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시절 '댓글 공작'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경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자체 수사를 벌여 조현오 전 경찰청장 등 9명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군 사이버사령부의 네티즌 블랙리스트를 받아 수사에 활용하고, 보안 수사에 불법 감청까지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댓글공작과 블랙펜 의혹 수사 결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조현오(구속) 전 청장 등 1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5일 밝혔다.
먼저 조 전 청장과 당시 지휘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2월부터 2년 동안 직원들에게 온라인 댓글과 트위터 글을 작성해 여론을 조작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여기에는 보안사이버수사대 등 수사요원뿐 아니라 정보·보안·홍보 기능을 총망라한 경찰관 1500여명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기동대 소속 경찰관들도 포함됐고, 부산청에서는 '온라인 대응 TF'를 만들어 1박 2일 철야 작업까지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전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당시 경찰의 대응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등 여러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에 걸쳐 방대하게 이뤄졌다. 조 전 청장 개인의 청문회나 각종 발언을 둘러싼 논란, 경찰이 추진한 시책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도 이러한 방식의 대응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원된 경찰관들은 이를 포함해 모두 3만7800여건의 댓글과 트위터 글을 온라인 공간에 게재한 것으로, 경찰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계정 탈퇴 등으로 사라진 댓글을 제외하고 수사단이 실제로 압수물 등을 통해 확인한 것만 해도 1만2800여건에 달한다.
이들은 경찰 신분을 감추려고 지인이나 가족 등 가명·차명 계정과 해외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했다. 경찰관서에 설치된 공용 인터넷망 대신 사설 인터넷망을 별도 설치해 이용하기도 했다.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윗선으로는 조 전 청장을 최정점으로, 당시 본청 정보·보안국장, 정보심의관, 대변인, 부산청 청장·차장, 본청 보안국 소속 총경·경정급 간부 등이 포함됐다. 보안·홍보부서 소속 2명은 계속 수사 중이다.
다음으로 수사단은 비슷한 기간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가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530단)으로부터 500여건의 일명 '블랙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던 네티즌의 닉네임과 아이디, 댓글 주소 등이 블랙리스트 형식으로 담겨 있었다.
해당 보안사이버수사대 소속 한 수사팀은 심지어 7곳의 온라인 게시판과 2명의 민간인 이메일을 영장 없이 불법 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한 보안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2004년 제공한 별도의 보안기술을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만 이와 관련한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보고 수사팀장을 맡았던 민모 경정 1명과 보안업체 관계자 2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사이버사에서 블랙펜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한 당시 530단 소속 전직 군인 2명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 중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방대한 증거관계, 일부 대상에 대한 계속 수사 필요성 등을 고려해 송치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공조수사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