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명박 전대통령, 박근혜 전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과 관련해 파행이 빚어진 것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국가보훈처가 밝혔다.
국가보훈처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 산하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재발방지위)는 11일 "지난 2개월 동안의 활동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의 국가보훈처가 법률이 정한 독립·호국·민주 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을 선양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했고, 박승춘 전 처장이 이념적 편향만 좇아 업무 수행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관련한 파행은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며, 이 노래의 제창을 막고, 기념곡 지정까지 막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의도적 방해 활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위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석한 28주년(08년)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건으로 확인했다.
32주년 공연계획안에서는 참석자들의 기립과 제창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하여 ‘첫 소절은 연주 및 무용만(2분), 둘째 소절은 합창(빠르게, 1분 30초)’ 또는 ‘전주(1분 30초) 도입, 무용,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하겠다는 등의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재발방지위는 설명했다.
재발방지위는 " 임을 위한 행진곡이 29주년 기념식부터 제창되지 못한 것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느끼는 거부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보훈처는 보훈단체의 반대와 법령 미비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기념곡 지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보훈단체가 기념곡 지정 반대 광고를 게재하도록 사전 기획했다"고 밝혔다.
재발방지위는 또 "국가보훈처가 관련 법령 개정 저지 활동에 직접 나서는 등, 5.18 민주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관장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재발방지위는 국가보훈처가 독립·호국 ·민주 분야 유공자들을 홀대했다고도 지적했다.
재발방지위에 따르면 ’16. 5. 29.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이 사망해 등록 신청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으나, 2년간 직권 등록한 독립유공자는 4명에 불과했다.
재발방지위는 "이는 박승춘 처장 재임 당시 ‘참전유공자’ 신규 등록에 대해서는 매주 실적보고를 시키고, 성과평가 지표에 포함시키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던데 반해, 독립 분야의 유공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의 편향된 업무 추진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참전유공자 직권 등록은 2만8천479명으로 집계됐다.
재발방지위는 국정원의 압력으로 몽양기념사업회 지원이 중단된 사실도 공개했다. 국정원 정보관으로부터 ‘몽양아카데미에서 좌파 관련 강의를 한다’는 전화를 받고 3년간 해오던 현충시설 활성화 사업 지원을 2016년에 갑자기 중단했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15년 4월경 국정원 정보관이 현충시설 활성화 예산 지원 담당 과장에게 전화해 ‘몽양역사 아카데미’의 강의내용을 문제 삼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재발방지위는 설명했다.
재발방지위는 "위 사안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가보훈처가 독립·호국·민주 분야의 유공자들을 제대로 모시기보다는 대통령의 의중이나 박승춘 전 처장의 이념적 편향만을 좇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국가보훈처가 대통령이나 처장을 위한 부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부처임을 소속 공무원들이 제대로 인식하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