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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할리우드가 낳은 아시아 영화들의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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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300억 제작비로 1억 달러 클럽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 대거 참여한 '서치'는 국내 박스오피스서 선두
영어 대사로 장벽 낮추고 신선한 매력 부각시켜 흥행 성공

 

아시아인들이 주축이 된 영화들이 할리우드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SNS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영화 '서치'는 스릴러물에 전혀 다른 차원의 길을 제시한다.

'서치'는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아버지 데이빗(존 조 분)은 딸 마고(미셸 라 분)가 인터넷, SNS 등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어디에나 있는 스릴러나 가족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지만 영화는 인터넷과 SNS를 주된 단서로 활용하면서 신선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직접 몸을 움직여 쫓지 않아도 인터넷 화면에서 밝혀지는 추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역주행에 성공한 '서치'는 쟁쟁한 국내 영화들을 밀어내고 4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바로 '서치'의 출연 배우들이다. '서치'는 그간 조연에만 머물렀던 아시아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인도 출신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백인 가정이 아닌 아시아인 가정을 그리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한국계 배우인 존 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계 배우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꾸렸다는 설명이다.

존 조 역시 처음에는 인터넷 화면으로 진행되는 연기와 연출방식에 의문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계 배우들이 중심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지난달 17일 진행된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되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 전체가 화목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보통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영화에 등장하면 가족으로부터 멀리 떠나는 설정이 많다"면서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가족으로서 그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은 게 자랑스러웠다. 촬영하면서도 가장 좋은 부분이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될 때도 그런 점이 뭉클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존 조의 이야기처럼 한국계 미국인, 더 넓게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은 영화 속에서 주변인으로 그려지거나, 아시아계를 향한 전형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5년 전,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영화 '폴링 다운'(1993)이 그려낸 한국인 상점의 주인은 돈밖에 모르며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몽둥이부터 들이대는 불쾌한 인물로 등장한다. 당시 한국계 이민자들이 백인 주류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인종 차별 영화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 북미 개봉 4년 후 국내에서 개봉될 수 있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서치'와 또 다른 지점에서 아시아인들의 서사를 그린다. 영화는 중국계 뉴요커 여성이 싱가포르인 남자친구의 대부호 가족을 만나면서 문화 차이를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냈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조이 럭 클럽' 이후 15년 만에 모든 출연진이 아시아계 배우들로 이뤄져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제작비가 3000만 달러(한화 약 336억9000만 원)에 불과하지만 흥행 수익은 북미에서만 1억1703만 달러(한화 약 1314억 원)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아계 영화의 흥행력을 입증했다.

싱가포르계 미국인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고, 흥행에 힘입어 속편 '차이나 리치 걸프렌드'의 제작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할리우드 내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연대는 어느 때보다 끈끈하다. 동시기 개봉한 경쟁작임에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존 추 감독과 주연 배우 헨리 골딩은 '서치' 개봉에 맞춰 상영관의 티켓을 전석 구매했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에릭 남과 그 형제들은 '서치'에 이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역시 상영관 티켓을 전석 구매해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이처럼 결속력 강한 연대를 바탕으로 할리우드 내부에서 아시아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백인 관객들까지도 사로잡으며 좋은 흥행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서치' 등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다. 일단 아시아 커뮤니티가 무시할 수 없는 고객층으로 성장한 것이고, 대사는 영어이지만 이국적인 색다름이 영화 속에 있기 때문에 백인 관객들까지도 영화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계 배우들을 중심으로 이런 사례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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