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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공동 창제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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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대 "17%만 '세종이 몸소 만들었다'고 알아"
"역사교과서가 사실 왜곡…잘못된 인식 더욱 부추겨"

세종대왕 탄신일인 지난 5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학생들이 큰절을 올리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사실을 밝히자면, '훈민정음'(한글)은 세종께서 눈병에 시달려가며 몸소 만들었고,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의 가르침과 지시에 따라 한글 안내서인 '훈민정음' 해례본 집필에 참여했다. 즉,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건 글자인 훈민정음이 아니라 제목이 '훈민정음'인 책이었다.

우리 국민 가운데 '한글을 세종대왕이 몸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겨우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상대로 한글 창제의 주역을 누구로 알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다.

8일 한글문화연대가 발표한 조사 결과 '세종이 몸소 만들었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머물렀다. 응답자 55.1%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가 함께 만들었다'고 답했다. '세종은 지시만 하고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아는 사람도 24.4%나 됐다. 3.5%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을 세종대왕이 몸소 만들었다는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도 '훈민정음' 해례본의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문, 1443년 12월 '세종실록' '동국정운' 등에 뚜렷하고 소상하게 나온다"며 "역설적이게도 한글 반포를 반대한 최만리 등의 상소문에 특히 잘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들이 한글 창제자를 잘못 알게 만든 주범은 초중등 역사 교과서"라고 한글문화연대는 전했다.

"한국사를 가르치는 초등 5학년 사회 국정 교과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검인정 교과서 대부분이 한글 창제의 주역을 엉뚱하게 적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교과서에 바탕을 두고 편찬한 참고서, 참고 사전 등이 인터넷에 올라가 있어 잘못된 인식을 더욱 부추기고 퍼뜨린다."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지금 쓰는 초등 5학년 사회 국정 교과서에는 '훈민정음(한글)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직접 만들어 반포하였으며…'(143쪽)라고 적혀 있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을 독려하여 훈민정음을 창제'했다고 소개하는 교과서도 있다.

(표=한글문화연대 제공)

 

한글문화연대는 "중고교 검인정 교과서를 조사한 결과, 중학교 역사 교과서 9종 가운데에는 금성출판사와 천재교육 2곳만,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7종 가운데에는 금성출판사와 동아출판 2곳만 세종이 몸소 한글을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이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16종의 25%에 해당한다"며 "이에 비해 세종과 집현전 학자의 공동창제라고 소개한 교과서는 10종으로서 전체 16종 가운데 62%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도 한글의 창제 원리를 소개한 중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 14종은 모두 한글의 창제자를 세종으로 밝히고 있다"며 "하지만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학교 현장에서 세 가지로 혼란스럽게 가르치고 있고, 잘못된 역사를 소개한 교과서들도 무리 없이 교육부 검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정비가 시급하다. 더구나 초등 5학년 사회 교과서는 국정 1종뿐이라 떠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한글 창제의 주역을 세종이라고 믿지 않는 순간, 세종의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을 수 없게 되고, 세종의 애민 정신과 당대의 업적을 모두 불신하게 된다"며 "더구나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을 믿지 못한다면 그 책에서 밝힌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조차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한글은 문창살을 보고 만들었느니,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가림토 문자를 베꼈다느니, 파스파 문자와 같은 외국 문자를 모방했다느니 하는 억측까지 일어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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