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검증된 '끝판대장'의 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오승환(36·콜로라도 로키스)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한·미·일 포스트시즌 무대를 모두 밟았다. 절체절명의 승부에서 자기 몫을 해냈다.
오승환은 3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대1로 팽팽한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을 팀이 결정되는 단판승부. 시카고 컵스의 홈경기였기 때문에 끝내기가 가능한 연장 동점 상황에서 등판한 오승환의 부담은 상당했을 것이다.
타순도 만만치 않았다. 컵스의 10회말 공격은 1번타자 벤 조브리스트의 타석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날카로운 제구로 조브리스트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고 이어 강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이어 앤소니 리조의 대주자로 경기에 투입된 신예 테렌스 고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10회에 공 14개를 던진 오승환은 11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수가 쌓이면서 위기도 찾아왔다.
오승환은 첫 타자 하비에르 바에즈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앨버트 알로마 주니어가 희생번트를 댔고 다니엘 머피의 타석 때는 고의볼넷 사인이 나왔다. 1사 1,2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공격형 포수 윌슨 콘트라레스. 그는 오승환의 강력한 직구를 때리다 왼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후 콘트라레스는 3루 땅볼을 쳤다. 2루주자 바에즈가 자신을 태그한 콜로라도 3루수 놀란 아레나도를 껴앉은 돌발 행동으로 병살 위기를 막았다. 콜로라도 벤치가 수비 방해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승환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다음 투수 크리스 러신이 계속된 2사 1,2루 득점권 위기에서 대타 빅터 카라티니를 1루 땅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오승환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1⅔이닝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콜로라도는 연장 13회초에 터진 토니 월터스의 적시타에 힘입어 결국 2대1로 승리했다. 오승환의 메이저리그 가을야구 등판 기회도 연장됐다.
오승환은 한국인 최초로 한국, 일본에 이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선수가 됐다. 오승환은 KBO 리그 시절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끝판대장'의 명성을 날리며 5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 한신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일본시리즈 무대를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