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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의 노동 착취 알리고 떠난 이한빛 PD, 오늘 2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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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故 이한빛 PD 2주기 추모 문화제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 끝까지 연대하고 함께 가자"
"그가 꿈꿔왔던 노동환경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추모"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건물 앞에서 故 이한빛 PD 2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지난 2016년 호평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는 가장 찬란하게 빛날 것 같은 청춘들의 애환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시청자들을 담담하게 위로한 드라마 뒤에는, 심신을 갈아가며 자신을 던지는 이들이 있었다. 그해 10월 스스로 세상을 떠난 故 이한빛 PD도 그중 하나였다.

CJ ENM 정규직 PD로 입사해 '혼술남녀' 조연출로 배정된 고인은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 준비, 데이터 딜리버리,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등 분야를 넘나드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는 유서로 방송가의 잔혹한 노동 환경을 고발한 고인이 떠난 지 2년이 되었다.

2주기 당일인 26일 저녁 7시 1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건물 앞에서 故 이한빛 PD 2주기 추모 문화제 '12 ON 12 OFF'가 열렸다. 제목은 12시간 일하고 12시간 쉬자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고인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이한빛 PD가 방송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온몸으로 항거하며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방송 노동환경 문제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고 방송노동자들이 목소리 내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는 방송노동자도 노동자로 보호받는 근로기준법을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했다. 많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방송 노동현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방송 관련 단체와 방송노동자가 연대하고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추모 문화제의 제목이기도 한 '12 ON 12 OFF'를 언급하며 "이 슬로건을 정식으로 선포하고자 한다. 일터에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故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수정 기자)

 

고인과 대학 생활을 함께한 친구 박현익 씨는 "한빛은 자신의 꿈과 미래를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제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한때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현익 씨는 "언제나 강해 보였고 의로웠던 한빛이 얼마나 고통받았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져 온다"면서도 "한빛이 없다고 해서 그가 여러 사람과 나눴던 꿈들까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빛은 늘 말했다. 그 사람이 생전에 걸어왔던 길, 꿈꿔왔던 세상을 이어받고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진정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길이라고"라며 "그를 기억하고 그가 꿈꿔왔던 노동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추모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에는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이미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 등이 참석해 추모와 연대에 나섰다.

또한 사단법인 한빛의 노경호 이사의 노래, 서울대 율동패 동아리 골패의 몸짓, 민중가수 박준의 무대 등 공연도 이어졌다.

앞서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지난해 4월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인의 죽음을 공론화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이 CJ ENM에서 벌어진 '사회적 타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1인 시위, 추모 문화제, 방송노동자들의 피해 사례 제보받기, 토론회 개최 등을 해나갔다.

결국 CJ ENM은 지난 6월 유가족과 대책위에 공식 사과했고, 관행적인 제작시스템, 근무환경과 소통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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