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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에 가면…최진자 시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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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이끈 '인천'에 새겨진 집단적 경험과 정서를 詩로 복원"

'신포동에 가면' 시집.(사진=시와표현 제공)

 

최진자 시인의 두번째 시집 '신포동에 가면'이 출간됐다.

지난해 62세의 나이에 첫 시집(하얀불꽃)을 출간한 최 시인은 같은 해 '빛의 수혈' 등 3편의 시로 등단(미네르바)한 시인이다.

'하얀불꽃'은 '기억'의 언어가 지니는 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시학을 보여줬다. 출간 당시 문학평론가부터 '신인답다. 신선함을 주지만, 반면 연륜에서 묻어나는 향이 느껴진다. 글의 토막마다 노련함이 묻어난다. 세련을 안겨준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출간한 두번째 작품 '신포동에 가면' 시집은 인천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화여대 김진희 교수(문학평론가)는 '신포동에 가면' 시집에 대해 "개항을 통해 근대화를 이끈 도시에 새겨진 집단·공동체적 경험과 정서를 시의 언어로 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 시집의 특징인 '기억'의 서정적 원리가 보다 심화·확장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담론으로써의 역사와는 달리 감정과 경험이 새겨진 미시사(微示史)로서의 인천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이 시집의 주목할 만한 성과" 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를 읽다보면 최 시인이 '신포동'을 통해 인천이 갖는 복합적인 장소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개항과 함께 근대사가 시작된 역사·정치적인 공간, 힘겹고 슬플 때 안식과 위로를 주는 아름다운 풍광의 고장, 근대적 문물과 기술 위에 세워진 산업화의 현장 등 다층적 경험과 시간이 교차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 한편 한편에서 과거와 현재가 혼융된, 다층적 공간으로써 인천의 복합적 정체성이 재현됨으로써 독자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인천 역사에 대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다. 한국 근대사의 현장이 오늘의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경험되길 기대한다"고 밝히는 등 시에 녹아있는 현실·사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서상만 시인은 '신포동에 가면' 시집에 대해 "최 시인은 만만치 않은 시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로써 도전하기 힘든 인천개항 100년 역사, 산업, 문화전쟁까지 망라되는 64편의 다큐멘터리적 장대한 서사시" 라고 밝혔다.

최진자 시인.(사진=시와표현 제공)

 

최 시인은 "이름만 남기고 사라진 문화의 발자취와 격동의 세월을 견디며 치열하게 산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이 작품들을 쓰게됐다"고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치열하게 산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라는 최 시인의 말처럼 시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등 가족을 넘어 허드레꾼, 지게꾼 등 노동자는 물론이고 마도로스, 혁신단 단원 등 구체적 인물과 직업이 등장한다.

[신포동에 가면 전문]

연인이 생기거든 신포동에 와 보세요
잠방이에 배었던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더욱 짠 바다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에서 마음을 열어 바다를 보세요

동창을 만나거든
키네마 담벼락으로 들리던 ‘벤허’의 전차 경주와
동방에서 울리던 ‘대전차군단’의 군화 소리를 찾아보세요

바다와 하늘의 문이 있고, 레일이 눈부신 곳
파도 소리 들으려 조곤조곤 얘기하는 곳이고요
옛 그림자 상처 날까 뒤축 들고 걷는 데입니다

풍경이 오십 년 전인 것은
부두 노동자들의 힘겨웠던 삶을 간직하고 싶어서입니다
뱃고동 소리 듣거든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이곳은 개항지로 근대유물이 바지락처럼 널려 있는 곳
근대식 공원과 박물관, 기상대, 실내 공연장, 등대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백 개가 넘는 현대의 길목이었다는 걸 아시나요

어머니 혈관 같은 골목을 돌아 나와
카페 마고에서 커피 향과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면
숨결이라도 남기고 싶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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