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채팅앱에서 이뤄지는 청소년 성매매가 이른바 후기사이트에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아무 인증 없이 채팅앱을 설치할 수 있고, 앱과 후기사이트가 연동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 앱에서 만나고 후기사이트에 몰카 올려 품평
12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실시한 조사에서 청소년 성매매가 주로 이뤄지는 곳은 모바일 채팅앱이 74.8%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이 된 317개 채팅앱 가운데 278개(87.7%)가 연령 제한이나 본인 인증 등 아무 제한도 두지 않은 탓이다.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에 나선 성구매자들은 후기사이트에 화대를 깎았다는 등의 경험이나 성매매 여성에 대한 평가글을 올리기도 한다.
공지글로 게시된 '초보자용 가이드라인'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 방법·대포폰 사용법·먹튀 방지법 등 성구매 시 주의해야 할 사항과 콘돔 사용 유무 등 여러 조건들까지 버젓이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일부 구매자들은 특정 여성을 추천하거나, 속칭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해달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몰카나 녹음이 후기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한다.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여성인권지원 상담소 느티나무의 김수진 활동가는 "예전엔 단순하게 몸이 어떻다는 식의 후기가 올라왔다면 이젠 오디오 녹음과 짤을 만들어서 업로드 한다"며 "그래야 후기사이트에서 영웅시되고 포인트를 받아서 더 많은,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고 업소들이 혜택을 주는 식"이라고 했다.
◇ 성구매자와 청소년 피해자 SNS로 연결되어 있어…친한 오빠인 척 길들여여성가족부 발표 자료를 보면, 채팅앱에서 청소년 성매매에 나서는 구매자들은 가짜 SNS 계정을 만들어 성폭력을 저지르기도 했다.
청소년 피해자가 사는 지역과 학교 등의 정보를 모아 부모님과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과 나눈 대화 내용이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다.
"제가 보낸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릴 것이라고 협박당하고 있다며 도와달라"는 피해사례들도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그루밍' 수법에 걸려든 청소년들로, 성구매자들은 '친한 오빠'처럼 접근해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인다.
김 활동가는 "잘 잤어? 밥 먹었어? 등 일상 대화가 섞여져 있어서 남자친구가 용돈을 주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가이드에 나온다"며 "연인관계처럼 보이는 문자, 친구로 소개하는 것처럼 분양하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 차단해도 접속 가능…처벌은 미비차단됐다는 후기사이트들은 트위터 등 SNS에서 우회경로를 찾아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물가나 대기업 영업이익 등 일반적인 뉴스에 우회경로를 끼워 넣는 식이었다.
처벌도 미비하다.
후기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사이트가 폐쇄돼 다시 개설되더라도 이용자들은 이전에 사용했던 아이디와 게시글 개수 등을 전송하면 다시 후기를 공유하고 성매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채팅앱의 경우에도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거나 캡처가 불가능해 증거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법인 셈이다.
다만, 법 개정에 따라 오는 14일부터 채팅앱 이용화면에 '성매매가 처벌 대상'이라는 내용의 경고 문구가 게시된다. 어길 경우 과태료 5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조만간 성매매 후기 웹사이트 분석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와 관련 정책대안 토론회 등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