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현재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북대화와 북한 비핵화가 연계되고 한미의 목소리가 일치해야만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우리의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16일 서울의 한 좌담회)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 과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항상 기계적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 또한 우리의 생각이다" - 조윤제 주미 한국 대사 (16일 워싱턴의 한 포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왼쪽), 조윤제 주미 한국 대사 (사진=자료사진)
서로 상대국에 파견된 한미의 고위 외교관들이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속도를 둘러싸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갈 경우 오히려 북미 대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유엔군사령부가 월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군사분계선 통행을 승인하지 않아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현장조사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대북 제재를 관할하는 미국 재무부는 9월 평양정상회담 직후에 북한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연구해온 국내 시중은행들에 전화를 걸어 대북 제재 준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도 남북관계 진전이 북미간 대화를 촉진하면서 은둔의 지도자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외교무대의 한복판으로 이끌어내고 비핵화 열차가 출발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왔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을 인정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당시에도 발전기와 보일러 가동용 유류 반출 문제 등을 놓고 제재 위반 논란이 있었지만 한미간 협의과정에서 우리 측이 사용하는 장비와 기름이라는 점이 설명되면서 정상적으로 개소가 이뤄졌고, 현재 명실상부한 남북 대화와 접촉의 산실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은 올해 안에 진행하지만 바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한 속도조절 행보로 해석된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국면에서 몇 차례 이견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한미간 공조에 금이나 균열이 갈 정도로 악화된 사례는 없었다.
유엔사가 제동을 걸었던 철도 연결을 위한 현장조사도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유엔사와 협의가 잘되고 있다"며 "남북이 합의한 대로 이달 하순에는 경의선 북측구간에 대한 공동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미국 쪽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고, 전날에도 "남북간 발전을 위한 철도·도로 연결 문제는 예정대로 잘 될 것이다. 미국과도 긴밀하게 소통해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이 전날 열린 한 좌담회에서 "유엔사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려고 한다. 비핵화를 비롯해 항구적 평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유엔사는 걸림돌이 아닌 조력자로서 당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