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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생리 중에도 '제비뽑기' 관장실습...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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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학과 학생 SNS 폭로..제보만 7곳
제비뽑기로 결정..동기들 앞에서 관장
직접 해봐야? 고난이도 의료행위 아냐
강압식 교육문화 여전..인권침해 논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간호학과 학생), 최원영(행동하는 간호사회 간호사)

 


최근 SNS상에서 충격적인 폭로가 하나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모 대학 간호학과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관장 실습을 하고 있다. 제비뽑기로 뽑힌 학생은 여러 동급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관장을 당해야 한다. 이런 제보였습니다. 이 글이 퍼지면서 이게 말이 되느냐. 믿을 수 없다. 인권 침해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교육 목적인데 이해한다. 강제도 아니고 자발적이라면 문제 없는 거 아니냐. 이런 반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저희가 이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요. 자발적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워 보이더군요. 교육이냐 인권이냐. 한 번쯤 함께 생각해 볼 문제 같아서 오늘 이 실습 현장에 있었던 학생을 직접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만나보죠. 학생, 안녕하세요?

◆ 학생>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문제가 되고 있는 그 학교의 간호학과 학생이시라고요?

◆ 학생>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관장이라는 게 수술이나 분만 전에 변을 제거시킬 목적으로 대장에 약물 주입해서 장의 내용물 제거시키는 의료 행위. 그거 말하는 거죠?

◆ 학생> 네, 맞아요.

◇ 김현정> 이 관장 실습을 몇 학년 때 하게 되는 건가요?

◆ 학생> 보통 2학년 때 한다고. 다른 학교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간호학과 2학년. 필수 과목입니까?

◆ 학생> 네, 필수 과목이에요, 전공이라.

◇ 김현정> 우리 학생은 언제 그러면 이 관장 실습에 참여한 거예요?

◆ 학생> 저는 지난주에 관장 실습을 하게 됐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그 실습 과정에서 조원 가운데 한 명씩을 실습 대상으로 뽑았다? 이게 어떤 식으로 했다는 얘기입니까?

◆ 학생> 일단 한 조가 네다섯 명으로 이루어지는데요. 거기서 대상자 1명을 뽑아서 관장 실습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까 제비뽑기를 조원들이 돌려서 대상자를 정하게 돼서 관장을 한 거죠.

◇ 김현정> 5명 중에 1명을 제비뽑기로 정해서?

◆ 학생> 네.

◇ 김현정> 그러면 제비뽑기에서 A라는 학생이 뽑혔다. 그러면 그 A라는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관장을 당하는 겁니까?

◆ 학생> 네, 그렇죠. 일단 조마다 커튼을 다 치고요. 대상자가 바지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서 이제 수건으로 몸을 덮어준 다음에 엉덩이 부분을 들어서 관장 관을 넣고 관장약을 주입하는 거죠.

◇ 김현정> 아이고... 관장약을 주입하고 나서 반응이 올 때까지 시간 좀 걸리잖아요?

◆ 학생> 네.

◇ 김현정> 그러면 그 과정까지 다 같이하는 거예요, 실습 학생들하고?

◆ 학생> 네.

◇ 김현정> 아니, 뽑힌 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요?

◆ 학생>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교수님께서 말은 하셨는데 그 조에서 뽑힌 사람이 안 한다고 하면 조는 실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되니까 좀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거기서 내가 못 한다라고 거부하면 어쨌든 조 5명 중의 1명은 누군가는 해야 되니까 또 제비를 뽑아야 되는 누군가한테는 미안한 상황이 되는 거군요.

◆ 학생> 이제 제비를 또 뽑는 게 아니라 아예 그 조는 실습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아예 실습을 안 해요, 그 조는?

◆ 학생> 네, 모형으로 대체한다고 하기는 하는데 모형은 이제 거의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다른 조에 비해.

◇ 김현정> 미안하니까 뽑힌 친구는 어쩔 수 없이 바지 내리고 관장을 당하는 거네요.

◆ 학생> 네.

◇ 김현정> 무척 부끄러워했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 학생> 네, 맞아요. 뽑힌 사람은 울 것 같은 반응인 사람도 있었고 앞으로 계속 얼굴 보게 될 동기들이잖아요.

◇ 김현정> 그렇죠.

◆ 학생> 그런데 그런 부분을 보인다는 게 솔직히 말해서 많이 창피하고 정말 싫은 일인데 보는 사람도 심정이 이해가 되니까 별로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보는 사람도 해 주는 사람도 이제 마음이 다 불편하고 좀 미안하고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겠네요. 이게 뭐 가족끼리도 관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쉽지 않은 일인데. 다 큰 성인이. 그런데 이건 친구 사이인 거잖아요. 그중 친한 사람도 있고 친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텐데.

◆ 학생> 네.

◇ 김현정> 그래요. 그 대상이 본인이 될 수도 있는 상태에서 제비뽑기하는 거잖아요.

