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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한지민, "울보였던 나, 노희경 작가님 만나 달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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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②] "나는 원래 느린 사람…이제는 편하게 소통하는 방법 배웠다"
"'아는 와이프'는 드라마 숙제 풀어준 작품, '미쓰백'은 내게 용기 주는 작품"
"나약하고 불안정했던 시기, 노희경 작가와의 소통 통해 단단해졌다"

영화 '미쓰백'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소녀를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백상아 역을 연기한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간 관계에서도 한지민의 특성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편안하고 익숙해지는데까지 오래 걸리고, 실제로 이런 성격이 그를 '조용하고 말없는, 단아한' 인상으로 보이게 했다. 현장에서는 스태프들과 친하게 지내지만 뒷풀이 등은 실제로 가지 않았다고. 그러나 이런 성격은 김지운 감독과 '밀정' 작업을 하며 많이 바뀌었다.

"전 느린 사람이에요. 익숙해지면 편안해지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려요. 인간 관계도 그렇고요. 아마 절 조용하고 단아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였을 거예요. '아는 와이프' 때 '이산' 조명 감독님을 만났는데 저보고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냐고 물으시면서 사람이 바뀐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밀정'하면서 달라졌는데 김지운 감독님 현장 특성상 영화계 관계자분들이 많이 찾아왔거든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뒷풀이도 가고 그랬어요. 저희 소속사 대표님이 저한테 그냥 너란 사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소통에 있어서는 뒤늦게 배운거죠. 인간 관계도 뒤늦게 배우다보니 이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고를 때도 조금 선택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고요."

2018년 한 해는 한지민에게 여러모로 '도전의 해'였다. 3년 만에 복귀한 드라마 '아는 와이프'로 유부녀 역할에 도전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당차고 청순한' 이미지 안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미쓰백'의 백상아 역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꽤 길었던 공백기 동안 한지민도 이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드라마 캐릭터가 너무 비슷하니까 갈증은 있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비슷한 캐릭터라도 내가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더라고요. 그 전에는 한지민 기준으로 이 상황에서 캐릭터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이런 의심을 계속 가졌었어요. 저 같지 않다고 해서 그럴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로 봐줘야되는데 그런 지점이 오니까 '아는 와이프' 전까지는 너무 어려웠거든요. '아는 와이프' 서우진 캐릭터는 제가 드라마에서 풀지 못했던 숙제를 좀 풀어준 캐릭터 같아요. 한 캐릭터 안에서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엇고, 오랜 시간 동안 쌓였던 체증을 마음껏 풀면서 즐겼던 작품이에요. 캐릭터적인 갈증을 드라마에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영화 쪽에서는 분량이 적어도 한 가지 의미라도 있으면 해보자는 생각을 했었어요. '미쓰백'은 앞으로 제 행보에 있어서 용기를 얻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다음, 또 그 다음 작품을 고를 때 조금의 주저함이 있다면 '미쓰백'이 용기가 되지 않을까요."

영화 '미쓰백'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소녀를 구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는 백상아 역을 연기한 배우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쓰백' 속 상아와 지은의 관계처럼 그에게도 힘든 시절 위로와 연대를 함께 했던 이가 있을까. 한지민은 노희경 작가를 자신의 멘토로 꼽았다. 2007년 거리모금을 하며 만났던 노 작가와의 관계는 애초부터 배우와 작가로 시작된 인연이 아니었다. 한지민은 힘들고 괴로운 시기마다 노 작가를 찾아 위로를 받고 서로 소통하며 견뎌나갔다.

"시기적으로 힘들 때 노희경 작가님이 많은 이야기와 소통을 해주셨어요. 이야기를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저는 눈물이 많았고, 울기만 했는데 마음이 너무 나약하고 불안정한 상태였죠. 그래서 법률스님이 하시는 프로그램과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다녀오고 많은 부분이 단단해졌어요. 사적인 일이 생겨서 많이 괴로워할 때도 가르침을 주신다기보다는 선생님 과거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나는 이렇게 했는데 지민이도 이렇게 해보자'고 이야기하시죠. 제 성격이 바뀌게 된 계기이고, 제가 조금 다른 연기를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요즘 '아는 와이프' 보고도 전화해서 네가 신나게 노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며 기뻐해주셨고요."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지민에게는 '건강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울감에 노출되기 쉬운 연예인들과 달리, 한지민은 오랫동안 영향력 있는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라는 부담감에 짓눌린 20대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30대에는 누구보다 바쁘게 하고 있다. 느리지만 끝내 해답을 찾아가는 그의 특징 그대로다.

"예전에는 배우인 저와 일상에서의 저를 굉장히 다르게 분리시켰었는데 지금은 그냥 제 삶의 일부처럼 많이 받아들이려고 해요. 대한민국 배우로서 수많은 말들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아나가는데 있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존감과 신념이 흔들리면 안된다, 중심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라는 타이틀이 불편하기도 하고, 어렵게 되는 상황도 있죠. 20대에는 실제로 그런 부담 때문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시절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30대에 기준점을 잘 세워야겠더라고요. 지금도 맞춰가는 과정이에요. 예전처럼 미래가 걱정이 되기보다는 기대가 되고, 더 다른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설레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특별한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감사하고요."

한지민의 좌우명은 '현재를 살자'는 한 마디다. 현재가 아닌 과거에 미련을 남기고 걱정하던 시절을 비로소 떠나보낸 셈이다. 역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에도 노희경 작가의 영향력이 컸다.

"제게 많은 계획이나 꿈도 물어봐주시는데 예전에 저는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너무 후회를 많이 하면서 과거에 살았었어요.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고요. 늘 현재를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선생님(노희경 작가)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여기에 깨어있으라'고. 사람을 대할 때도 현재 이 사람에게 공감하는 걸 많이 연습하다보니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지금 현대인들에게도 현재를 사는 건 어려운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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