에 선정됐지만, 학교측에 의해 최종 반려됐다.
이에 대해 단국나비 김수현 회장은 "처음에는 학교측이 동아리 설립 목적 자체가 학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승격이) 안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수요시위 얘기를 꺼냈다"며 "'학칙중에는 학교에서 허가하지 않는 집회나 시위에 참가할 경우 (동아리를) 해산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하지 말라면 안할거냐. 몰래 하지 않겠냐'고 학교 담당 직원이 말했다"고 비판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도 반려 근거로 정치적 활동 외에 또다른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다.
학교측 관계자는 "마치 중앙동아리 승격이 안되는 게 (수요시위 등)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어 난처한 상황"이라면서도 "다른 동아리들은 대학에 걸맞게 학문연구라든지 순수 봉사 활동이 중심인데 단국나비는 봉사활동 외에 다른 부분들이 더 강조돼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봉사활동 외에 다른 부분 즉 정치적 행위들이 동아리 승격 거절의 결정적인 이유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고 말았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광교까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3보1배 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 중앙대 동아리연합회 "정치적 동아리는 안돼"
중앙대 평화나비는 단국나비와는 조금 다른 경우다. 중앙대 평화나비는 지난 3월부터 몇 번에 걸쳐 가등록 동아리(정식 동아리 이전 단계)를 동아리연합회측에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학생들의 자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할 학생자치조직이 거꾸로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 평화나비 관계자는 "정치적인 동아리는 할 수 없다. 중앙대의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가 공식적인 입장이었다"며 "동아리 가입 기준과 같은 객관적인 이유가 아니라 동아리 운영위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동아리연합회는 '정치적인 동아리라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서', '학교의 입장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등 이유로 동아리 승인을 거절했다는 게 평화나비 측의 설명이다.
중앙대측은 학생들 사이의 문제로 학교가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교를 통해 동아리연합회측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연합회측의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와 관련 평화나비 네트워크 최나현 전국대표는 "대학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동아리들과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평화나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