◆ 학생> 네.

◇ 김현정> 그러면 이 실습 과정 자체를 두고 뭐라고들 얘기를 했어요?

◆ 학생> 너무한 것 같다는 얘기를 했고 이건 조금 아닌 것 같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이기는 했는데 교수님 결정이다 보니까 직접적으로 교수님한테 얘기는 다들 못 하는 분위기였죠.

◇ 김현정> 그런데 아마 이 해당 수업을 주관하는 교수님도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을 것 같은데 뭐라고 학생들한테 설명했어요?

◆ 학생> 직접 환자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죠.

◇ 김현정> 그냥 모형에다가 기계적으로 하는 걸 기술적으로 배우는 것 외에 이걸 할 때 환자들은 어떤 고통을 당하는지, 어떤 아픔이 있는지를 느껴야 한다, 우리가?

◆ 학생> 네.

◇ 김현정> 이게 틀린 말은 아닌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이렇게 해가지고 느껴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들겠어요.

◆ 학생> 네. 우리가 그걸 그 병을 경험을 해 봐야지 그 병을 꼭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관장도 꼭 저희가 경험을 해야만 환자에게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대다수의 학교도 모형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가 꼭 동기들끼리 관장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이건 인권침해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폐렴에 걸려봐야 폐렴 간호를 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다. 이건 아닐 텐데 굳이 관장을 그 학생들 보는 앞에서 해야 하는가. 이것은 인권침해 아닌가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거군요?

◆ 학생> 네.

◇ 김현정> 한 번쯤 그걸 누군가 얘기했을 법도 한데, 교수님한테. 얘기 안 해 봤어요?

◆ 학생> 교수님을 쭉 봐야 되잖아요. 교수님한테 이제 찍혀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학교 생활에.

◇ 김현정> 그 사회라는 게 워낙 사실은 좁은 거고 이런 이야기해서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 학생>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알겠습니다. 불편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하고요. 좀 개선이 되기를, 변화가 있기를 저희도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학생> 네.

◇ 김현정>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의 학생. 여럿이 보는 앞에서 관장하는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일선의 간호사들은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를 이어서 연결을 해 보죠. 최 간호사님, 안녕하세요?

◆ 최원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간호사로 근무한 지 8년 되셨다고요?

◆ 최원영> 네.

◇ 김현정> 후배들, 학생들의 이번 폭로를 처음 듣고는 어떠셨어요?

◆ 최원영> 거의 경악했죠. 제 주변 반응도 그랬고 한편으로는 좀 슬펐어요. 왜냐하면 최근에 간호사 인권 문제나 태움 등 여러가지 때문에 이슈가 많이 됐었는데 간호사로 일하기 전부터 이렇게 학생 때부터도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이런 일을 당하고 있다는 게 조금 서글펐다고 그래야 되나요.

◇ 김현정> 서글펐다. 경악을 하셨다는 얘기는 그러면 최 간호사님 학교 다닐 때 그 학교에서는 적어도 이런 관장 실습이 없었다는 얘기네요?

◆ 최원영> 네, 아예 없었고 이렇게 지나친 신체 노출을 요하는 실습 자체를 안 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대다수 학교는 모형으로 한다는 얘기인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그 학교. 또 몇몇 학교들이 이렇게 하는 학교들이 있다는 얘기군요?

◆ 최원영> 제가 지금까지 제보받은 곳은 한 7군데 정도 되죠.

◇ 김현정> 그런데 사실 학생들은 주사를 놓는 거라든지 붕대 감는 거라든지 혈압 재는 거라든지 이런 거는 다 서로서로 실습들 해 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관장 실습도 의료 행위의 하나로 실습하면 안 되느냐? 아마 교수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 최원영> 간호사가 환자한테 하는 의료행위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사실 그 수많은 의료 행위들을 전부 다 실습을 해 볼 수 없고. 혈관 주사는 흔히 하는 실습이지만 관장 같은 경우는 사실 그렇게 연습이 엄청 필요할 정도로 막 그런 의료 행위도 아니고.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관장을 많이 하는 중환자실에서 일하는데 학교 다닐 때 그걸 남의 몸에 한 번도 안 해 봤다고 해서 실제로 일할 때 너무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거든요.

◇ 김현정> 그 정도의 고난이도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말씀이에요.

◆ 최원영> 네. 혈관은 찾기 힘들지만 항문은 우리 몸에 한 군데밖에 없잖아요. 찾기 힘들 정도로 안 보일 정도로 작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실제로 할 때는 선배 간호사가 이렇게 하는 거다. 여러 번 시범을 보여주고 주로 보통 2명이나 3명이서 같이 하거든요. 환자가 완전 무의식이거나 이럴 때는 여러 명이서 환자 몸을 잡아야 되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그렇게 수치감을 학생들이 느끼는 걸 참아가면서까지 연습해야 할 만한 그런 의료 행위는 아니라는 말씀을 지금 하시는 거예요.

