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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은 왜 '5.24 제재 해제 검토'를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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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조치 해제 검토 중' 발언 일파만파
트럼프 "승인" 거론하며 제재 완화 일축
대북제재에 민감한 美상황 알고 있을 강 장관
평소 "北문제, 美와 완전한 인식 일치는 있을 수 없다"
돌출 발언 아닌, 소신 또는 희망 섞인 발언인 가능성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중'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의 핵심 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제재 문제가 거론되자 독자제재인 5.24조치와 관련된 논의임에도 '승인(approval)'없이는 우리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 강경화의 실수? 트럼프는 일축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현 정부에서 5.24 조치를 해제할 용의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의에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유감을 표명하자 강 장관은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파장이 가라앉지 않자 강 장관은 결국 "저는 관련 질의에 대해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으나,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였다며 사과했다.

외교부도 '현 단계에서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어조로 제재 완화 논의를 차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한국정부가 일부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이 계속 당신과 연락해 왔는가”라고 묻자 "우리의 승인 없이는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 5.24조치든 안보리 제재든 미국은 민감

논란이 된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다.

북한선박 운항 불허, 남북교역중단, 개성공단·금강산지구 제외 방북 불허, 북한주민과 접촉 제한, 대북 신규투자 불허 등이 담겼지만, 대부분은 해제된 상태다.

5.24 조치가 해제되더라도 남북교역이나 신규투자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가 대형 자금 유입과 대북 투자·합자 사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장관도 국정감사장에서 "5.24조치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중복되는 많은 부분이 있어서 이것을 해제했다고 실질적인 해제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제재 문제도 5.24조치를 겨냥했다기보다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기사:[팩트체크]트럼프, ‘승인’ 발언..5.24 해제 경고 맞나?)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제재 완화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미국은 대북 제재가 북한에게 효과를 거둔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비핵화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사흘 앞두고도 재무부가 북한과 무기 및 사치품을 거래한 터키 기업과 북한 외교관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확신이 들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매번 공언해왔다. 제재가 사라지면, 북한의 비핵화 동기가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알기에 우리 정부도 틈날 때마다 긴밀한 한미공조를 외치며 '제재의 틀 안에서 가능한 북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우리 외교수장의 입에서 돌출 발언이 나와 진의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모든 사안은 한미 사이에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 한미의 또다른 이상기류 남북군사합의 '불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전날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장관은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불만을 드러냈냐는 질문에 "맞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의 질의에 강 장관은 "자주 통화를 해서 정확히 말씀드리면 군사합의서 관련 통화는 평양 정상회담 이전"이라며 "정상회담 이후에는 제가 설명한 부분을 잘 듣고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축하를 했다"고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미국의 불만을 전달받았다는 취지의 해명이지만 한미 외교라인에 이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외통위에 출석해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우리가 완전한 인식 일치가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4일 내신브리핑을 통해서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한미 간에 생각을 꼭 같이한다는 것은 아니고, 상당히 협의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때문에 10일 돌출 발언도 실수가 아니라 북핵 문제의 한미간 이견에 대한 소신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대북제재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왔고 앞으로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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