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윤창원 기자/자료사진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5번째로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다. 윤창원기자
'카슈끄지 사건' 초기 왕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측 해명을 두둔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을 두고 '사상 최악의 은폐'라며 사우디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 살해) 은폐는 역사상 최악의 은폐였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하지 말았어야 할 나쁜 거래였다. 누군가 정말 일을 망쳐버렸고, 그들은 최악의 은폐를 했다"며 "누가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든지, (그들은) 큰 곤란에 처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카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완전한 대실패'라고 부르며 "처형이나 은폐가 있어서는 안 됐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카슈끄지는 야만적 살인의 피해자'라며 "이번 살해가 사전에 계획됐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나온 발언이다.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사우디 당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처리를 엉망으로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은 사전에 카슈끄지의 죽음을 몰랐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연루 가능성을 언급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입 여부를 묻는 말에 "지금 현재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를 움직이고 있다"며 "만약 누군가 암살 작전에 연루됐다면 아마도 왕세자일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살해된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의 연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에 대한 제재로 무기 수출을 취소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사우디의 해명을 두둔해 왔다. 지난 16일 트위터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방금 통화를 했는데 카슈끄지의 실종과 관련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의 '우발적 사망'을 발표했을 때에도 "사우디의 설명은 신뢰할 만하다"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11·6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파문이 자칫 미국의 외교 실패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