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숙 문화재청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조은정 기자)
"문화재는 휴전선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재는 우리의 오랜 핏줄이 연결돼 있습니다. 고구려에는 휴전선이 없습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에 문화재가 가장 뜨겁게 나갈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최초로 문화재청장에 오른 정재숙 청장은 남북 문화재 교류를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정 청장은 11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을 시작으로 씨름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회의에 남북 공동으로 제출하고,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후고구려의 '태봉국 철원성'을 공동 복원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북간 문화재 교류, 협력을 위해 문화재청은 내년도에 97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이다.
가장 먼저 눈 앞에 다가온 사업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이다.
개성 만월대는 400여년 간 고려의 황제가 정무를 펼치던 정궁으로 화려했던 고려 문화의 정수가 담긴 문화유산이다.
만월대 발굴은 2005년 남북 장관급 회의에서 합의한 이후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며, 정권이 바뀐 뒤에도 꾸준히 이어져 2015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발굴이 이뤄졌다. 남북은 3년 만에 재기되는 이번 8차 발굴에서 훼손이 심한 만월대 중심 건축군 서편 축대 부분을 우선적으로 하기로 했다.
다만, 공동 발굴이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북 제재와 어긋나지 않도록 외교부, 통일부와 협의하면서 해결할 것"이라며 "현금지원은 과거 방식과 같이 인부들의 식비에만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굴 관련 중장비 등의 물자는 남측 인원이 사용하고 현금은 최소한의 식비 외에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DMZ 내에 있는 후고구려시대 태봉국 철원성 터 공동 복원에 대해서도 북측에 제안을 해놓은 상태이다.
직전까지 문화재청 출입기자이기도 했던 정 청장은 "문화부 기자로서 했던 생각을 정책에 잘 반영하고 전문가들의 혜안을 빌려 제대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문화재 발굴 과정을 투명 유리막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중 국정교과서 집필진이었던 이배용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 최성락 목포대 교수가 포함돼 있는 것과 관련해 정 청장은 직접 사퇴를 압박했다.
관련 질문에 정 청장은 "세분께서 본인들의 양심에 따라서 다음 행동을 해주셨으면 한다. 스스로 선택하기길 바란다"고 자진 사퇴를 권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올해보다 8.4%(676억 원) 증액한 8693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문화재 보수정비 등 문화재 유지 및 보존 비용이 4442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 이밖에 광화문 월대 복원 등 궁능문화재 유족관리에 772억원, 문화재 방재 시스템 구축 등 안전관리에 377억원, 안내판 정비 등 문화유산 활용에 504억원의 에산이 각각 편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