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르트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11월 초 국내 초연을 앞두고 무대 연습을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다. 세계적인 무대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한 달간 국내에 머물며 무대 장치, 의상과 연습을 총지휘했다.
12일 남산창작문화센터에서 열린 오픈 리허설에서는 현대적인 무대 장치와 동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화려한 무대의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라이어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무대 장치는 바그너라는 오페라 거장의 틀을 뛰어넘는 실험 정신을 담고 있었다.
(사진=월드아트오페라 제공)
특히, 독일에서 동독과 서독을 오가며 활동했던 프라이어는 한국의 분단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무대를 로켓과 무기들로 꾸몄다.
무대 의상도 파격적이었다. 배우들이 큰 망사로 된 복면을 쓰거나 진한 분장을 하고 노래를 불러 동화 속에서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바그너 오페라 시리즈 중에서도 대작인 링 시리즈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자칫 난해할 수 있지만 프라이어가 심어놓은 여러 만화적 장치들이 오히려 편견을 허물었다.
(사진=월드아트오페라 제공)
프라이어 감독은 "한국이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분단된 국가를 연출한 부분이 있다"며 "작품 자체가 독일어를 하는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최대한 역사적인 상황을 녹여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겁고 어두운 바그너의 링 시리즈를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동화를 접하듯 독창적으로 재해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바그너의 링 시리즈는 러닝타임만 16시간이 소요되는 대작으로 11월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4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절대 반지인 니벨룽의 반지를 빼앗고 지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는 인류가 욕심에 눈멀어 환경을 파괴하고 전쟁을 일으키며 사랑을 말살하는 과정을 빗대고 있다.
(사진=월드아트오페라 제공)
링 시리즈 중 서곡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은 손에 넣으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반지'에 둘러싼 니벨룽족 난쟁이와 거인, 신들의 투쟁을 다룬다.
'보탄' 역은 독일 현지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베이스바리톤 김동섭과 양준모가 맡았으며 '로게' 역에는 뮤지컬 배우인 양준모가 캐스팅돼 주목을 받고 있다.
로게 역의 양준모는 "15년간 뮤지컬만 했는데 이런 자리에 서게 된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은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