◆ 최원영> 그렇죠. 전혀 그렇게까지 해서 배워야 될 정도로 어려운 기술도 당연히 아니고 그리고 의료 행위 빈도수로 치면 관장보다 더 자주하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CT나 MRI도 MRI 관 안이 얼마나 무서운지 들어가 봐라. 이렇게 하지는 않잖아요.

◇ 김현정> 교수님은 그러셨대요. 환자들이 관장할 때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좀 간호사가 겪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간호를 잘할 수 있지 않겠느냐?

◆ 최원영> 그걸 꼭 경험해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렇게 헷갈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너도 당해 봐야 알 수 있다. 항암제도 맞아봐라, CT, MRI 찍어봐라. 이런 것은 안 하잖아요. 그 학생의 몸에 미칠 수 있는 위험 때문인 것 같은데 저는 관장도 마찬가지라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그것 때문에 장 트러블 겪었다는 학생도 있고. 그리고 정신적인 데미지도 데미지인 거잖아요.

◇ 김현정> 맞아요. 그렇게 지금 학생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폭로를 시작한 건데. 이런 관장 실습의 관행 말고 또 학생들이 말 못 할 고충, 어떤 제보가 들어오나요?

◆ 최원영> 이번에 같이 제보가 들어온 것들 중에 모 여대에서 이미지 데이라고 이제 이미지 메이킹 실습 같은 걸 한다는 거예요.

◇ 김현정> 이미지 메이킹 실습? 그게 뭐예요?

◆ 최원영> 그게 꾸밈 데이라고 하면서 오늘 다 꾸미고 오라고 해서 얼굴로, 외모로 평가를 해서 토너먼트식으로 1위를 하면 성적을 더 주고. 외모를 보는 거예요.

◇ 김현정> 화장 잘하는 학생, 잘 꾸민 학생?

◆ 최원영> 네. 외모를 지적을 하면서 너네는 그러고 클럽 가면 바로 주방으로 가야 된다.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지적도 하고.

◇ 김현정> 그런 어처구니없는 제보도 있고. 또.

◆ 최원영> 그런 것도 있고 관장 실습에서 예를 들면 치질이 심한 편인데 그런 걸 다 드러내야 돼서 다른 친구들이 막 얘는 항문이 왜 이래? 이런 식으로 되게 부끄러웠다는 사람도 있고. 생리 중인데도 그냥... 생리 때 빠질 수 없나요? 그랬는데 그냥 다 해야 돼서 생리가 줄줄 나오는데 그냥 대충 휴지로 틀어막은 채로 했다는 그런 얘기도 있었고.

◇ 김현정> 그런 제보가 실제로 들어왔어요?

◆ 최원영> 네.

◇ 김현정> 그러니까 관장 실습을 하는 학교가 지금 한 7개 정도 파악이 됐다고 하는데 그중에 이런 제보까지도?

◆ 최원영> 네.

◇ 김현정> 이거는 뭐... 아까 앞에 학생이 싫다라고 교수님한테 왜 말을 못 하느냐? 그랬더니 그랬더니 찍힐까봐. 그 교수님한테 찍힐까봐 이걸 감히 누구도 말하지 못한다. 도대체 이게 어떤 문화이길래 21세기에, 2018년에 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아가면서 해야 하는가. 이게 잘 이해가 안 갔거든요. 왜 그런 겁니까?

◆ 최원영> 이거는 아마 그 간호대뿐만 아니라 의대나 치대도 마찬가지일 텐데 대학교라고는 하지만 시간표가 짜여져서 나와요. 그리고 대부분이 반드시 이수해야 되는 수업이어서 그 수업을 다른 교수님 것을 들을 수 있거나 이런 경우가 없거든요. 왜냐하면 대상자가 딱 그 학과 학생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수업을 안들을 경우) 1년 다시 다녀야 되는데 1년 다시 다녀도 어차피 그 교수님이기 때문에 그래서 싫다고 교수님과 맞서거나 나는 그러면 이 수업 안 듣고 졸업하겠다. 이런 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분위기 자체가 제비뽑기로 뽑혔는데 나 싫어. 이러면서 안 할 수가 있는 분위기가 아닌 거예요, 진짜로. 나는 그냥 참고 하려고 했는데 내 파트너가 안 한다는 이유로 같이 찍힐 수 있으니까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한 학생의 폭로에서 시작된 이번 파문. 이게 제가 볼 때는 간호대에서 시작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이 강압식 문화랄까요? 이런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아닌가 싶은데요.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환자 몸을 대하는 직업이니까 이 정도까지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과연 이 방법밖에는 없었던 걸까요. 인권이냐 교육이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이번 사건. 우리도 함께 고민을 해 봤습니다. 최 간호사님 고맙습니다.

◆ 최원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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