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자 군단 일원으로...' 올해 콜로라도에서 시즌을 마친 오승환은 입국 회견에서 국내 복귀에 대한 뜻을 드러냈다.(자료사진=이한형 기자)
제아무리 마운드에서 '돌부처'라고 해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견디기 쉽지 않았나 보다. 오승환(36·콜로라도)이 친구 이대호(롯데)처럼 해외 생활을 접고 국내 복귀를 바라는 뜻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에게 "일본과 미국에서 총 5시즌을 뛰며 다소 지친 느낌이 있다"면서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KBO 리그로 돌아와 팬들 앞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만약 내년 시즌 국내에 복귀한다면 2013시즌 이후 6년 만이다.
현재 오승환은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소속이다. 베스팅 옵션(구단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하면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이 실행되면 콜로라도에서 내년까지 뛸 수 있다.
지난 2월 오승환은 토론토와 1+1년 최대 7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70경기 이상 등판하면 계약을 자동 연장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 7월 지구 우승을 노리는 콜로라도도 이적했다. 계약 조건도 동일한 상황에서 오승환은 올해 토론토와 콜로라도에서 73경기 6승3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63을 기록했다. 계약은 연장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콜로라도가 오승환을 풀어줄 수 있느냐다. 오승환은 여전히 MLB 정상급 불펜으로 꼽힌다. 세인트루이스 시절에는 마무리 중책까지 맡았다. 한국과 일본 최고 마무리로서 경험도 풍부하다. 콜로라도에서 오승환은 25경기 2승 1세이브 ERA 2.53으로 토론토에서보다 좋았다.
오승환이 "내년 거취는 에이전시(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와 상의할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는 이유다. 선수 본인의 뜻이 강하다면 콜로라도가 방출 등으로 풀어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오승환은 삼성으로만 복귀가 가능하다. 2013시즌 뒤 오승환은 삼성 소속 임의탈퇴 선수 신분으로 일본 한신에 진출했다. 당시 오승환은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준 삼성에 감사하다"면서 "어디에 가서 선수 생활을 해도 선수로서의 마지막 공은 반드시 삼성에 돌아와서 던지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친구 이대호와 비슷한 경우다. 이대호도 2011시즌 뒤 일본으로 진출했고, MLB에도 도전한 끝에 2016시즌 뒤 롯데로 복귀했다. 4년 최대 150억 원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지난해 롯데를 정규리그 3위로 이끌었다. 올해는 아쉽게 가을야구가 무산됐지만 타율 3할3푼3리 37홈런 125타점으로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았다.
다만 오승환은 해외 도박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국내 복귀 시 정규리그의 50% 출장 정지다. 함께 도박을 한 임창용(KIA)도 이런 징계를 받은 뒤 경기에 출전했다.
여기에 삼성은 심창민, 장필준, 최충연 등 리그 수준급 불펜을 갖춘 상황이다. 특히 최충연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아 향후 팀을 이끌 차세대 마무리로 꼽힌다. 한창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오승환의 복귀는 예상 밖의 변수다.
삼성 관계자도 "현재 규정 상으로는 오승환이 국내 복귀하면 삼성에 오는 게 맞다"면서도 "구단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과연 오승환의 수구초심이 이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