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세종의사당' 설치를 강조해 국회 이전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작은 의미에서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것을 뜻하는 '세종의사당'의 최종 목적은 국회 자체를 세종시로 옮겨 세종시를 완벽한 행정수도로 만드는 것이다.
◇ 2016년, 여야할 것없이 충청권 의원은 동의이 대표가 세종의사당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6월 20일. 이 대표는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골자로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대표의 20대 국회 1호 발의 법안이었다.
이 법안에는 우상호 당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34명,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새누리당 의원 2명, 김종대 정의당 의원 등 37명이 서명했다.
당시엔 여야 할 것 없이 세종의사당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일정부분 형성돼있었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대의'에 뜻을 함께했던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의도도 깔려있었다.
이 대표가 법안을 발의하기 두 달 전인 4월에는 제20대 총선이 개최됐기 때문.
당시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충청권 표심을 의식해 서로 국회 본원 설치 공약을 내세운 터였다.
당시 김종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국회 '본원'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다시 '분원' 설치로 말을 바꿨다.
이인제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분원 설치 공약은 새누리당이 이미 공약한 내용"이라며 '원조 논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 아직 논의 초기 단계… 당론으로 정해지지도 않아그런데도 이 법안은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무슨 이유일까.
첫째로, 애초에 국회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해당 법안을 발의한 2014년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비용추계서 미첨부사유서를 통해 "현재 국회 분원의 설치 여부에 대해 국회 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아니한 상황"이라 재정 소요를 추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소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방대한 재정 지출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기에, 여야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분원 설치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분원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세종시 국회분원에 대해 당론을 정한 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지는 않았다.
새누리당에서도 "우리 당에서는 세종시 분원 이전에 대해 전혀 이야기가 없다. 현재 국회의 조직과 인원만 가지고도 방만한 조직과 운영이라며 국민들의 지탄을 받는데 여론이 좋을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 2018년, 여당은 힘을 실어주지만…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일단 여당은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교섭단체 연설이 열린 지난 4일,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공공기관 추가이전 법안'을 발의하며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세종시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박주민 최고위원은 "국회 출석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세종시 국회 분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이 대표 발의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하루빨리 심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이번에도 미온적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5일 "시실상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인 서울을 황폐화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서울에 있어야할 부분이 있고 지방에서 육성해야할 산업과 정책이 있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