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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고갈 시달리는 한국영화계 "'서치'에서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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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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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주연의 영화 '서치' [소니픽처스 제공]

 

할리우드 영화 '서치'로 큰 사랑을 받은 한국계 배우 존 조(46)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는 내한 기간 라디오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서치'(아니쉬 차간티 감독)는 지난 8월 말 국내 개봉해, 한 달 이상 장기 상영하며 295만명을 불러들였다. 추석 연휴 기대작이던 '명당'(208만명), '협상'(195만명), '물괴'(72만명)보다 더 많은 관객 선택을 받았다.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올린 수익이 가장 높다.

배급사 소니픽쳐스 측도 "개봉 전 모니터링 시사회에서 5점 만점 중 4.3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아 입소문이 잘 나면 좋은 반응을 얻겠다 싶었지만, 이 정도까지 흥행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제는 IPTV 등으로 출시돼 안방극장을 노린다.

'서치' 제작비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단기간 촬영된 저예산 영화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가 아니라 한국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실종된 10대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함을 넘어 '이렇게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충격을 준다.

아버지(존 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 사진과 짧은 동영상, 컴퓨터 파일 등을 뒤지며 딸의 흔적을 찾는데, 101분 러닝타임을 컴퓨터 화면과 폐쇄회로(CCTV), 모바일 화면으로만 이어간다.

이런 독특한 구성은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고, SNS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많은 국내 관객에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면서 흥행 요인이 됐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에 목말라 하던 한국영화계도 '서치' 성공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서치'는 저예산 소품 영화답게 별다른 공간 이동 없이도 주인공의 심리와 작은 사건들로 지루할 틈 없이 관객을 끌어들인다"면서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가 어떻게 관객을 흡입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평했다. 전 평론가는 또 "이 작품은 중립적인 사건을 '사연화'하면서 감정적으로 휘몰아칠 뿐만 아니라 세대 간 문제 등도 다룬다"면서 "한국의 저예산 영화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서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가 주목한 것은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제작 환경과 관객이 그 결과물을 알아본다는 점이다.

그는 "국내 영화 환경상 이런 독특한 시나리오에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합류하지 않으면, 제작 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라며 "배우 중에도 이런 시나리오를 받고 과감하게 나서는 이는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제작자로서는 흔히 관객을 '동원'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관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라며 "'서치'의 흥행은 관객들도 좋은 영화는 알아본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스무편 이상 작품을 연출한 중견 감독 역시 "요즘 시나리오를 받아보면 어디서 많이 봤던 장면들을 섞은 듯한 작품이 많다"면서 "결국 용기 있는 영화들이 다크호스로 흥행하는 것처럼, 신인 감독들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최근 10년간 한국영화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나 정치적 올바름 같은 일종의 선언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많았다"면서 "그러다 보니 형식적인 새로움 추구나 자유로운 상상력 발휘는 다소 뒤로 밀린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강 평론가는 "그러나 지금은 해빙기인 것 같다"면서 "'서치'처럼 자유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기획력을 가진 영화가 많이 수입되면 국내 영화계도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흥행 안전'만 지향하는 영화계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최근 한국 상업영화들은 완성도는 높아졌지만, 신선도는 떨어지는 편"이라며 "제작비가 증가하다 보니 안전하게 가려는 경향이 더 짙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윤 평론가는 그러면서 "영화 산업적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먹힐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관객들이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계속 동시대 관객들에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을 찾아내야 한다"며 "특히 형식적인 면에서 탐구가 돋보이는 저예산 영화들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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