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돌아왔어요' 한국 배드민턴 간판 이용대(오른쪽)가 27일 김기정과 함께 나선 2018 빅터코리아오픈 남자 복식 16강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한국 배드민턴 간판이 돌아왔다. 이용대(30·요넥스)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2년 만에 다시 국제대회에 나섰다. 모처럼 국내 팬들의 환호 속에 건재를 과시했다.
이용대는 김기정(28·삼성전기)과 함께 27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월드투어 남자 복식 16강전에 나서 가무라 다케시-소노다 게이고(일본)에 2 대 1(18-21 21-10 21-9)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1번 시드를 누르며 왕년 최고 스타의 면모를 뽐냈다. 가무라-소노다는 남자복식 세계 랭킹 4위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왕년 세계 랭킹 1위를 찍었던 이용대와 이에 버금가는 김기정의 관록을 넘지 못했다. 이용대는 국가대표 은퇴 전까지 유연성(32·수원시청)과 세계 랭킹 1위, 김기정은 김사랑(29·밀양시청)과 세계 3위를 달렸다.
2년 만의 코리아오픈이다. 이용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연말에 태극마크를 반납했고, 김기정도 지난해 초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이용대는 유연성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선 2016년 10월 코리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 고별전을 치렀다.
이후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다가 '국가대표가 아닌 남자 31세, 여자 29세 이하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할 수 없다'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에 대해 고성현(31·김천시청), 신백철(29·김천시청) 등 선수들이 반발해 법정 싸움에서 이겨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길이 열렸다.
출발은 불안했다. 이용대-김기정은 1세트 6 대 1까지 앞섰다가 18 대 18 동점을 허용한 뒤 18 대 21로 기선 제압의 기회를 내줬다.
하지만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2세트 이용대 특유의 재치있는 네트 플레이와 김기정의 힘있는 스매싱이 살아나며 10 대 5까지 앞섰다. 20 대 10으로 앞서는 점수를 낼 때 이용대는 스매싱을 구사하며 함성을 지르며 자신감을 보였다.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로 돌아온 스타를 맞았다.
'금메달의 스매싱' 이용대(오른쪽)이 김기정과 함께 나선 27일 2018 빅터코리아오픈 남자 복식 16강전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고 있다.(올림픽공원=대한배드민턴협회)
2세트를 따내면서 이미 기세는 넘어왔다. 이용대는 신들린 수비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혼합복식)의 클래스를 보였고, 김기정은 점프에 이어 스매싱을 꽂아 상대를 압도했다. 59분 만에 역전승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이용대는 "예전에는 많이 이겼던 상대들이었다"면서 "그런데 2년 만에 대결하니 전에는 못 받았던 상황에서 받아넘겨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2세트부터는 그런 상황을 대비했더니 우리 흐름으로 넘길 수 있었다"고 승인을 짚었다.
2년 만에 코리아오픈에 나선 감회도 들려줬다. 이용대는 "2년 동안 국제대회를 나가지 못했는데 '이용대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코리아오픈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많은 대회가 더 신경을 쓰고 있는데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태극마크를 떼고 나서는 데 대한 소감도 새롭다. 이용대는 "그동안 국가대표로 나서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국가대표의 장단점이 있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부담감 없이 즐기면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기정 역시 새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 데 대한 소감을 들려줬다. 김기정은 "워낙 이용대 형이 경험이 많고 나한테 맞춰주려고 한다"면서 "팬들도 아시다시피 나는 범실이 많기 때문에 이런 걸 줄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뒤에서 스매싱하고 수비하는 역할이 아니었지만 용대 형이 워낙 앞에서 잘 해줘서 내가 뒤에서만 잘 하면 된다"고 웃었다.
여자 단식 간판 성지현(27·인천국제공항)도 리네 캬제르스펠트(덴마크)를 2 대 0(21-14 21-8)으로 완파하고 8강에 진출했다. 혼합복식 서승재(21·원광대)-채유정(23·삼성전기)도 세계 9위 크리스 애드콕-가브리엘 애드콕(잉글랜드)을 2 대 0(25-23 21-13)으로 눌렀다. 남자 단식 세계 56위 허광희(23·삼성전기)는 대표팀 간판이자 세계 8위 손완호(30·인천국제공항)를 2 대 1(15-21 21-13 24-22)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