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에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의 가짜뉴스 척결은 유튜브 등 보수 논객 죽이기 시도"라며 정기국회 입법 과정에서 적극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나온 입장이다.
하지만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한국당의 '전매특허'다.
이 당 소속 김진태, 박완수, 송희경, 이은권, 이장우 의원 등이 지난해부터 가짜뉴스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거나 공약으로 내걸어 왔으며, 당 차원에서도 지난 5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출범시키며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었다.
그랬던 한국당이 왜 정부의 가짜뉴스 전면전에 반발하고 나선 것일까?
한국당의 최근 뉴미디어 전략을 살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당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자체 인터넷 방송을 출범시키고 기존미디어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적반하장', '오른소리' 등 공식 채널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김문수TV', '전희경과 자유의 힘' 등 개인 채널을 운영중이다. 영등포당사에 유튜브 방송용 오픈 스튜디오를 열 계획을 밝히는가 하면, 추석에는 종이 홍보물 대신 유튜브로 지지자들에 추석 인사를 했다.
한국당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기존 언론 매체를 통해 당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기존 언론이 편향적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지난해 대선기간,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종일 편파 방송만 하는 종편, 집권하면 종편 4개를 절반으로 줄일 것", "집권하면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며 기존 언론이 편향성을 띄고 있음을 주장했다. 또 "신의 한 수, 조갑제TV, 정규재TV 처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1인 미디어방송 구독을 왜 안하느냐"며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1인미디어를 적극 이용할 것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성중 한국당 홍보본부장이 "지금 어떤 지상 매스컴, 공영방송, 종편까지 한국당을 위한 언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방송도 기울어졌는데 SNS까지 기울어지면 우리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논평을 내 "언론의 탈을 쓰고 정치와 장사를 하고 있는 모든 가짜, 사기 뉴스와 끝까지 싸워 반드시 몰아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수 지지자층이 부쩍 유튜브로 몰리는 추세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분석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6월 기준 유튜브 이용자 중 50대 이상은 30%로 지난해보다 180만 명 가량 늘어났다. 2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보수 논객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잇따랐다.
지난해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정문 충북 제천시의회 의장은 '문재인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동영상', '문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 등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가짜뉴스를 SNS에 퍼날랐다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문수 전 의원은 6월과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일주일이나 공식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감기몸살 치고 석연치 않다"는 글과 "내년 예산은 김정은 예산이다"는 글을 게재했는데, 이는 모두 유튜브나 네이버 밴드 등의 극우 채널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전형적 가짜뉴스였다.
안상수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여해 "종전 선언시 북한이 도발하더라도 유엔과 미군 개입이 불가능한데, 우리의 안보는 어떻게 담보하나"라고 질의했으나, 사실과는 전혀 다른 정보였다. 이 역시 1인 미디어 등에서 "남북회담으로 주한미군철수 합의", "종전선언이 전쟁 부른다" 등의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가짜뉴스를 통해 잘못된 여론이 형성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언론사나 포털 등에서 더욱 적극적인 팩트체크 활성화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정부 차원의 규제는 표현의 자유 같은 측면도 있고, 여전히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며 "대신 개별 언론사와 포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