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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영화제, '얼굴, 그 맞은편' 예매 중단 사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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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숙 집행위원장도 별도의 글 올려 심경 밝혀

상영금지 가처분이 들어와 한때 온라인 예매가 중단됐던 다큐멘터리 '얼굴, 그 맞은편'. 사이버성폭력을 주제로 하는 이 작품은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의 한국경쟁작 중 한 편이었다. (사진=DMZ 영화제 제공) 확대이미지

 

DMZ 국제다큐영화제(이하 DMZ 영화제)가 '얼굴, 그 맞은편'(감독 이선희)의 일시 예매 중단 사태에 관해 공식 사과했다.

DMZ 영화제가 폐막한 20일 오후, DMZ 영화제 공식 페이스북에는 홍형숙 집행위원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이 올라왔다.

앞서, DMZ 영화제 측은 상영금지 가처분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얼굴, 그 맞은편'의 온라인 예매를 막았고, 이에 이선희 감독은 △감독과 상의하지 않고 일방 통보한 점 △부집행위원장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DMZ 영화제 측은 "현재 영화제의 정관 및 운영 규정이 다소 미비해, 작품 출품 시 출연동의서 및 저작권 확인(저작권이 감독에게 있으며, 민형사상 책임은 감독이 진다)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에 가처분 신청이 들어왔던 '다이빙벨', '공범자들' 사례를 살펴보고 법률 검토를 거쳐 영화제가 취해야 할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DMZ 영화제 측은 "고심 끝에 일시적으로 예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물론 예매 중단은 작품의 상영 철회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면서도 "일시적 예매 중단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DMZ 영화제 측은 △영화제의 고민과 결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감독님과 충분하고 명료한 소통이 부족했고 △영화제라는 '장'이 가지는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못했으며 △다소 불안정한 조직과 역할 분담으로 인해 복수 채널로 감독과 소통하면서 혼란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홍형숙 집행위원장은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체 공개 글로 '얼굴, 그 맞은편' 사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이에 앞서 홍 위원장은 지난 16일 '얼굴, 그 맞은편' 첫 상영 때 예매 중단 사태에 대해 이 감독과 관객에게 사과한 바 있다.

홍 위원장은 "예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감독님에게 알렸고, 이러한 사정을 온라인에 공지하는 것도 늦었다. 영화제의 운영을 책임지는 저의 잘못이다. 죄송하다"며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정상진 부집행위원장과 자신을 향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한 부당한 비난과 인격 모독을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얼굴, 그 맞은편'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찍혔는지 모른 채 사이버 공간에 유출된 여성들, 그들의 공포를 동력 삼아 수익을 내는 시스템이 산업화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았다. 불법촬영 피해자들을 돕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다음은 홍형숙 집행위원장 글 전문.

지난 13일 개막해 20일 폐막한 제10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측은 '얼굴, 그 맞은편' 일시 예매 중단 사태에 관해 사과했다. (사진=DMZ 영화제 제공) 확대이미지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는 폐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제에는 다양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지만, 모든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하지 못하고 일부 작품만을 선택하여 선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언제나 안타깝습니다. 더욱이, 이번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작품 중, '얼굴, 그 맞은편'(감독 이선희)의 상영과 관련하여 영화제의 소통 체계의 미숙을 드러내어 더욱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영화제가 개막되기 전인 9월 10일, 영화제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과 관련된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영화제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그동안 유사한 사례들을 검토하고 법률자문을 구하는 등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영을 앞둔 영화에 대하여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접수되었을 때 영화제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누가 만든, 어떤 영화인지와 무관하게 모든 영화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했습니다. 저희가 마련한 원칙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되면 예매를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이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예매를 재개하거나 중지한다'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영화제는 '얼굴, 그 맞은편'의 예매를 일시적으로 정지하였고,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자 곧바로 예매를 재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제가 감독님과 소통이 부족했습니다. 예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감독님에게 사실을 알렸고, 이러한 사정을 온라인에 공지하는 것도 늦었습니다. 영화제의 운영을 책임지는 저의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에 대하여 '얼굴, 그 맞은편'의 첫 번째 상영 후 상영관을 찾아 감독님과 관객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영화제는 원칙을 정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규정을 마련하여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가처분신청, 예매중지, 가처분신청기각, 예매재개, 상영… 숨 가쁘게 진행된 일련의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를 대표하는 저와 부집행위원장은 각각 감독과 전화통화를 하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감독과 통화하는 시점이 달랐고, 세세한 단어의 차이도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 가처분신청과 관련된 영화제의 원칙을 설명하고 추후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영화제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렇게 이해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나와서 예매가 재개되기 전 감독님이 SNS를 통해서 심경을 밝히셨는데, 집행위원장인 저는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바로 예매 재개'를 약속했고, 부집행위원장은 '법원 판결 후 결정'하겠다고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안에 대한 영화제의 입장과 집행위원장인 저와 부집행위원장의 입장은 동일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독님은 SNS를 통해 저희가 적용한 원칙, 그리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의 미숙함을 지적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식이 많은 분들에게 공유되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의도와는 달리, 여성인 저와 남성인 부집행위원장의 성별 차이로 인해 페미니즘 영화에 대한 입장이 달랐던 것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이렇게 퍼져나간 이야기는 단지 호사가들의 잡담거리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부집행위원장은 성차별주의자로 매도되고, 개인신상이 파헤쳐지고, 영화제와 무관하게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에 대한 정보까지 SNS를 떠돌고, 심지어 이로 인해 영화제를 망가뜨릴 사람으로 치부되기까지 합니다. 너무도 참담합니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드린 저희의 미숙함을 다시 한번 인정합니다. 감독님께 더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고, 공지도 빨리했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감독님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사실과 확대재생산으로 또 다른 이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외부에선 마치 집행위원장은 감독 출신의 이상가로 우유부단한 사람, 부집행위원장은 영화배급업자 출신이라 손익으로만 판단하는 냉정한 사람으로 비춰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본업은 창작자와 영화산업 종사자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영화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두 사람 모두 다큐멘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저와 함께 영화제를 이끌어갈 주축입니다. 과연 한순간에 추락한 그의 명예와 깊은 상처는 무엇으로 어떻게 회복될 수 있는 것입니까?

이미 온라인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한 부당한 비난과 인격 모독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멈춰주십시오. 그리고 바로잡아 주십시오.

이제 저는 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일 뿐만 아니라, '얼굴, 그 맞은편'을 지지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그리고 성평등한 세상을 염원하는 여성으로서, 영화제가 폐막하자마자 일련의 과정을 면밀히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실수가 있었다면 바로잡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지겠습니다.

ㅡ 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장 홍형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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